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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름] 서울 중랑구 망우동(忘憂洞)-下

태조 이성계(李成桂)가 그의 유택(幽宅:능터)자리를 돌아보고 서울로 들어오는 길에 망우리 고개에 이르러 ‘어사오우망의’(於斜吾憂忘矣:이제야 큰 근심을 잊었노라)고 한데서 비롯된 것이 ‘망우리’(忘憂里)라는 오늘의 땅이름이다.

그래서일까. 살아서 근심 걱정도 많던 수많은 사람의 무덤이 즐비하다. 살기가 바빠서 지친 이름없는 무덤이 있는가 하면, 오직 나라를 위해 일생을 초로(草露)처럼 날려보낸 사람의 무덤…. 이들은 죽어서나마 이 망우리 공동묘지 지하에서 땅이름의 뜻처럼 근심 걱정을 잊고 편안히 잠들었을까.

삶! 그 자체가 영(榮)과 욕(辱)으로 점철된 근심(憂) 투성이다. 근심을 떨쳐버린다는 것 자체가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닐까.

‘산다는 것/ 연필로 그리는 그림이면 좋겠다/ 쓱쓱 지우고 다시 그리고/ 열 번 스무번 지우고 그리고 다시 지우고/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 틀린 길 버리고 새 길 가보고/ 모든 길 한번씩 다 가보고/ 가다가 막히면 되돌아오고/ 망치면 북북 찢어도 되는/ 새로 새 종이 무한으로 쌓여있는/ 산다는 것 버린만큼 끝없이 채워지는’ 홍윤숙의 ‘인생2- 놀이’ 중에서.

그래,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반드시 죽는다. 죽은 뒤 지옥과 천당의 갈림길에서 누구나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게 된다. “너는 살아서 무엇을 했는고?”

그런데 이곳 망우리 공동묘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살아서 꽤나 덕망있고 존경받는 이름있는 애국지사, 학자, 시인의 무덤이 눈에 띈다.

이를테면 3·1운동 때 33인 독립애국지사 가운데 한 분이신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선생을 비롯, 장덕수 조봉암 박인환 서동일 오재영 서광조 서병호 오세창 문일평 방정환 오긍선 윤상규 지석영 등 누워있다. 이들은 왜 국립묘지를 두고 하필이면 망우리에 묻혔을까! 전생에 근심, 걱정이 많아서 저승에서 그것도 망우리에서 근심, 걱정을 잊으려 함이었을까!

국립묘지에는 같은 이름을 악용한 가짜 애국지사묘가 꽤 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그것도 후손이 허위신고, 연금까지 받아 가로챘다니. 하기야, 매국노 자식이 나타나 선조의 땅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걸고, 독립투사의 자식은 생활보호 대상자인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위에 고요히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며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자 는 저녁놓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다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만해 한용운의 시 ‘알 수 없어요’에서.

<이홍환 한국땅이름학회 이사>

입력시간 2000/09/0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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