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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세상읽기] ‘섬’과 베니스영화제

‘섬’

제57회 베니스영화제 본선에 올랐다는 사실에 한국 영화계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아니, 언짢아하는 분위기였다는 사실이 더 정확한 표현인지 모른다. “왜? 하필이면 ‘섬’일까”라는 반응. 여기에는 두가지 편견이 존재했다. 하나는 김기덕 감독은 아웃사이더로 저예산 영화나 만드는 보잘것 없는 존재라는 것. 또 하나는 ‘섬’이 과연 좋은 영화인가라는 생각.

지난해 ‘거짓말’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국내 상영 심의를 못받아 노심초사하던 ‘거짓말’이 베니스영화제 본선에 오르자 평론가들은 마치 큰 지원군을 얻은 양 앙앙거렸다. “거, 봐라. ‘거짓말’은 예술이다. 한국의 심의가 얼마나 낡고 한심하냐”는 듯 그들은 ‘거짓말’의 영화제 진출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게 장선우란 감독때문이라면, 참으로 한심하다. 그 한심한 모습은 영화제가 시작되고 ‘거짓말’이 상영되고, 외국기자와 평론가들의 질문과 반응이 나오면서 증명됐다. 그들 눈에 ‘거짓말’은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이야기로 비춰진 셈이다.

‘섬’역시 그랬다. 8월31일 열린 첫 기자시사회에서 영화 상영 도중 관객 2명이 졸도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남자주인공 현식(김유석)이 낚시바늘을 입에 넣어 당기는 자해장면에서였다.

이 장면은 국내에서도 충격을 던지며 ‘섬’을 엽기로 몰아붙였던 문제의 표현이었다. 졸도사건으로 영화상영이 2분간 중단되는 베니스영화제 초유의 사건으로 베니스 리도섬은 ‘섬’이야기로 들끓었다.

다음날인 1일 공식시사회에는 1,000여명이 몰렸고 감독과 주연 배우에 대한 인터뷰가 쇄도했다. 언론은 ‘충격’이라는 말을 반복했고, 인터뷰와 공식기자회견에서도 그것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왜 그런 강렬하고 충격적인 표현 방식을 선택했느냐. 처음부터 시나리오에 있었느냐, 아니면 영화를 찍다 생각한 것이냐”에서 “왜 한국영화는 극단적인 감정표현을 하느냐, 사회상황과 관련이 있느냐”까지.

언론은 ‘섬’의 충격적 표현을 해석하기 바빴고, 영화제측은 초반부터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워 준 것에 즐거워했다. 어찌됐든 ‘섬’은 베니스영화제 최대 화제작이 된 셈이다. 어쩌면 베니스영화제는 ‘섬’에서 이것을 노렸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국영화에 대한 세계 영화인들의 관심을 높인 것만은 사실이다. 평면적으로 보면 ‘거짓말’이나 ‘섬’이나 이상한 방향에서 베니스영화제가 본선진출작으로 선정했고, 눈길을 끈 것처럼 보인다. 단순한 호기심 차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영화를 대하는 세계 언론과 비평가의 모습이 조금은 다르다. ‘섬’의 경우 그들은 ‘충격’을 해석하려 했고 그 해석을 통해 작품을 보다 깊이 알려고 했다. 단순한 충격보다는 영화적 재미나 주제에 가치와 의미를 두려했다. ‘충격’도 독특한 표현방식으로 이해하려 했다. 그것은 곧 ‘섬’을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본다는 의미이다.

그것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알 수 없지만, 또 한국영화에 대한 부정적 선입관을 줄 수도 있지만, ‘섬’은 한국영화에 중요한 것을 남겼다. 6억원짜리 무명감독의 저예산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인 베니스에 당당히 나갔다는 사실, 그것이 어느 정도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는 것은 거장 임권택의 ‘춘향뎐’이 칸 본선에 오른 것과는 다른 방향에서 한국영화의 가치를 알려주고 있다.

그 가치를 우리가 알지 못할 때 한국영화는 여전히 할리우드식 상업영화 베끼기와 덩치 키우기에만 몰두할 것이다. 그것만으로 한국영화가 제대로 클수없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섬’의 제작에 뛰어든 명필름같은 용기와 생각이 한국영화를 강하게 만들지 모른다. ‘섬’이나 ‘춘향뎐’처럼 국내 흥행에 실패했다고 영화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이대현 문화부 차장 dhlee@hk.co.kr

입력시간 2000/09/07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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