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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명절의 또다른 재미… 극장가 산책

▲한국영화

‘공동경비구역’ 융단 폭격 속 ‘시월애’의 구애작전

지난해 설연휴를 후끈 달군 ‘쉬리’ 신드롬. 올 추석에는 ‘공동경비구역 JSA’가 비슷한 신화를 만들 것 같다. 서울에서만 30여개가 넘는 개봉관을 잡아 극장 수만으로도 역대 영화중 최고다. 평론가들은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선 남북 공동 경비 구역에서 울려 퍼진 8발 총성의 비밀. 대체 북한군 두명은 왜 죽은 것일까. 북한군 중사 오경필(송강호)과 한국군 병장 이수혁(이병헌) 사이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수혁은 전설적인 군인이다. “저쪽 얘들이 까분다고 돌멩이를 던져 유리창을 깼고”, 행군에서 낙오됐다 다음날 태연히 돌아온 전사이다. 그러나 그것은 ‘저쪽의 형’ 오경필과의 비밀스런 인연이 계기다.

북한군 병사와 한국군 병사의 밀회는 스위스 중립국 장교인 소피(이영애)에 의해 하나 둘씩 비밀을 벗는다. 인생을 관조하는 듯한 송강호의 유머, ‘형’과의 만남을 비밀처럼 간직하고 있는 이병헌의 열정, 그리고 진실을 파헤치는 이영애의 차가움, 다양한 맛이 고루 밴 아주 맛있는 분단 드라마이자 코미디이며, 동시에 비극인 영화이다. 남녀의 애틋한 멜로가 없어도 영화는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영화. 감독 박찬욱.

이정재, 전지현 주연의 ‘시월애’는 핸드캡이 많다. 일단 시차를 초월한 만남이라는 점에서 유지태 김하늘 주연의 ‘동감’에게 이미 선수를 빼앗겼다. ‘그대안의 블루’를 만든 이현승감독은 예쁜 공간과 예쁜 화면을 만드는 데는 타고난 감각을 가졌다.

바닷가에 지은 집 ‘일 마레’(이탈리리아어로 ‘바다’)는 집을 받친 철기둥이 밀물때가 되면 바다에 잠기는 로맨틱한 집이다. 시간을 초월해 사연을 전달해 주는 이집의 우체통을 통해 1998년을 사는 은주와 2000년을 사는 성현. 은주는 떠난 사랑을 못잊어 괴로워 하고, 성현은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반복되는 영화의 에피소드들은 지루하게 느껴지고 클라이막스 없이 잔잔하기만 한 이야기는 관객에겐 아쉽기만 하다.

전지현의 매력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석모도에 지은 예쁜 세트와 ‘인터뷰’를 연상케 하는 격조있는 카메라워크도 야속한 결말을 상쇄하지는 못한다. ‘상투적인 멜로’에 길들여진 탓일까. 추석에 개봉하는 유일한 멜로 영화라는 강점이 얼마나 관객 수치로 드러날 지 궁금한 영화이다.


▲외국영화

'욕망의 언어'로 풀어낸 사랑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을 뒤집는 영화가 바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지난해 타계하기 직전까지 만들었던 ‘아이즈 와이드 셧’은 욕망에 대한 해부도이다.

영화 제목은 ‘눈을 질끈 감다’는 뜻. 과연 무엇 때문에 눈을 질끈 감아야 할까. 영화의 줄거리는 뉴욕의 성공한 의사 빌이 아내 앨리스로부터 한 해군장교에게 성적 욕망을 느꼈었다는 ‘과거 고백’을 듣고 정신적으로 방황을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영화는 주인공 부부를 둘러싼 다양한 성적 욕망과 그것이 파생하는 일상적 위험을 드러낸다. 아버지의 시체를 옆에 두고 빌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부유한 환자의 딸, 관계를 맺을 뻔 했던 창녀가 HIV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빌 등 다양한 에피소드는 일탈적 욕망이 일상의 곳곳에 숨어있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빌이 신분을 속인 채 들어간 어마어마한 섹스 파티의 현장은 마치 ‘소돔과 고모라’를 연상케 하지만 기대만큼 야하지는 않다. 남편과 키스를 하면서 관객을 응시하는 니컬 키드먼의 뇌쇄적인 매력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할로우 맨’은 투명인간의 불투명한 욕망을 비춘다. 자신이 개발한 투명인간 프로그램의 완성을 위해 실험을 자처한 카인(케빈 베이컨). 그러나 그는 투명인간이 됨으로써 너무 많은 것을 보게 되고, 질투의 화신이 된다. 흠모하던 동료 린다(엘리자베스 슈)가 자신이 보기에는 별볼일 없는 동료와 살상을 나누는 것을 본 그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이웃 여자를 강간하고 그를 원상태로 회복시키려는 동료들을 하나 하나 죽인다. 질투심 하나 때문에 동료들을 그토록 무참히 죽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이야기의 비약은 범죄영화를 보는 듯한 가학적 즐거움을 안기는 것도 사실이다. 폴 버호벤의 영화로 오락성이 오락성이 높은 작품.

새뮤얼 잭슨이 닥치는 대로 두드려 패고, 총을 들이대는 못말리는 형사로 나온 ‘샤프트’ 역시 이런 종류의 즐거움을 주는 영화. 부잣집 망나니 대학생 월터(크리스천 베일)의 살인 혐의를 추적하던 형사 샤프트는 함정에 빠져 경찰직을 잃고 만다.

그러나 경찰직 따위에 연연할 샤프트가 아니다. 그는 단지 무고한 흑인을 살해한 그를 법정에 세우는 것 뿐이다. 매수된 경찰과 증인, 양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흑인 마약상 등 영화는 뉴욕 하류층의 전시장과 같다. 실존했던 흑인 영웅의 이야기로 1971년작을 존 싱글턴 감독이 리메이크했다.

오락지수가 높은 영화는 단연 ‘택시2’. 더 빨리 달리고 싶은 운전자들의 욕망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택시’는 프랑스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영화이다. 제작자인 뤽 베송이 2편에 도전했는데. 이름값이 헛된 것은 아님을 증명했다. 더 재미있다.

자동차 경주대회, 1등으로 들어온 것은 무면허 택시기사 대니얼(사미 나세리)의 택시. 그러나 그는 결승선을 지나쳐 병원으로 향한다. 산모는 택시 안에서 아이를 낳고 질투심 많은 애인은 그에게 “어느 계집애와 있느냐”고 닥달한다.

“그녀의 남편도 옆에 있다”고 하자 “아니 셋이서” 한다. 질펀한 성적 농담이 흐르고, 경찰간부나 역전의 장군, 일본 장관의 억지가 섞인 유머가 시종 웃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 택시로 변한 푸조의 활약이 기막힌 데 택시가 질주하는 장면은 어지럼증을 느낄만큼 사실적이다.



박은주 문화부 기자 jupe@hk.co.kr

입력시간 2000/09/0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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