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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계] 여야 '계산'에 정치 '꽁꽁'

7월 말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 파동으로 촉발된 정국의 저기압이 좀처럼 물러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여권의 선거비용실사 개입의혹,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 등 대형 정치 태풍이 겹치기로 내습하면서 정국의 기상은 악화일로로 치닫는 형국이다.

추석 연휴 잔칫상 머리에서 폭발한 민심에 놀라 여권이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약속하는 등 정국 수습책을 내놓았지만 한나라당은 콧방귀만 뀌고 있다. 한빛은행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가능하다는 여권의 입장 변화는 검찰수사로 족하다는 기존 입장에서 진일보한 것이나 특검제를 고집하는 한나라당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한때 태풍피해 대책 논의 등을 명분으로 한나라당이 국회에 복귀하지 않겠느냐는 여권의 희망섞인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태풍피해가 적지 않으나 투쟁방향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부산 장외 집회 강행 등 대여 강공 태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민주·한나라 화해기미 없어

한나라당 내부에서 국회에 복귀해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자는 견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민주당의 소장파 의원이 김대중 대통령의 현실인식을 정면으로 치받고 당 지도부 인책 사퇴를 요구하는 등 여권 내부 분열 양상이 나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당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곧 여권은 항복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금만 더 밀어부치면 김 대통령과 여권으로부터 백기 항복을 받아낼 수 있다는 계산을 깔고 하는 얘기다.

여권은 여권대로 한나라당의 태도변화가 보이지 않자 여론을 의식한 정국복원 공세를 펴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면서 한나라당에 내밀었던 손을 거둬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나라당은 쟁점의 희석화를 막는다는 이유로 시드니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는 국회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여권이 양보를 하면 카드만 버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정가에서는 정국경색을 몰고 온 3가지 쟁점, 즉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 선거비용실사개입 의혹,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 중 국회법개정안 문제와 선거비용실사개입의혹 문제는 어느 정도 정치적 접점 찾기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한빛은행 사건이다.

한나라당은 차기 대선과 연관지어 이 사건에 매우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권의 핵심실세라고 할 수 있는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이 연루돼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 사건을 김대중 정권의 최대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고 이를 물고늘어져 정권에 결정적 타격을 가하면서 정권탈환의 토대를 굳힌다는 계산인 것 같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박 장관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면서도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는 만큼 박 장관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권 인사들은 사기 혐의로 도피중인 신용보증기금 전 영동지점장 이운영씨의 말만 믿고 현직 장관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이씨를 상대로 정확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21일 검찰에 출두하는 이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국의 한 고비가 될 것 같다.


민주·한나라 화해기미 없어

민주당 지도부 개편, 언제·어디까지?

정국수습의 한 단계로 민주당 지도부의 개편 폭과 시기도 관심사다. 민주당의 소장파 의원은 정국파행, 국정 혼돈의 책임을 물어 당 지도부의 인책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 개편문제가 민주당 내부 계파간 파워게임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파장이 만만치 않다. 지도부 인책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이 공교롭게도 주로 한화갑 최고위원과 가까운 인사인데 반해 인책 경질 대상이 대부분 권노갑 최고위원계에 속해 있다.

그래서 지도부 인책사퇴 요구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최고위원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양갑(兩甲) 갈등’의 연장선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김 대통령은 당내의 지도부 개편요구에 대해 “나에게 맡겨달라”면서 일단은 당직개편 단행에 대해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wkslee@hk.co.kr

입력시간 2000/09/2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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