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풍 앞에 놓인 한국] 보따리 무역은 중국산 유입의 ‘블랙홀’

보따리 무역은 물품의 수집, 통관과정상 한중무역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보따리 무역은 선박으로 왕래하며 수하물 형태로 물품을 수출입하는 직업적 보따리상, 속칭 ‘따이꽁’에 의해 이뤄진다.

한중간 따이꽁의 거점은 인천과 부산, 군산이다. 이중 선박운항과 따이꽁이 가장 많은 곳은 인천항이다. 따이꽁의 90% 이상은 한국인이고, 재중동포가 일부 있다.

보따리 무역이 무역거래의 블랙홀이 된 것은 교역행태에 기인한다. 인천과 중국의 톈진(天津), 웨이하이(威海), 다롄(大連), 단둥(丹東), 칭다오(靑島), 상하이(上海) 간에는 여객선 6척이 주당 총 11.5회를 운항한다.

인천세관에 따르면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따이꽁 수는 약 3,000명. 현행법상 여행객이 무관세로 통과할 수 있는 수하물은 품목당 5㎏씩 총 60㎏. 따이꽁들은 이 규정을 이용해 소량포장된 물품을 들여오거나 가져가 이익을 남긴다. 세관은 지난해 이들이 반입한 물품을 2만1,820톤으로 추산했다.

따이꽁 수가 많아 현재 세관 능력으로 수하물을 전량검사하기는 불가능하다. 표본검사와 육안검사가 고작이다. 최근 문제된 ‘타르염색 참깨’가 세관이 아니라 지난해 압수된 14톤에 대한 안전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것은 허술한 통관과정 탓이다.

참깨가 인체에 유해한 타르로 염색된 곳은 중국일 가능성이 높다. 생산자나 중간상인이 고의로 값을 높이기 위해 변조했다는 이야기다. 경험자에 따르면 보따리상이 중국 현지에서 직접 물건을 수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전주문을 받은 중국내 중간상인으로부터 포장된 물품을 인도받는다. 현지 중간상인은 과거 중국인과 재중동포가 많았지만 현재는 거의 세대교체가 이뤄져 한국인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이 보따리상의 말이다.

결국 보따리 무역이 한국인 사이의 거래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타르염색 참깨와 같은 불량품에 대한 책임소재는 매우 애매해진다.

보따리 무역이 수하물 형태로 이뤄지긴 하지만 영향력은 결코 적지 않다. 보따리상은 참깨, 율무, 고추를 비롯한 거의 모든 농산품을 취급한다. 국내 유통중인 중국산 농산물은 거의 보따리상이 들여온 것이다. 통관절차와 검사에 대한 규정이 엄격해져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9/20 15:43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