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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풍 앞에 놓인 한국] 꺼지지 않는 '코리안 드림'

조선족들 한국행 러시, 밀입국등 부작용도 급증

서울 H음식점 여종업원인 허모(36)씨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무단장(牧丹江) 출신의 재중동포(조선족)다. 그녀에겐 남편이 둘있다. 11살짜리 아들과 고향에 살고 있는 조선족 남편 외에 부산에 또다른 한국인 남편이 있다. 중국에 있는 남편은 진짜고, 부산에 있는 남편은 가짜다.

허씨가 ‘가짜 남편’과 결혼한 것은 1998년 12월. 허씨는 한국입국 알선 브로커에 미화 2,500달러를 주고 중국에 와있던 한국선원과 위장결혼했다.

물론 ‘진짜 남편’의 양해하에서다. 허씨와 가짜 남편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동거한 적도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 주민등록상 부부일 뿐이다. 허씨는 가짜 남편을 고마워한다. “내 (가짜)신랑은 착하다. 내게 손을 댄 적도 없고, 가끔 ‘아픈데는 없냐’며 안부전화도 걸어온다.”


중국인 호적 사서 위장결혼

음식점 취업은 먼저 와있던 고향 언니의 소개를 통했다. 허씨는 외환은행을 통해 매달 90만원을 고향에 송금한다. 앞으로 4~5년 더 한국에 머물며 돈벌이를 할 작정이다. 허씨는 일이 잘풀린 경우다.

고향에서 집단으로 위장결혼해 함께 왔던 조선족 여성 중에는 가짜 남편의 횡포에 노예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다. 혼인신고를 미루며 돈을 벌어오도록 강요하고, 성폭행을 일삼는 가짜 남편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허씨는 위장결혼을 자신의 신분으로 하지 않았다. 다른 중국인의 호구(戶口·호적)를 1만위엔(120만원)에 사들여 그 사람의 신분으로 한국에 왔다. 때문에 허씨는 국적과 신분이 이중적이다.

중국에서는 본래 호구를 유지한 채 중국인으로 남아 있고, 한국에서는 제3자의 신분으로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 그래서 허씨의 중국여행은 아무런 제약이 없다. 한국여권으로 지난해 설날 고향을 다녀왔다. 허씨는 돈을 모아 중국으로 돌아가더라도 필요하면 다시 와서 일을 할 생각이다.

‘대륙풍’ 중 한국에 장기적인 영향을 끼칠 가장 큰 요소는 중국인, 특히 조선족 불법체류자다. 건설공사장과 공장은 물론이고 웬만한 시골 음식점과 다방에서도 조선족을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밀입국자와 위장결혼자, 위장결혼자의 초청 가족, 기한내 귀국하지 않은 여행객및 산업연수생 등이 불법체류자의 범주에 든다. 국내 조선족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인 불법체류자는 최소한 15만명에 달한다. 법무부 집계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중국동북3성 경제악화로 대거 한국행

조선족 물결은 주요 거주지인 동북3성 지역의 경제악화와 ‘코리안 드림’에 따른 현상이다. 시장경제와 국유기업 개혁바람이 중공업 지역인 동북3성을 강타하면서 실업자가 급증하고, 이들이 돈벌이를 위해 대거 한국행을 꿈꾸고 있다.

불법체류자들에 따르면 한국으로 가지 못한 사람은 조선족 사회에서 바보취급을 받는 실정이다. 여기에 편승해 한국으로 밀항을 주선하는 브로커들이 판을 치고 있다. 브로커들은 대부분 한국인과 이에 연계된 조선족이다.

조선족 사회에서는 주민의 절반이 초청 사기에 당했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수년전부터 조선족 사이에서는 ‘한국입국 후 비용지불’이란 자구책이 불문률로 돼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1994년 이후 올 8월28일까지 밀항중 검거된 외국인은 모두 4,153명. 이중 90% 이상이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이다. 어선과 화물선을 타고 중국땅을 떠났던 밀항자들은 대부분 공해상에서 한국선박으로 갈아타고 들어온다.

상륙지역도 서남해안 뿐 아니라 동해안까지 걸쳐 있어 육상요원을 합쳐 8,000여명에 불과한 해경으로서는 단속이 역부족이다. 일부에서는 밀항자 검거율이 10%에도 못미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조선족 불법체류자 밀집 거주지는 서울 구로동과 가리봉동, 대림동, 독산동 등의 속칭 ‘벌집’이다. 보증금 50만원에 5만~10만원의 월세집에 집단거주하면서 품팔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이방인이자 ‘한국속의 또다른 한국인’이다.

핏줄이 같고 언어장벽은 거의 없다지만 이 사실이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상의 제약을 극복해 주지는 못한다. 임금체불과 횡령 등 업주의 횡포에 저항할 수단이 거의 없다.


한국인에 대한 악감정 극에 달해

1993년 친척의 초청으로 한국에 와 7년째 불법체류중인 헤이룽장성 무단장 출신의 이남철(41)씨. 함께 왔던 아내는 최근 일본인과 위장결혼해 일본으로 갔다. 중국에 있는 아들과 딸을 합쳐 네가족이 3개국에 흩어져 있는 이산가족인 셈이다.

이씨는 지금까지 공사장에서 떼인 임금 540만원의 내역을 꼬박꼬박 적은 메모지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백방으로 하소연중이다. 랴오닝(遙寧)성 선양(深陽) 출신의 선우학(39)씨는 지난해 10월 들어와 한달도 안돼 산재를 당했다.

공사현장에서 인부로 일하던 중 굴삭기에 치여 오른발 아킬레스건이 끊어졌다. 치료비를 아끼려는 업주에 의해 이틀만에 병원을 나와야 했다. 장애인이 된 그는 최근에야 산재보상 800만원을 받았지만 한국행을 위해 빌렸던 7만위엔(840만원)과 연리 30%의 이자를 갚을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

피해를 당한 조선족이 한국인에 대해 갖는 악감정은 일반의 상식을 넘어섰다. 한 피해자는 “중국에서 한국인을 보기만 하면 모두 칼로 찔러 죽이겠다. 나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며 보복을 별렀다.

불법체류 조선족은 이미 사회문제이자 국제문제가 됐다. 여기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정부 관계자도 이를 자인했다. 한국인과 조선족의 관계를 통일후 남북한 주민간의 관계로 유추하는 시각이 많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0/09/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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