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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비상] 국제유가 폭등, 50달러시대 오나

석유시장 기능 마비상태, '증산'불구 회복 더딜 듯

국제유가는 과연 통제불능일까. 치솟기만 하는 국제 원유가를 놓고 전 세계는 이제 유가를 시장기능으로 고삐를 잡을 수 있는 것인지부터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가능하다면 어느 선에서 잡을 수 있는 지가 최대 관심사이자 현안이다. 현 실물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는 부차적 문제로 밀려나 있다.

과거 석유파동은 전쟁이라는 단기적, 불가항력적 요소가 다분히 개입된 일시적 현상이었지만, 지금의 유가폭등은 단편적 ‘재료’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구조적이고 복잡다단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이다. 무엇보다 유가가 왜 오르나에서부터 진단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인상 요인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오는 물량부족. 11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해 3월 10달러선을 맴돌던 저유가 행진을 차단하기 위해 감산에 돌입했다. ‘항상 깨지는 카르텔’이란 비아냥을 듣던 OPEC의 ‘단결력’이 이번에는 오래 지속됐다. 1년 6개월 동안 회원국의 ‘준수율’은 90% 이상에 달했다.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줄고 세계 석유재고는 지난 6월말 현재 지난해보다 3억배럴 이상 줄었다. 세계 원유동향의 주요지표로 활용되는 미국 원유재고분도 24년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서방 정유업계의 잘못된 수요예측이 물량부족으로 탄력성을 잃은 석유시장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했다. 세계 정유업계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잇단 금리인상으로 세계 경기가 둔화하고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보고 원유 비축량을 늘리지 않았던 것이다. 환란으로 만신창이가 된 아시아 경제도 이같은 판단에 한몫했다.

그러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미 경제는 근 10년에 가까운 활황세를 거듭했고, 유럽도 정유업계의 예상만큼 나쁘지 않았다. 환란에서 회복되는 아시아 경제의 속도는 기대이상이었다. 결국 재고분이 최악인 상태에서 신규로 공급되는 물량이 격감하면서 국제시장이 가격조정기능을 상실한 게 일차적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주요 소비국인 서방의 석유가격에 붙는 높은 세금 등 유통상의 문제점이 두번째 원인으로 지목됐다. 유가인상 초기 OPEC이 서방측의 세금문제를 들고 나올 때만 해도 이는 국제압력을 피하기 위한 OPEC의 전술적 발언 정도로 해석됐다. 당시 OPEC은 “최종 소비자가 지불하는 석유값의 3분의 1만이 산유국의 수입으로 돌아오고 있다” 며 서방 정부의 유가정책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물론 미국, 유럽 등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절대물량 부족’을 들이대며 “산유국이 증산하지 않을 경우 고유가로 인한 경기침체가 원유수요 감소로 이어져 결국 산유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며 증산을 강하게 몰아부쳤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공교롭게도 유럽의 노동자단체가 똑같이 고율의 세금을 문제삼으면서 대대적인 유가인하요구 시위를 벌이자 세금문제는 집중 조명되기 시작했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원유증산이 국제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원유가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이 석유가에 붙는 고율의 세금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우 디젤유 소비자가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80%에 달했다. 지난해 인상률도 30%로 서유럽중 영국 다음으로 높았다. 영국 역시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이 디젤·석유가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에 대한 서방 정부의 책임이 적지 않음이 밝혀지면서 사태는 더욱 복잡해졌다. 서방측으로서는 우선 유가폭등 원인을 둘러싸고 OPEC과 힘겨루기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OPEC이 앞서 제기했던 세금요인을 ‘정서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밀리면 도덕적, 논리적으로 앞으로도 ‘말발’이 먹히지 않을 것이란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또 현실적으로는 석유세가 정부재정에 차지하는 엄청난 기여도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유럽의 복지·교육 등 정부 공공재정지출 재원의 대부분은 석유세에서 나오고 있다. 세금을 내릴 경우 재정적자는 물론, 복지정책 틀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까지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세금은 어떻게든 ‘사수’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세번째는 투기적 요소이다. 역시 OPEC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지만, 세계 정유업계에서도 이 문제는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다. 유가불안심리를 이용한 국제 투기자본의 기승이 무시할 수 없는 유가폭등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의 농간에 따른 유가인상 요인이 배럴당 3~4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OPEC은 9월 1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회원국 석유장관 회의에서 하루 80만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올들어 세번째 증산이고, 당초 예상됐던 50만배럴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폭등세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시장에서 곧바로 증명됐다. 이튿날 미 뉴욕시장의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배럴당 1.51달러, 영국 런던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1.43달러 오르는 폭등장세를 연출했다. 이미 지난 7월 이후 기존 쿼터에 비해 하루 76만~77만배럴을 추가 생산해 왔기 때문에 이번 결정에 따른 실제 증산효과는 3%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강력한 유가 안정대책 다짐으로 그 다음날 상승세가 다소 진정되긴 했지만 이는 수급상황과는 무관한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증산으로 유가가 단기적으로 30달러선을 회복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인 안정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증산이 여전히 유력한 시장 안정책이지만, 현재 OPEC 회원국중 증산여력이 있는 국가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번 증산시기도 10월 1일부터여서 물량이 소비국으로 넘어와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시기를 감안하면 올 겨울 난방유 부족사태는 여전히 계속될 전망이다.


부수적인 요인이긴 하지만 유조선이 모자라 원유수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3,100척에 달하는 전 세계 유조선이 이미 완전가동상태에 있어 증산물량을 제때 실어나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유조선 운임은 지난해보다 3배이상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에 있는 글로벌 에너지연구센터(CGES)의 레오 드롤라스는 “OPEC이 추가 증산하지 않으면 올 겨울에 유가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 삭스 등 세계 유수의 시장분석기관들은 가격상승압력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 물량으로 하루 100만배럴 증산을 제시하면서, 연말까지 40달러, 내년에는 50달러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황유석 국제부 기자 aquarius@hk.co.kr

입력시간 2000/09/2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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