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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탈선] 30~40대 주부 탈선, 가정이 무너진다?

당신 아내는 괜찮으십니까?

중견회사 간부인 최정만(44·가명)씨는 요즘 사춘기에 있는 두 자식을 바라보면 가슴이 메인다. 29세에 친구 소개로 만나 함께 동거동락해온 아내의 달라진 모습을 생각하면 지난 15년간의 삶이 한갓 물거품처럼 느껴진다.

최씨 가정에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지난해 봄 아내가 살림을 돕겠다고 직장에 나가면서부터. 직장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던 아내는 시간이 지나면서 귀가가 늦어지기 시작했고, 3~4개월이 지나서는 술에 만취돼 자정이 넘어 들어오는 날이 잦아졌다.

뒤늦게 직장생활을 하느라 그러려니 했던 최씨는 지난해 가을 돌연 부인으로부터 청천벽력과도 같은 요구를 받고 귀를 의심해야 했다.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고 나온 것이다.

최씨는 뜬금없는 아내의 요구에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감을 맛봤지만 결코 이혼만은 할 수 없다고 버텄다. 그럼에도 집요하게 갈라설 것을 요구하던 아내는 결국 찬 바람 부는 가을 어느날 집을 나가버렸다.

최씨는 갑작스런 아내의 변심을 알기 위해 사설탐정을 고용해 아내가 같은 회사의 연하 미혼남과 서울 외곽에 살림을 차린 사실을 알아냈다. 아내는 불륜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사를 그만두었다. 최씨는 내연의 남자를 찾아가 아내를 돌려보내라고 협박도 해보고 애원도 해봤지만 떠나간 아내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최씨는 아내의 마음을 돌리려고 간통으로 고소도 해봤지만 ‘간통의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검찰로부터 불기소 통보를 받았다. 아직 최씨는 돌아와만 준다면 모든 것을 용서하고 예전처럼 살겠다고 아내를 기다리고 있다.


전통적 가치관과 현실사이에서 갈등

주부 탈선이 심각한 수위까지 이르고 있다. 자식과 가정 내에서만 머물러 있던 평범한 주부들이 앞치마를 풀어헤치고 거리로, 인터넷 채팅룸으로 뛰쳐나오고 있다. 그동안 닫힌 사회구조 속에 억눌려 있던 여성들은 이제 정체성 회복과 자아실현을 위해 당당하고 대담하게 자신의 삶과 자유를 찾고자 행동하고 있다.

가장 활발한 세대는 3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의 주부들. 386세대에 가까운 이들의 머리는 부모를 통해 보고 배워온 전통적인 가치관에 속박돼 있는 반면 몸은 자유분망한 현실 속에 있는 이중구조 속에서 방황과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PC 통신의 초창기 세대이기도 한 이들은 스스로를 전통적인 가부장적 세대와 가족 해체가 보편화한 신세대 사이에 낀 ‘샌드위치 세대’라고 치부하며 혼외정사 같은 일탈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 하고 있다.

이들은 카바레 나이트클럽 등지에서의 전통적인 탈선 행각은 물론이고 컴퓨터 통신 세대답게 인터넷 채팅을 통한 ‘사이버 혼외 부킹’까지 다양한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직장을 가진 주부의 탈선이 엄청난 속도로 늘고 있다. 이런 총체적 현상을 가리켜 ‘아줌마 증후군’, ‘미시 증후군’이라고까지 일컫고 있다.

수도권에서 견실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지원국(37·가명)씨는 요즘에는 ‘인터넷’, ‘대화방’이라는 말만 들어도 소름이 끼친다.

지씨는 아내(33)와의 사이에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그의 아내는 2년 전만 해도 그야말로 살림 밖에 몰랐던 소박한 가정주부였다. 회사일로 지방과 해외 출장이 잦았던 지씨는 아내와 아이들 소일거리로 구입한 컴퓨터가 가정파괴의 애물단지로 변할지는 상상도 못했다.


인터넷이 가정파괴의 애물단지로

올해 초부터 지씨는 아내의 변화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며칠간 출장을 갔다와도 아내는 잠자리를 거부한 채 혼자 컴퓨터가 있는 작은 방에서 밤새 인터넷을 했다. 본래 내성적 성격이라 그러려니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정도가 심해져 이제는 퇴근해서 들어가도 아예 아는 체도 안할 정도가 돼버렸다.

지씨는 어느날 아내가 옷장에 레이스가 달린 요란한 속옷을 사놓고 있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더욱 의심이 깊어졌다. 아내는 며칠 뒤 이 속옷을 입고 동창회 모임에 간다고 나가더니 자정이 돼서야 귀가했다.

이런 행동이 몇번 반복되면서 지씨는 친구에게 미행도 시켰봤으나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지씨는 증거는 잡지 못했지만 아내가 동창회 모임 사이트나 대화방을 통해 만난 남자들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미 지씨의 가정은 파탄 직전까지 가버린 셈이다.


중년이혼, 부부 모두에게 고통

남편의 외도와 달리 주부의 탈선은 거의 예외없이 가정파탄으로 이어지는게 우리의 현실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은 있다. 아직 가부장적 사회적 분위기가 엄존하는 상태에서 여자의 부정이 친지나 주변 사람에게 한번이라도 공론화가 되면 사실상 가정으로의 복귀가 힘들다.

따라서 대부분의 탈선 주부들은 내연의 남자와의 관계가 정리된다 하더라도 재결합보다는 이혼쪽을 택한다. 더구나 1991년 아내의 재산분할권을 보장하는 법이 생겨 아내의 외도나 잘못으로 합의이혼이나 재판이혼을 하더라도 상당부분의 재산을 받을 수 있게 됨에 따라 불륜 아내의 이혼 청구는 갈수록 늘고 있다.

현재 법원 판례에 따르면 아내의 불륜으로 이혼을 하더라도 맞벌이 부부는 50%, 전업주부는 30% 정도의 재산을 분할받게 된다. 따라서 최근 아내의 외도로 가정이 파탄나는 가정의 경우 거의 예외없이 남편은 재결합을 원하는데 반해 불륜을 저지른 아내들은 이혼을 요구하는 기현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탈선으로 인한 중년이혼은 남편과 아내 모두에게 불행을 가져다준다. 남편으로선 재산의 상당 부분을 내주고 자식 부양까지 떠맡기 때문에 웬만한 경제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선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

더구나 이혼으로 경제력을 상실하면서 재혼도 힘들어진다. 이처럼 나이들고 아이까지 딸린데다 경제력까지 상실한 중년 남자를 택할 여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혼 여성도 문제가 됐던 내연의 남자와 잘되는 경우가 그리 흔치 않다. 외도 여성의 대다수가 남편의 무관심이나 애정 결핍에 반발한 일시적 불륜인 경우이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 남자도 성적 호기심에 따른 순간적 일탈인 경우가 많아 대부분 자신의 가정으로 회귀하게 된다.


아내외도 고민하는 남편 늘어

요즘 남성의 고민을 상담해 주는 ‘한국 남성의 전화’(02-652-0456~7)에는 하루 400여통에 달하는 남성의 전화가 쇄도한다. 이중 70%가 넘는 300건이 아내의 외도를 고민하는 내용이다.

이 상담소의 이옥 소장은 “최근 주부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주부의 탈선이 급증하고 있다”며 “요즘 주부탈선은 의외로 평범한 가정에서 갑자기 찾아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문제의 주부들은 외도 사실이 밝혀지면 남편을 의처증이라고 몰아부치며 이혼소송을 청구하거나 가출을 감행한다. 오히려 피해자인 남편이 이혼을 안하려하는 기현상이 벌어진다”며 “이제 남성이 중년에 이런 불행을 맞지 않으려면 가부장적 권위를 버리고 여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도 아내로부터 이혼을 요구받는 남편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이혼을 고민하는 남성들의 모임’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 때문에 고민하는 남편들이 모여 만든 이 모임은 현재 300여명의 회원이 있는데 매주 토요일 오후에 모여 서로의 고민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오랫동안 이 땅의 남성 중 적지않은 수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별 가책없이 일탈행위를 해왔다. 그러면서도 ‘내 아내만은 현모양처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시대는 변했다. 여성에게도 남성과 똑같은 욕망과 삶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 남편도 ‘나는 아내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수시로 되새겨 봐야 할 때가 됐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0/09/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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