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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탈선] 르포- 짝짓기 '부킹'이 익는 나이트 클럽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S관광호텔 나이트클럽 지하 2층. 강남에서도 소위 물좋고 잘나간다는 곳이어선지 추석 연휴를 앞둔 평일인데도 클럽 입구는 웨이터들과 손님들로 붐볐다. 은밀한 밤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어서인지 고급 호텔인데도 클럽 입구는 사람 눈에 잘 띄지 않게 호텔 뒷쪽 골목안으로 나 있었다.

오후 9시경 흰색 그랜저 승용차가 호텔 골목 주차장 앞에 서자 주차관리원이 화급히 뛰어와 차문을 열였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늦은 밤인데도 선글라스를 쓴 채 차에서 내렸다.

흰색 자켓에 흰바지 정장을 입은 이 여성은 앞서 기다리고 있던 또래 여성 2명과 인사를 나눈 뒤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클럽 안으로 미끄러져가듯 들어갔다. 이밖에도 30대 초반의 여성 5명, 40대 중반의 여성 3명이 택시에서 내려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족히 700평은 넘을 듯한 클럽 내부에는 화려한 조명이 반짝였고 귀청을 찢는 듯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클럽 입구 맞은 편의 무대 위에서는 무명 가수들이 20인조 밴드에 맞춰 노래를 하고 있었다. 무대 앞에는 춤을 추기 위한 넓은 플로어가 있었고 그 앞에는 250개가 넘는 손님 테이블이 있었다. 홀 가장자리에는 룸이 1,2층으로 나눠어 설치돼 있었다.


"부킹하려면 양주테이블로 가시죠"

평일인데도 홀안은 밤 10시가 되자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가득했다. 남자 손님들은 30대 중반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들로 구성됐다. 얼핏 보아서는 40대 초반이 가장 많아 보였다.

여자 손님들도 20대에서 40대 후반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주로 3~4명이 함께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단둘이나 7~8명이 무더기로 온 경우는 찾아 볼 수 없었다. 한가지 신기한 것은 대부분이 남성은 남성끼리, 여성은 여성끼리 왔지, 남녀 혼성이 되서 온 손님은 거의 없어 보였다.

남자 단체손님 사이에 20대 여성이 앉아 술시중을 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차림새나 세련된 매너가 클럽에 전속돼 있는 여종업원으로 보였다. 클럽 규모에 맞게 웨이터의 숫자도 족히 60~70명은 돼 보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웨이터들이 20대 보다는 흰 머리가 수북한 40~50대 연장자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나이와 관계없이 ‘찬호’, ‘고돌이’, ‘왕따’, ‘인터넷’ 같은 다소 식상한 닉네임 텍을 가슴에 단 채 열심히 서빙을 했다.

기자를 포함한 일행 3명을 안내한 종업원은 ‘조용필’이라는 이름의 웨이터였다. 40대 중반인 그는 홀 중앙에 앉으려 하자 “아가씨와 부킹이 잘 되길 원하시면 양주 테이블로 가시지요. 기본만 시키면 맥주 테이블과의 가격차는 7만원 밖에 나지 않습니다”하고 권했다.

홀 가장자리에 위치한 5~6인용 양주 테이블로 옮기자 작은 국산 양주 한병에 콜라, 생수, 과일 안주, 얼음, 물수건 등을 테이블로 가져왔다. 양주 테이블 기본은 16만5,000원.

이날 손님중 여성 비율은 30% 정도에 불과했다. 웨이터에게 “여자가 없어서 어디 부킹이나 제대로 되겠어”라고 너스레를 떨자 그는 “추석 연휴를 코 앞에 두고 있어 오늘은 여자 손님이 이상하게 없는 편”이라며 “평소에도 이렇게 여자 손님이 없으면 우리 클럽은 망하게요”라고 되받아쳤다.

밤 10시반이 넘으면서 클럽은 초만원을 이루었다. 형형색색의 현란한 사이키 조명과 격렬한 음악소리, 중간중간에 터지는 생일 팡파레 등으로 분위기는 극도로 고조돼 갔다.

트로트를 댄스곡으로 편곡한 것에서, 클론의 ‘초련’과 이정현의 ‘바꿔’같은 신세대 댄스곡까지 다양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무대 앞 플로어에서는 30~40대의 중년 남녀가 발딛을 틈 없이 서서 격렬하진 않지만 리듬에 맞춰 몸을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7~8곡 정도의 빠른 템포의 곡이 나온 뒤에는 예외없이 2~3곡의 느린 블루스곡이 흘러나왔다.

무명 가수들과 그룹의 노래에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면서 웨이터의 발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웨이터들은 여자 테이블에 가서 귓속말로 속삭인 뒤 이내 여자 손님을 데리고 남자 테이블로 향했다.

남자 테이블에 부킹된 여자들은 서로 술잔을 나누며 통성명을 한 뒤 무슨 내용인지 모를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성들은 30대 중반과 40대 초반이 주류를 이뤘는데 절반 이상이 가정주부로 보였다. 이중 부킹에 성공한 커플은 플로어에서 몸을 밀착한 채 은근한 동작으로 블루스를 추고 있었다.

기자 테이블을 담당하고 있는 웨이터 조용필도 무려 5번에 걸쳐 여자들을 데리고 왔다. 처음 온 3명은 직장 선후배라는 30대 후반의 여성들이었다. 압구정도에서 옷 디자인을 한다는 이들은 이벤트를 끝내고 회식차 왔다고 했다.

모두 아이를 가진 가정주부였으며 화정에 산다는 최모(37)씨는 남편이 일본 출장을 갔다고 했고, 정모(35)씨는 맞벌이 부부라 남편이 늦은 귀가를 이해해줘 걱정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여성은 자신의 끝까지 자신의 신분을 밝히길 꺼려했다. 이들은 한달에 한두번 이곳을 찾는다고 했으며 밴드가 디스코풍의 곡인 ‘청바지 아가씨’가 나오자 대뜸 “나가서 춤이나 추자”고 제안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말만 잘하면 2차는 문제없어요"

또다른 부킹 여성들은 공교롭게도 흰색 그랜저를 타고 왔던 선글라스 여인이 낀 팀이었다. 김모라는 이 여인은 생일이라 친구들과 함께 왔다고 했으며 DJ에게 자신의 33번재 생일을 축하하는 팡파레를 올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 여인은 자신이 영동시장 부근에서 가구 인테리어점을 경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은 “벌써 서너 차례 부킹을 하고 왔다”며 “웨이터가 졸라 이러저리 다니는데 기분이 상한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자정을 넘기면서 클럽 안은 남녀 짝짓기가 급피치를 올리기 시작했고 웨이터의 발길도 그만큼 바빠졌다. 이때 웨이터 조용필이 다가와 “여자들을 데리고 2차를 갈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맘에 드는 여자들이 있어 2차를 가려면 먼저 여자 테이블 비용을 내줘야 한다”며 “이곳에 온 여자 중 30~40%는 2차를 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기 때문에 말만 잘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2차 코스는 대개 제일생명 사거리나 강남역 부근의 단란주점이라고 말했다. 그곳은 **클럽, **단란주점 같은 상호가 붙지 않고 ‘자무시’등과 같이 정확한 용도를 알기 어려운 상호가 붙어있다.

이곳은 룸싸롱처럼 호화 인테리어 장식으로 꾸며져 있는데 단란주점과 유사하게 고급 양주를 팔며 은밀한 조명으로 돼 있어 분위기를 잡기에 안성맞춤이라고 그는 귀뜸해주었다. 그는 이 클럽 외에도 가정주부들이 많이 운집하는 곳으로 수유동, 잠원동, 천호동, 염창동 일대의 성인 나이트를 꼽았다.


따로따로 왔다가 나갈때는 '커플'

오전 1시 가까이 되자 짝을 맺은 커플이 하나둘씩 클럽안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3대3 커플은 뒷자리 남자 무릎에 여자들을 앉히는 식으로 6명이 한 승용차에 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손님들은 대부분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 아무 꺼리낌 없이 운전석에 앉아 음주운전을 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그 자리에서 동료들과 헤어진 뒤 남녀 파트너끼리 2차를 가는 일부 ‘속전속결형’도 눈에 띄었다.

오전 3시가 다 된 시각인데도 강남역 뒷편과 술집 접대부들이 많이 살고 있어 일명 ‘선수촌’이라고 불리는 제일생명 건너편 뒷골목은 마치 대낮처럼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단란주점과 노래방은 말할 것도 없고 삼겹살집, 횟집, 호프집, 해장국집 등에는 부킹에 성공(?)한 남녀 커플과 유흥업소 일을 마치고 나온 듯한 20대 초반의 여성으로 붐볐다. 건너편 모 아파트가 어둠에 잠겨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늦은 시각에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짝짓기 부킹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0/09/2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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