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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스타열전(28)] 서정선 마크로젠 사장 (上)

두어달 전인가, 인체의 신비가 풀렸다며 전세계가 흥분한 일이 있었다. 어떤 이는 드디어 인간이 달착륙에 이어 ‘신의 대륙’에 올랐다고 떠들었고, 인간 의 수명이 50~60년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의료계는 예측하기도 했다.

어려운 과학용어를 동원하면 인간의 유전자 코드를 찾아내는 ‘휴먼 게놈 프로젝트’(HGP:Human Genome Project, 인간이 가진 모든 유전자의 염기 서열을 파악하고 각 유전자의 역할을 규명하는 프로젝트)를 완료한 것에 불과한데 그 파장은 엄청났다.

인체를 하나의 기계로 볼 때 HGP는 인간의 몸을 움직이는 주요 부품 10만여개의 위치와 역할 등을 지도처럼 상세하게 그리는 작업쯤 된다. 그 작업이 완료되면 인체에 어떤 이상이 나타나더라도 지도를 보고 고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주요 부품이란 사람 개개인의 특징을 나타내고 질병과 노화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들을 말한다. 유전자를 구성하는 염기의 서열을 밝혀냈으니 이제 그 역할만 규명하면 지도가 완성되는 셈이다.


미생물의 염기서열 단독 분석

셀레라제노믹스의 크레그 벤터 사장이 HGP의 성공을 발표할 무렵 서울대 의과대학 연구동 별관 3층에는 심각한 회의가 열렸다. 참석자는 마크로젠의 서정선 사장 등 연구원 20여명.

주제는 미생물 ‘자이모모나스’(zymomonas)의 염기 서열 해독. 해독 그 자체가 아니라 이미 해독을 끝낸 결과를 언제 발표할 것인가라는 시기문제였다. 인간 유전자를 해독한 것은 아니지만 살아있는 생물체의 유전자 해독도 큰 뉴스였기 때문이다.

마크로젠의 해독작업 덕분에 자이모모나스는 염기서열이 밝혀진 35번째 미생물이 됐고 우리나라는 생명체의 전체 염기서열을 단독 분석한 국가(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브라질) 대열에 들어섰다.

이 프로젝트를 이끈 사람은 서정선 마크로젠 사장.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대 의대 서정선 교수로 더 유명한 학자였다.

“자이모모나스의 유전자를 분석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20여명이 6개월간 씨름해야 하고 돈도 25억원이나 드는 일이니까요. 무엇보다 다른 곳에서 먼저 분석하지나 않을까 걱정했어요. 그러면 2등인데, 생명공학 분야에서 2등은 꼴찌보다 못합니다. 돈 버리고 웃음거리만 되니까요.”

다행히 마크로젠이 셀레라의 트레이드 마크인 랜덤 샷건 방식을 이용해 자이모모나스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발표할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세계는 그 결과에 주목했다. 그래서 서 사장은 “그딴 걸 분석해서 어디에 쓰느냐”고 묻는 ‘대책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불만인 듯한 표정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 유전자 분석

어떤 생물체든 유전자 정보만 갖고 있으면 그 활용도가 엄청나게 달라진다. 자이모모나스만 해도 그렇다.

이 미생물은 당(糖)을 에너지원으로 살아가는 혐기(嫌氣)성 세균으로 강력한 발효균주다. “자이모모나스의 유전자 정보를 알고 있으면 각종 발효제품 업체의 각종 특허권이 무의미해집니다. 균주에 대해 알고 있으니 발효조건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손쉽게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지요. 비용도 적게 듭니다.

현재 자이모모나스에서 1ℓ의 알코올을 만들어내는데 통상 18센트가 드는데 염기서열을 알면 기능 연구를 통해 생산 단가를 훨씬 낮출 수 있어요.”

“자이모모나스와 같은 미생물을 5억~6억원 정도면 유전자 분석을 해줄 수 있다”는 서 사장의 마크로젠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전자 조작 생쥐를 만드는 곳으로 더 알려진 실험실 벤처기업이다. 아직도 마크로젠 매출의 대부분은 유전자 조작 생쥐 판매가 차지할 정도다. 유전자 이식생쥐는 마리당 평균 550만원대.

마크로젠의 또다른 수입원은 DNA칩이다. 이 칩은 수백, 수천개의 유전자를 고밀도로 집적, 배열해 놓은 것으로 대량의 유전자 기능을 짧은 시간에 파악할 때 쓰인다. 유전자 성분을 투여한 뒤 칩의 색깔 변화를 보고 유전자의 해석과 진단은 물론 의악품 효능 테스트나 질환 진단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전자 생쥐 생산이나 DNA칩 개발, 자이모모나스 유전자 해독 등은 궁극적으로 인간 유전자를 분석하기 위한 중간과정일 뿐이라고 서 사장은 말했다. “우리는 유전자 종합서비스 회사를 지향합니다.

인간 유전자의 기능을 파악해서 얻은 자료를 토대로 개인별로 예측, 의료 사업을 하는 것인데 예를 들면 원하는 사람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당신의 유전자 상태를 보면 1년 뒤에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당신의 유전자엔 이런 처방이 잘 듣는다’는 식으로 서비스를 하는 정보회사입니다.”

서 사장의 설명을 듣다보면 별세계에 온 것 같다. 아직 암에 걸리지도 않은 사람에게 암 경고를 내리고, 결혼하지도 않은 남녀에게 어떤 자식이 태어날 것을 예언할 수 있다니.

그 원리는 토정비결이나 사주팔자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 유전자에 대한 수많은 경우의 수를 자료로 모아두면 해당자의 유전자 상태와 가장 유사한 경우를 찾아낼 수 있고, 그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겪지 않는 한 인체는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연구비 부족으로 어려움도 겪어

그가 인간 유전자의 해독에 뛰어들게 된 것은 셀레라와의 우연한 만남 때문이다.

“1998년 5월로 기억하는데 셀레라측에서 사람을 보내왔어요. 아시아권의 게놈 연구를 의논하고 싶다는 겁니다. 약속장소로 갔더니 무려 4시간 동안 현재 진행상태와 사업 계획을 설명하더군요.” 1년전인 1997년 6월 마크로젠을 세워 유전자 이식 문제를 다뤄온 서 사장은 그때 바이오인포믹스(생명정보학)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했다.

셀레라의 성공 요인으로 여러가지를 들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돈이다. “천하의 셀레라라도 돈이 없었다면 그렇게 빠른 시간에 게놈 프로젝트를 해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서 사장은 말했다.

하지만 그가 유전자 연구를 위해 돈을 모으기란 쉽지 않았다. 셀레라측과 두번째 만났을 때는 돈줄이 완전히 말라 동고동락하던 직원 8명을 내보내야 했다. 그는 그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려온다. “투자를 약속했던 사람들이 IMF 위기로 등을 돌렸어요.

원래 30억원을 연구비로 내놓았는데 내가 싫다고 했어요. 1년에 3억~4억원이면 충분한데 30억원을 받으면 그 많은 돈을 은행에 넣어둬야 하잖아요. 그래서 10% 정도만 받았은데 이듬해 IMF가 터진 겁니다. 돈의 흐름을 생각하지 못한 탓이지요.”

돈가뭄은 1999년 중반까지 계속됐다. 그래서 코스닥을 생각했다. 문제는 경영실적. 지난 한해는 3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1998년만 해도 1,000만원 매출에 8억원 적자. 그런 기업을 코스닥에 상장시켜줄 심사위원은 없었다. 회계사마저도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서 사장은 1,230만 달러의 매출에 불과한 셀레라도 상장돼 무려 30억 달러의 회사로 컸는데 마크로젠은 왜 안되느냐는 심정으로 밀어붙였다. <계속>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0/09/2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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