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가을이 오는 소리를 '보고 만진다'

■가을맞이 콘서트 모음

가을은 콘서트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계절. 덥지도 춥지도 않은 선선한 날씨에 감성도 1년중 가장 충만해 음악이 여느 때보다 가깝게 다가온다. 대수롭지 않게 들리던 유행가 가락도 전에 없이 마음을 파고들며, 의미없이 들리던 노랫말도 어쩐지 내 이야기인 것만 같다.

신나는 음악에는 절로 몸이 들썩거리기도 한다. 올 가을, 마음에 드는 가수와 노래를 찾아 콘서트 장을 찾아가보는 건 어떨까. 가볼 만한 세 개의 콘서트를 소개한다.

잔잔한 음악에 분위기를 잡고 싶다면 이현우의 콘서트 ‘가을의 전설’이 맞는다. 1997년 ‘헤어진 다음날’로 재기에 성공한 그는 분명한 자기중심을 지닌 몇 안되는 가수. 유행에 휘말리거나 상업적 성공에 집착하기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으로 숫자에 관계없이 공감하는 사람에게 다가갈 줄 안다.

노래할 때와는 달리 어눌하지만 순수해보이는 인간성도 연예인이라는 가식과는 거리가 멀다. 데뷔 9년만에 처음으로 갖는 대형무대인 이번 공연에서는 통상적인 백밴드 외에 오케스트라와 테크노 DJ 등을 동원해 다양한 음악을 들려줄 예정.

‘매리 미’, ‘슬픈 전쟁’, ‘요즘 너는’ 외에 그가 좋아하는 잔잔한 팝송을 부른다. 또 오랜만에 그의 데뷔작인 댄스곡 ‘꿈’과 ‘이 거리엔 비가’ 등의 경쾌한 곡도 준비한다. 연인을 위한 프로포즈 이벤트 등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도 준비한다. 9월29,30일 이틀간 올림픽 공원 역도경기장. (02)365-1080

거침없는 노래, 도발적인 음악에 몸을 흔들어며 스트레스를 풀어보고 싶은 사람은 9월30일 예술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자우림과 이은미의 조인트 콘서트에서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보자. 참여연대가 주최하는 이번 공연은 ‘말 많은 세상에 던진다’는 제목처럼 말만 많고 행동은 없는 사회에서 이래저래 치이고 지친 사람을 위한 무대다.

인터넷을 통해 500명의 네티즌이 기획부터 출연자 선정까지 참여했고 그 결과 이은미와 자우림이 가장 출연시키고 싶은 가수로 뽑혔다. 맨발로 노래하는 정열의 가수 이은미와 남들이야 어떻든 재기발랄하게 세상을 향해 재잘대는 자우림이 선정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색깔은 다르지만 이들의 음악은 자유롭고 동적이기 때문이다. 이은미는 ‘기억 속으로’, ‘어떤 그리움’ 등을, 자우림은 ‘헤이 헤이 헤이’, ‘매직 카펫 라이드’ 등을 부른다. (02)723-4254

록이야말로 콘서트에 맞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면 서문탁의 콘서트가 제격이다. 록은 남자의 음악이라는, 보이지 않는 고정관념에 맞서 여성 로커로서 노래하겠다고 선언했던 서문탁. 1집에서는 남자라는 오해를 살 정도로 남성적인 외모였지만 얼마전 2집에서는 머리를 기르는 등 남자같은 여자가 아니라 자신의 여성성으로 당당하게 여자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을 도전하고 있다.

이번에 부를 노래는 ‘세발 자전거’, ‘시지프스’, ‘거침없는 사랑’ 등 다양한 록 넘버와 새로 만든 ‘사슬’, 메탈풍의 ‘바이러스’와 ‘질러 탁’ 등이다. 공연장을 뒤흔드는 연주음과 끝간데 없이 치닫는 그의 보컬이 일상의 번잡스러움과 무료함을 한꺼번에 날려줄지도 모른다. 10월6일부터 8일까지 정동 A&C. (02)2009-2992



[무용]


ㆍ신라의 빛

국립무용단은 9월22일부터 2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한국 천년의 춤’의 네번째 무대로 ‘신라의 빛’을 공연한다. 에밀레종에 얽힌 이야기를 토대로 신라의 이미지를 춤사위로 재현한다. 신임단장인 배정혜의 첫 작품이며 연출은 김효경이 맡았다. 재즈 타악기 연주자인 김대환이 음악감독 원일과 함께 작업했다. (02)2274-1173



[영화]


ㆍ파이어웍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불륜과 살인을 목격한 쌍둥이 남매 캐롤과 마티의 뒤틀린 인생을 그린 범죄 심리 스릴러물. 매춘과 외도, 치정살인, 도피 등 각종 극적 장치들이 1950년대 느와르풍의 화면에 담겨진다. 마이클 오로비츠 감독의 데뷔작.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지나 거숀과 타이타닉에서 야비한 약혼자로 나왔던 빌리 마틴이 주연했다. 9월23일 개봉.

ㆍ배니싱 트윈

언니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 여자의 기억과 자의식에 관한 영화. 임신 초기에 뱃속에서 사라지는 쌍둥이 중 한 명을 지칭하는 제목처럼 내 안의 또다른 나를 찾아간다는 아이디어는 참신하다. 반면 미스테리물의 기본조건인 탄탄한 시나리오와 치밀한 사건 전개가 미흡해 관객에게 충분한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윤태용 감독, 지수원·구필우 주연. 9월23일 개봉.

ㆍ뉴욕의 가을

리처드 기어, 위노나 라이더 주연의 잔잔한 멜로 영화. 언제나 완벽한 조건의 남자로 나오는 리처드 기어가 이번에도 사랑만 빼고 모든 것을 다 갖춘 고급 레스토랑 경영자로 분해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용기와 명랑함을 잃지않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눈을 떠간다. 두 사람이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뉴욕의 다양한 모습도 볼거리. 배우에서 전업한 중국계 감독 조안 첸의 두번째 작품. 9월23일 개봉.



[연극]


ㆍ사천의 착한 사람

익숙한 형식이나 가치관을 전복시켜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도록 만드는 브레히트의 전형적인 작품. 그가 던지는 질문은 착하게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다. 극중 인물을 통해 그가 제시하는 대답은 나쁜 인간을 만드는 건 물질만능의 현대사회라는 ‘구조’라는 것. 김을동 박봉서 여무영 이항나 등이 출연한다. 최형인 번역, 김아라 연출. 9월21일부터 10월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소극장. (02)399-1647

ㆍ화성인

일체의 대사가 없는 비언어극. 대신 무용, 애니메이션 영상, 전자 센서 등이 배우와 관객을 잇는 도구가 된다. 새로운 연극에 대한 시도가 참신하며 화성으로 출발하는 우주열차의 안팎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엮어진 줄거리도 기발하다. 심철종 연출, 이민호 윤석희 이자경 등 출연. 9월19일~10월15일 씨어터제로. (02)338-9240

ㆍ시그 콘서트

시그(Theag)는 연극(Theater)와 개그(Gag)의 합성어로 주인공인 개그맨 표영호가 만들어낸 말이다. 코믹극보다 개그콘서트에 보다 더 가깝되 관객이 직접 공연에 참여하는, 열린 연극을 지향한다. 웃음과 함께 사회 전반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곁들인다. 한재진 이창욱 장세욱이 함께 무대에 선다. 10월10일까지 미리내 소극장. (02)745-6670



[음악회]


ㆍ남수지 바이올린 독주회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립음대에서 유학한 바이올리니스트 남수지의 귀국 독주회.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사장조,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4번, 에뢰드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프로코피에프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이 레퍼토리. 반주는 최승혜가 맡는다. 9월23일 오후7시30분 호암아트홀. (02)391-2822

ㆍ브람스 페스티벌 1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마련한 브람스 페스티벌의 첫번째 공연. 낭만파의 거장인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과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음악적 스승이었던 슈만의 어린이 정경 중 제7번 트로이 메라이, 슈만의 평생연인이었던 클라라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를 연주한다. 최희연이 협연하는 클라라 슈만의 작품은 국내 초연. 9월23일 오후 6시 LG아트 센터. (02)2005-0114

ㆍ이화 쳄버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지난 5월 이화여대 음대 동문이 모여 결성한 여성 쳄버 오케스트라의 두번째 무대. 이번에는 바하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과 5번 등을 연주한다. 배종선 최인형(이상 플룻) 장현정(바이올린) 강혜정(합시코드)이 협연하며 지휘는 이대 음대 기악학부 김기순 교수가 맡는다. 9월24일 오후 7시30분 호암아트홀. (02)583-6295





◆ 세계통과의례 페스티벌 2000


9월29일부터 10월3일까지 세계 각국의 통과의례를 볼 수 있는 축제가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열린다. ‘세계 통과의례 페스티벌 2000’이라는 이번 행사는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각 나라의 관혼상제와 세시풍속을 공연 형식으로 풀어낸다. 이애주와 전통춤회, 이광수 풍물굿패, 민속악회 시나위, 유진규네 몸짓 등 국내 공연단의 다양한 무대 외에 인도네시아 발리의 민속예술단과 중국 윈난성 후아떵 예술단의 혼례와 성인식 무대 등도 볼 수 있다. 무료 전통 궁중혼례, 도전 열두고개, 죽음체험 등 다양한 참여행사도 마련된다. (02)2296-5751

■한국영상자료원은 9월22일,23일 이틀간 포르투갈 대사관과 공동으로 ‘포르투갈 영화제’를 연다. 이번에 선보일 작품은 아시아에 대한 포르투갈인의 생각과 감성을 주제로 한다. 마르가리다 카르도주 감독의 ‘두 마리의 용’(1997), 루이스 필리프 호샤의 ‘사랑 그리고 발가락’(1991), 크리스티앙 보우스타니의 ‘여행’(1997), 그리고 파울루 호샤의 ‘구원자’(1988) 등 네 편이다. 문의전화 (02)521-3147



김지영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9/20 23:37


김지영 주간한국부 koshaq@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