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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처'를 꿈꾸는 추미애

`한국의 대처'를 꿈꾸는 추미애

정치적 가능성 지닌 '대기', 여성 최초 총재비서실장

민주당의 소장파 여성 정치인 추미애 의원이 어느 지역출신인지 알아내는 데는 별로 어려움이 없다. 그녀의 독특한 억양이 “나는 대구·경북(TK) 출신입니다”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경북여고를 졸업했다.

한양대 법학과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 정치권에 입문하기 전에는 판사 생활을 했다. 역시 변호사인 남편 서성환씨도 한양대 출신이어서 말하자면 `캠퍼스 커플'이었던 셈이다. 추 의원이 현재 만42세니까 4년전 15대 총선때 서울 광진을구에서 첫 금배지를 달았던 때는 38세였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16대 국회에서도 그녀는 광진을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정치인으로서는, 그것도 여성 정치인으로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엔 민주당 총재이기도 한 김대중 대통령의 `총재 비서실장'이 됐다. 김한길 의원이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입각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메운 것이다. 총재 비서실장의 역할은 지난해 동교동계 실세인 김옥두 의원(현 사무총장)이 자리를 차지하면서부터 관심의 대상이 돼왔다.

김 의원은 실세답게 총재 비서실장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하던 과거 정권 때의 관행을 부활시켰다.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 수행하던 관행도 있었으나 그것만은 바로 `동교동계'라는 이유 때문에 부활시키지 못했다.

김 의원은 `386세대'의 대표주자인 김민석 의원에게 바통을 넘겼고 김민석 의원의 뒤는 `잘 나가는 40대'인 김한길 의원이 이었다. 추 의원도 40대니까 김옥두 의원 다음으로는 모두 소장파 의원들이 총재 비서실장을 맡게 된 셈이다.


"당과 청와대 가교 역할 하겠다" 의욕

당 안팎에서는 총재 비서실장이라는 자리는 누가 임명되느냐에 따라 그 역할이 달라진다고들 얘기한다. 실세형은 실세형의 역할을 하게 되고 실무형은 실무형의 범위에 한정된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별로 하는 일 없이 조용히 있어도 누가 특별히 문제를 삼지도 않는 자리가 바로 총재 비서실장이다. 이런 자리에 추 의원은 벌써부터 상당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일주일에 3일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 나머지 3일은 당 간부회의에 참석하면서 당과 청와대의 가교역할을 톡톡히 하겠다고 포부가 대단하다.

추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활동하면서 일해온 스타일을 되새겨보면 그녀의 말이 `빈말'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추 의원이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총재 비서실장에 임명됐을 때 다소 놀라는 사람은 있었지만 그 자격을 문제삼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추 의원을 평가할 때 보통 “당차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물론 `여성으로서 당차다'는 의미가 함축된 말이다. 그러나 이같은 평가는 추 의원이 가장 싫8?어하는 대목에 속한다. 추 의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여성이기를 거부하는 여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부연하자면 `여성치고는 능력도 있고 일솜씨도 괜찮다'는 뜻의 얘기가 듣기 싫은 것이다.

추 의원의 이러한 증세는 좀 심한 편이다. 지난 8월30일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의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했던 추 의원은 다른 후보자보다 다소 늦게 출사표를 던지면서 “여성이 아닌 소장파의 한 사람으로 출마하는 것”임을 누누이 강조했다.

당시 남성 소장파로 분류됐던 정동영·김민석 의원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트로이카'로 불렸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추 의원이 초지일관으로 자신의 `여성성'을 거부했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경선 막판에 당선 가능성이 적어지면서부터는 여성 대의원 표를 의식,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외치고 다녔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한계를 감안하고도 그녀는, 아니 그는 여전히 당차다. 추 의원을 정치권에 입문시킨 사람은 민주당 정대철 최고위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최고위원은 “15대 총선에서 추 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지원유세를 하고 다니다 보니 정작 내가 떨어졌다”는 얘기를 입버릇처럼 하고 다닌다.

정 최고위원이 애쓴 탓인지는 몰라도 추 의원은 15대에서 당선됐지만 처음부터 김대중 대통령이 눈여겨봤던 대상은 아니었던 듯 싶다. 김 대통령은 당시만 해도 추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낮게 보고 공천주기를 꺼려했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그런데 `속 편한 전국구'에 배려하겠다븛m?? 제의를 거절하고 굳이 지역구에 나가서 싸우겠다고 한 사람이 바로 추 의원이다. 민주당 여성 최고위원인 신낙균 최고위원이 15대에서 전국구를 받은 데 이어 16대에서 다시 전국구를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다가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원외로 밀려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성숙함' 더해가는 소장파 정치인

추 의원은 또 한가지 목표를 세우면 상당한 집요함을 발휘하기도 한다. 제주도 4.3 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세운 공로는 남다르다. 추 의원은 아마도 제주도 도민이 가장 인정해주는 의원일 것이다.

지난해 옷로비 사건 때는 당론과 달리 특검제 수용을 주장해 당 지도부를 깜짝 놀라게 했었다. 다만 지난 9월15일에 있었던 민주당 소장파 `13인의 반란' 때에 추 의원은 튀는 언행을 하기 보다는 다른 초·재선 의원의 발언에 제동을 걸고 김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신중함을 보였다.

그래도 이를 두고 `별수 없는 눈치보기'라고 말하는 사람보다는 `정치적 성숙함'이라고 말해 주는 사람이 아직은 더 많은 것 같다.

민주당 내에서 추 의원의 희소가치를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TK 출신 여성 정치인이면서 서울에 지역구를 갖고 있는 40대 초반의 소장파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미모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어디가나 눈에 띄기 마련이다.

또 이런 희소가치가 (본인은 정말 인정하기 싫겠지만) 민주당 내에서 추 의원의 현재의 위치를 만들어준 측면도 없지 않다. 결론적으로 추 의원은 여성으로서든, 정치인으로서든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지니면서도 가능성이 한계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는 많지 않은 경우에 속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고태성 정치부 기자 tsgo@hk.co.kr

입력시간 2000/10/0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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