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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이 일본 패션을 움직인다

동대문이 일본 패션을 움직인다

도쿄에 '동대문 시장'개설, 일본시장 본격 공략

`일본을 잡아라.' 동대문시장 상인의 `남벌(南伐)바람'이 거세다. 국내 최대 재래시장 동대문이 일본 패션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일본만 잡으면 장사 걱정이 줄어들어요. 일본으로 수출하는 옷은 값도 비싸게 받고 한번에 1만장 넘게 수출할 만큼 물량도 많기 때문에 이곳 상인은 일본에 안정적 거래선을 확보하기 위해 무지 애를 써요.” 동대문 시장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김윤정씨는 동대문의 일본 진출 붐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더욱이 동대문의 남진(南進) 열기가 뜨거워지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본 바이어를 통한 납품 정도에 머물렀던 동대문의 일본 수출이 최근에는 현지에 판매 매장을 직접 운영하는 적극적 방식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김양희 박사는 “매출에서 일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동대문 상인이 현지 소비자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고 유행에 민감하게 대처하려는 전략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일본 7개 도시에 시장개설 예정

동대문시장 상인들은 지난 8월30일 일본의 마켓프로덕션과 합작으로 일본 젊은층의 패션 중심지로 통하는 도쿄 시부야에 한글 상호로 동대문 시장을 열었다.

40여명의 상인이 참여한 시부야의 동대문시장은 60개 정도의 점포를 갖추고 국내와 똑같은 제품과 매장 인테리어로 일본 영캐주얼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마켓프로덕션의 정수찬(36) 한국지사장은 “중저가 영캐주얼의 경우 인건비가 비싼 일본보다 20% 정도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어 성공 확률이 높다.

내년 9월쯤엔 월 20억 상당의 매출을 무난히 달성한 것으로 기대한다”며 일본 시장 공략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마켓프로덕션은 2003년까지 요코하마, 나고야, 오사카 등 7곳에 비슷한 규모의 `동대문 시장'을 열 계획이다.

FKBN(Fashion Korea Business Network)은 일본의 라포레 백화점과 공동으로 10월 4일부터 이틀간 일본 라포레 하라주꾸 뮤지엄에서 도교-한국 패션전시회(TKFF, Tokyo Korean Fashion Fair)을 열 예정이다. 30여개 업체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회는 현지 바이어에게 동대문 의류업체의 품질력과 디자인 실력을 보이고 일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프레야타운도 현재 일본 현지에 판매 매장을 계획하고 있으며 준비작업으로 8월19일 일본 현지에 시장 조사팀을 파견하기도 했다.

프레야타운은 일본과는 환율차가 커서 상당한 이익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우수한 디자인과 품질을 갖춘 트랜드성 제품을 앞세워 일본 시장에 입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프레야타운 홍보실의 고은씨는 “현재 일본 젊은이 사이에 한번 입은 옷은 절대 세탁하지 않고 버리는 게 유행이어서 저렴하고 디자인이 좋은 동대문 제품이 더욱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외에 밀리오레와 두산 타워도 일본 진출을 검토하고 있으며 `비즈비즈'나 `감각의 제국' 같은 소형 업체들도 개별적으로 일본 상인과 접촉하고 있다.


서울시 등도 일본 진출 적극 도와

서울시는 수시로 패션 전시회를 열어 이들이 일본 상인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 무역협회도 프레야타운 지하에 지난해부터 외국인 구매 안내소를 만들어 동대문 상인의 외국 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특히 외국인 안내소는 일본과 국내의 주요 관광 안내소에 동대문 소개 책자를 배포하고 있으며 일본인 바이어들을 위해 호텔을 잡는 일부터 화물 배송까지 수출에 관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인 안내소는 현재 일본 큐슈지역의 사가시(市)의 중앙 상가번영회장과 쇼핑몰 건설에 대해 협의중이다.

동대문 시장의 일본 진출은 현지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으며 반응도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국인 구매 안내소의 고동철 소장은 “해외진출을 통해 동대문 쇼핑몰 과잉현상을 해소하려는 국내 상인의 의도와 침체된 지방 경기를 살리기 위해 국내 쇼핑몰 유치에 적극적인 일본의 태도가 잘 맞아 떨어져 호응을 얻고 있다”고 평가한다.

일본의 의류산업 관련 신문인 센켄신문도 `동대문이 한국 옷수출의 전진기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내용의 9월9일자 기사에서 “동대문이 21세기에 우수한 디자인의 옷을 조달하는 공급시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가격·디자인에서 충분한 경쟁력

게다가 동대문 제품은 개성있는 디자인 개발과 적극적 마케팅으로 일본의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전까지 저가전략으8?로 일본 시장에 진출했던 동대문 상인들이 최근엔 디자인을 향상시켜 제품을 고급화하고 높은 이윤을 남기려는 쪽으로 마케팅 방식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

단순히 외국 패션잡지를 베끼거나 유명 브랜드 제품을 복제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각 점포마다 전문 디자이너를 고용해서 독창적 디자인과 높은 품질로써 승부를 걸고 있다. 이미 국내에도 꽤 알려진 `문군', `물' 등도 동대문에서 탄생시킨 브랜드다. 이제는 동대문이 만들어낸 새로운 디자인이 일본 중저가 패션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기도 한다.

FKBN의 박경주 실장은 “지금까지 해온 OEM 생산 방식이나 원단 수출은 후진적이고 부가가치도 낮다”며 “일본은 브랜드보다는 디자인과 유행에 따라 소비하기 때문에 디자인으로 승부해야 한다. 동대문에 실력을 갖춘 젊은 디자이너들이 몰려들고 있어 일본 시장에서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동대문에서 활약하고 있는 디자이너만 1만명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대부분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졸업한지 얼마되지 않은 젊은 세대다.


최단시간에 최첨단유행 양산

동대문의 변화에는 저가의 중국산과 동남 아시아산 의류가 밀려들고 있는 일본 의류 시장에서 가격으로는 더이상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위기감도 한몫 했다. 짧은 시간에 새로운 유행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 또한 일본 상인이 동대문 제품을 선호하는 한 요인이다.

동대문은 첨단 유행에 부합하는 옷을 3~4일 만에, 빠르면 그 다음날에도 생산할 수 있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곳이다. 일본은 유통구조가 복잡하고 다단계여서 이처럼 븛m¹ 른 시간 내에 신제품을 출고할 수가 없다.

외국인 구매 안내소는 동대문 상인들이 지난해 수출한 총액이 19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며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동철 소장은 “그중에서 일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0% 정도”라고 말했고 시부야의 영 캐주얼 시장은 “이미 동대문에서 생산된 제품이 70% 가량 점유하고 있다”고 전한다.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baram@hk.co.kr

입력시간 2000/10/0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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