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통하는 세상 'T-커머스'

온라인 비즈니스의 핵, 21세기 상거래 수단으로 급부상

`한 소녀가 거실 소파에 누워 TV의 축구중계를 시청한다. 소녀는 경기를 보면서 지난 경기 결과가 궁금해지자 화면 구석에 있는 아이콘을 클릭한다.

그러자 전(前)경기에 대한 상세한 자료가 작은 화면으로 나타난다. 경기를 시청하면서 중간 중간 선수 개개인의 시즌 성적과 컨디션도 확인한다. 그녀는 또 TV로 엄마와 화상통화를 하고 세계의 모든 교통 정보와 날씨 정보도 스크린을 통해 손쉽게 얻는다.'

일본의 NHK가 21세기 TV의 미래에 관해 제작한 가상 프로그램의 내용이다. 그야말로 TV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는 세상이다.

`더이상 TV를 바보상자라 부르지 마라. 이제는 T-커머스 시대다.' 요즘 이같은 말이 디지털 산업계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오락 프로그램에 치중해 바보상자로 불리던 TV가 21세기 온라인 비즈니스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E-커머스에 이어 휴대폰을 이용한 M-커머스가 뜨더니 최근엔 TV를 매개로 한 비즈니스 모델인 T-커머스가 이들을 능가할 새로운 상거래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TV로 인터넷·홈뱅킹 등 각종 서비스 가능

TV가 온라인 비즈니스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된 것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셋8?톱박스 하나만 부착하면 기존의 일반TV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

셋톱박스는 인터넷의 디지털 신호를 TV에 맞게 변환해 주는 장치로서 이를 사용하면TV에서 인터넷은 물론이고 홈뱅킹, 주식 거래 및 각종 교육서비스가 가능해 진다.

그렇다면 T-커머스가 E-커머스나 M-커머스보다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T-커머스가 주목받는 이유 중의 첫번째로 TV의 친숙함을 꼽는다. 리모콘만 다룰 수 있다면 어린 아이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TV는 이미 모든 사람의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전세계 가정의 대부분이 적어도 한두 대는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1인당 한대씩 개인화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만 해도 현재까지1,500만대가 넘는 TV가 보급돼 있고 해마다 230만대 정도가 새로 팔린다.

세계적으로는 약 20억대 정도가 보급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매년 1억4,000만대 규모의 신규 수요가 형성된다. 게다가 실질적 구매력을 가진 30대 이상의 중장년층은 휴대폰이나 컴퓨터보다 TV에 익숙하다. 휴대폰이나 인터넷을 자주 사용하는 소비자는 아직까지는 소비능력이 약한10대와 20대가 대부분인 실정이다.

그 결과 E-커머스나 M-커머스의 영역은 문자 메시지나 간단한 검색, 소규모의 구매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T-커머스는 홈뱅킹, 증권 투자, 원격진료, 홈쇼핑 등 주요 경제활동과 연관해 그 파급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경제적 성공의 요건이 잘 갖춰진 TV가 디지털 기술이라는 날개를 달고 급격한 속도로 네트워크를 이루자 벤처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보안프로그램 마련, 본격 경쟁 막 올라

국내에 T-커머스의 개념이 도입된 것은 1998년 9월 인터넷 TV 네트웍스사가 초기 단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부터.

하지만 당시 국내에 경제사정이 어려워 사람의 관심을 끌지 못했으며 TV상거래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보안 프로그램도 갖춰지지 않아 홈쇼핑, 홈뱅킹 같은 전자 상거래를 시작하기에는 아직 기술이 완벽하지 못했다.

한동안 지지 부진하던 국내 T-커머스 시장은 지난해부터 경제 상황이 호전되고 올 8월 보안 프로그램까지 마련되자 관련 업체들이 본격적인 기지개를 켜고 있다. 뉴스, 교육, 재테크 정보 등 120여 개의 콘텐츠를 공급해오던 인터넷 TV네트웍스는 8월말부터 증권거래, 쇼핑, 홈뱅킹, 화상 통화 등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며 T-커머스 시장에 제일 먼저 뛰어들었다.

이외에 티콤넷, 홈 TV 인터넷, 클릭 TV, 한국 웹 TV 등 여러 업체들이 TV로 인터넷을 가능케 하는 셋톱박스를 개발해 인터넷과 T-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삼성전자는 인터넷 TV네트웍스와 합작해 셋톱박스가 내장된 150만원대 인터넷 TV를 선보였으며 LG도 내년초쯤 비슷한 모델을 시판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도 T-커머스의 열풸??은 대단하다. 유럽은 올초 쌍방향 정보교류가 가능한 특수 소프트웨어를 TV에 설치해 원하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화면 한쪽에 등장하는 상품의 아이콘을 클릭, 구입주문을 내거나 각종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상거래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피자 주문, 일용품 쇼핑, 금융 서비스, 연극 공연 티켓 예매 등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활동을 TV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유럽에 비하면 아직 준비 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미국도 마이크로소프트(MS), AOL 등 글로벌 기업들이 T-커머스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세계 최대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인 MS가 컴퓨터가 아닌 TV 사업에 진출했다는 점은 기업들이T-커머스 시장을 `21세기의 새로운 금맥'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일본의 대형 시중 은행도 TV 홈뱅킹 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T-커머스 흐름에 동참했다. 전문가들은 2004년께 TV를 이용한 상거래 규모가 1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시장 갈수록 확대, 인프라 구축이 문제

하지만 아직까지는 해결해야 할 점이 많이 있다. T-커머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셋톱박스나 인터넷 TV의 가격이 대중화되고 통신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50만~60만원 하는 셋톱박스는 일반 가정에는 다소 부담스럽다.

또 인터넷 TV 보급에 중요한 요소인 초고속 광통신망의 확충도 시급하다. 인터넷TV 네트웍스 임수길 홍보부장은 “미흡한 점이 많지만 T-커머스는 일시적으로 반짝하는 현상이 아니라 시대적 대세”라며 “앞으로 디지털 TV사업과 맞물려 2005년쯤이면 국내 시장 규모만 10조원에 달해 E-커머스나 M-커머스를 앞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 TV 네트웍스와 삼성은 올해 인터넷 셋톱박스가 10만~15만 대 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10/04 19:39


송기희 주간한국부 bara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