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 서울 중랑구 신내동(新內洞)

신내동(新內洞)은 본디 경기도 양주군 구리면 지역으로 일제치하인 1914년 4월1일 경기도 구역획정 때 내곡(內谷), 신현(新峴), 내후능(內後陵)을 합하여 신현과 내후능의 머릿글자를 각각 따서 `신내'(新內)라 한 것이 오늘의 땅이름이다. 그뒤 1963년 1월1일 서울특별시에 편입돼 `새안골', 즉 신내동(新內洞)이 됐다.

여기서 `신현'은 새고개. 새고개는 `산과 산 사이에 있는 고개'라는 뜻으로 `사잇고개→샛고개→새고개→신현(新峴)'이 된 것이다.

이런 예는 얼마든지 있다. 이를테면 조령관문(鳥嶺關門:주홀관문)이 있는 문경 새재의 경우 흔히 `고개가 높아 새도 쉬어넘는다' 또는 `새가 많아서…'라는 등의 말을 갖다붙여 `새재→조령'(鳥嶺)으로 됐다 하나, 실은 알고 보면 산과 산 사이에 있는 `사잇재→ 샛재'의 뜻이다.

또 내후능은 능말(陵村:동구능)에서 비롯된 것인데, 동구능 뒤쪽의 안마을을 뜻한다.

봉화산과 화랑대를 동서로 쥐고 있는 신내동은 맛이 좋기로 이름난 먹골배밭에 농사용 비닐하우스까지 총총히 들어서 있던 구릉지로, 대규모 아파트단지 설립 계획이 확정되면서 1993년부터 본격적으로 철거 및 택지정지 작업이 시작돼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시가지로 변모했다.

먹골배밭으로 잘 알려진 이 지역에 개발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0년 3월 건설부가 이 지역을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하면서부터다.

서울시가 타당성 검토를 거쳐 1991년 12월 택지개발 실시계획을 고시하고 1993년부터 사업에 착수한 것이 흔히 말하는 `신내 지구택지개발사업'이다. 신내지구는 총 31만3,800여평의 땅에 모두 1만912가구의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건설됐다.

'고향은/ 노고지리가 초록빛 꿈을 꾸는/ 하늘을 가졌다.// 폴폴 날리는 아지랑이를 호흡하여/ 실냉이도 자라고/ 할미꽃 진달래 송이송이 자라고// 태고적 어느 신화의 여신이 속삭였다는/ 사랑의 밀봉(密峰)의 울안처럼/ 왱왱 풍성하다.// 언덕을 지내고 시내를 건너고/ 봄은 노래 맞아/ 고향으로 간다./ 고향은// 아직도 내마음에/ 너그럽다.'

고 김수돈(金洙敦)은 `고향'을 노래했지만 먹골은 이제 김수돈의 그런 고향은 아닐 것 같다. 서울 동부에서 주거환경과 교통여건이 최상급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 됐다. 북쪽으로 육군사관학교, 서쪽으로 봉화산 근린 공원, 동북쪽으로는 그린벨트가 비단처럼 둘러져 있어 3방향이 녹지로 둘러싸여 있다.

`신내'라는 땅이름은 비록 신현과 내후릉의 복합 땅이름이지만, 뽕나무밭이 아닌, 배나무밭이 변해 아파트단지가 이룩된, 그야말로 `이전변옥'(李田碧屋)이다.

아파트가 밀림을 이루는 그날, 옛 먹골배의 감칠 맛은 전설 속으로 사라지고 먹골배가 생산되던 그 자리엔 또다른 맛의 젊음의 먹거리 문화거리가 형성되고 있다. 그리고 `신내'(新內)라는 이름처럼 `새안골 마을(타운)'이 이루어졌으니…. `신내동'(新內洞)이라는 땅이름 탓일까!

<이홍환 한국땅이름학회 이사>

입력시간 2000/10/0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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