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27)] 에너지 위기, 클린시티운동으로 탈출

비산유국인 우리나라는 국제 원유가의 폭등이 있을 때마다 나라 전체가 휘청거릴 수 밖에 없다. 우리 나라의 지난해 경제 규모는 세계 13위였지만 석유소비는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러시아에 이어 6위였다. 유가파동 때면 어김없이 에너지 절약을 부르짖을만 하다.

하지만 이제는 시각을 달리해야한다. 결코 절약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소비추세라면 45년 정도면 지구의 기름은 바닥이 나고 만다. 절약보다 더 시급한 것이 바로 대체에너지의 개발이라는 말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팔짱끼고 절약타령만 하는 사이에,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에 대응하는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클린시티(Clean City) 프로그램이다.

언뜻 보면 도시를 청결하게 하자는 말처럼 보이지만, 차원이 다른 말이다. 클린시티운동은 미국 에너지부에서 대체연료자동차(AFVs; alternative fuel vehicles)의 사용을 권장하고, 대체에너지의 전국적 인프라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운동이다.

그 세부 과제로는 대체에너지와 관련한 새로운 직장과 상업적 기회의 창출, 대체연료 자동차의 생산과 전환, 지역의 에너지 절약 촉진, 신기술 개발, 청정 에너지 인프라 구축, 청정 에너지에 대한 국민의 이해증진, 맑은 공기의 확보 등을 채택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지역내 기업, 정부, 환경단체, 개인 등 3,000여 기관단체가 자원봉사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또 정부와 지역이 연합하여 협력 네트웍을 구축하고, 대체연료산업의 발전을 돕고, 각 지역의 고유한 문제 해결을 위한 비법을 공유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국가이윤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대체에너지를 바이오 디젤, 연료전지, 에탄올, 수소, 메탄올, 천연가스(CNG/LNG), 프로판가스(LPG), P-시리즈, 태양전지 등으로 분류하고, 이들 기술개발에 막대한 투자와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미국의 연방정부, 주정부, 지역수준에서 다양한 인센티브와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 대체연료자동차의 구매 및 전환의8? 경우, 차종에 따라 2,000-5,000달러의 연방 소득세 감면, 전기 자동차는 4,000달러의 소득세 혜택을 준다.

대체에너지 자동차에 대해 2002년에는 자동차세를 25% 감면, 2003년에는 50% 감면, 2004년에는 75%까지 감면한다고 한다. 또한 대체에너지 시설에서 생산된 전기에 대해서는 세금을 감면해줄 뿐 아니라 정부에서 고가로 매입한다.

각 주정부는 에너지 보존, 에너지 수요 감소, 수입원유 의존도 감소를 위하여 각종 프로젝트에 투자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정부 자동차, 택시, 대중교통 등에 대한 대체에너지의 사용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런 식으로 오는 2010년까지 전체 자동차의 10%를 대체에너지 자동차로 전환하겠다는게 목표다.

뉴질랜드는 전체 에너지의 14%를 대체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대기오염 방지 및 지속적인 고유가에 대비하기 위해 2010년까지 전체 전력 수요의 21%를 풍력 태양열 수력 조력(潮力)등 대체에너지로 충당하도록 의무화하는 "EU에너지 규정"을 입안 중에 있다.

우리 나라의 실정은 어떠한가? 그 동안 우리나라의 에너지절약 기술은 대체로 상용화 단계에서 경제성을 이유로 폐기되기 일쑤였다.

유가파동이 있으면 잠깐 중요성을 언급하다가 유가가 진정되면 당장에 외면당했다. 대체에너지 개발 및 사용자에 대한 혜택도 없는 실정이다. 대체에너지 개발은 비산유국인 우리나라가 "신 산유국"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외국에 비해 5-15년의 기술격차가 있는 대체에너지 기술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우리는 머지 않아 다시 에너지 식민지가 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야만 한다. 집중적인 투자와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입력시간 2000/10/0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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