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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볼보와 포르쉐

[어제와 오늘] 볼보와 포르쉐

21세기 들어 첫번째로 있게 되는 미국 대통령선거의 후보 TV토론은 새로운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10월4일에 있었던 토론 직후 CNN-USA투데이 여론조사는 고어 48%, 부시 41%였다.

그러나 NBC의 앵커 톰 브로커의 말대로 이 여론조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는 “진짜 여론은 이를 지켜본 유권자들이 이웃이나 동료들과 만나 의견을 나눈후 누가 잘했나, 누가 신뢰할만한가를 결정한 후에야 나온다”고 분석했다.

그래선지 CNN-USA 투데이-갤럽이 6일 조사한 결과는 첫번째 조사 때와 달랐다. 부시가 고어에게 47%대45%로 승리할 것이라고 나왔다. 또한 토론회와 그동안의 선거운동에서 부각된 두 후보의 정직성과 신뢰성 면에서는 부시가 67%, 고어가 54%를 얻었다. 응답자 10명중 6명이 “고어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아무 공약이나 마구 이야기한다”고 답했다. 부시에게는 4명이 “그렇다”고 했다.

토론이 끝난 후 소위 `자유주의 언론인'이라고 자부하는 정치평론가들은 부시가 근소하게 고어를 앞질렀고 “3일 저녁은 그의 밤이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부시는 엉뚱한 용어를 쓰지 않았고 시종 믿을만한 몸짓을 했고 달변인 고어에게 진지하게 하게 질문하는 충실성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고어는 너무 이야기를 잘했다. 시청자를 교실에 몰아놓고 미국의 정책을 강의하듯 설명했다.

부시의 상징인 엉큼한 웃음도 가끔 띄웠고 부시가 못난이인것처럼 잔인하게 다루기도 했다. 그것은 유권자들이 느끼고 있던, 고어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지 못하는 것이었다. 부시는 이 관념을 깼기에 고어에 지지 않는 토론을 했다는게 주요 평론가의 결론이었다.

토론이 있기 전날 보수주의적인 허스트계 신문 샌프란시스코 이그제미너는 `후보들, 편안한 마음으로'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1960년 닉슨과 케네디의 TV토론의 악몽이 부시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사설이었다. 닉슨이 이 토론에서 실패한 것은 땀을 뻘뻘 흘렸다거나 하오5시경 돋아나는 수염을 깍지 않고 나왔기 때문이 아니었다.

케네디가 편안하고 조용하고 확신에 찬 얼굴을 보인데 비해 닉슨은 불안함 그 자체였다. 문명비평가 맥루한이 지적한 것처럼 TV는 차거운 얼굴을 좋아하며 흥분하거나 열받은 얼굴을 싫어한다. 닉슨이 라디오 토론에 나왔다면 아마 이겼을 것이다. 이 신문의 사설은 두 후보는 마음 푹 놓고 차가운 얼굴로 TV에 나가라고 권고했다.

이 신문은 토론이 있은 다음날 사설에서 “부시, 라운드에 승리. 텍사스 주지사는 차분히 링에 올라 부통령에 맞서 자기소신을 극명하게 밝혔다”고 썼다.

많은 `자유주의 언론'은 부시가 다혈질이고 지식이 부족하고 지도력이 없는 `아메리카 귀족'의 아들로 보고 있다. 고어는 부시보다는 지적이고 경험이 많으며 지도력도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보는 두 후보에 대한 생각은 색 다르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매조리 윌리엄스는 언론과는 다른, 유권자의 인식이 이번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궁금해하고 있다. 윌리엄스에 의하면 미국 자동차판매업자협회의 여론조사로는 `고어와 부시가 판매상일 때 누구에게서 차를 사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58%가 고어를, 41%가 부시를 택했다.

또 차종으로 보면 고어는 `볼보', 부시는 `포르쉐911'라고 답했다. 윌리엄스는 볼보와 포르쉐의 차이가 바로 두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인식차이로 보고 있다.

볼보는 `어머니의 차'라고 불릴 정도로 여성이 좋아하는 차다. 안정성이 높고 상자형이고 엔진은 강력하다. 카우보이의 장화신발 같은 차다. 반면 포르쉐는 남성용 차다. 차소리가 요란하고 색깔도 산뜻하며 열정적이다.

안정성도 높아 곧 주식시장의 투자대상이다. 윌리엄스는 `포르쉐의 남성다움과 화려함'이 `볼보의 여성다움과 안정'을 넘어 21세기에 변화를 불러오지 않을까 보고 있다. 그 증거가 이번 토론에서 나타난 부시의 승리다.

11월의 대선이 멀지 않았다. 볼보가 이길지 포르쉐가 이길지 지켜볼 일이다.

입력시간 2000/10/10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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