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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의 야망 "JP 다음엔 나"

강창희의 야망 "JP 다음엔 나"

충청권 맹주 노리며 정치영역 확장

자민련의 강창희 의원. 거침없는 말투와 고집스러울 만큼 분명한 태도로 자민련에서 김종필(JP) 명예총재 못지않게 뉴스를 몰고다닌다. 육군 중령으로 예편, 37세에 금배지를 단 뒤 현재 5선. 군출신으로 드물게 성공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늘 관심의 초점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 JP가 당내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놓지 못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지난 5월 JP가 이한동 총재를 총리에 추천, 민주당과 공조를 복원했다고 제주까지 쫓아가 삿대질한 그를 두고 “스트레이트적 인간”이라고 손을 내저었을까. 그 역시 이에 뒤질세라 “JP와 나는 철학이 다르다”며 JP와의 상하관계를 분명하게 부인했다.


“내 스스로 갈길 갈뿐”

JP와의 미묘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당내에서 JP를 이을 충청권 대표주자 1순위로 거명된다.

물론 본인은 한사코 부정한다. “내가 JP의 후계자라고. 그런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마라. 나는 어느 누구의 후계자도 아니다. 내 스스로 갈 길을 갈 뿐이다.” JP와의 관계를 물을 때면 거침없이 나오는 말이다.

차세대 충청권 대표주자를 노리긴 하지만 JP의 그늘이 아닌 홀로서기를 통해 이루겠다는 당찬 자신감이다. 어쩌면 이런 당참이 오히려 JP가 그를 놓지 못하는 이유인지도 모르지만.

강 의원이 JP와 관계를 맺은 것은 사실 얼마되지 않는다. 14대 국회 말인 1995년 무소속에서 자민련으로 입당한게 첫 인연이었다.

하지만 짧은 인연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내 누구보다도 JP와 애증이 교차하는 깊은 관계를 만들어냈다. 까마득한 육사 후배에다 20년 연하임에도 호락호락하지 않는 그에게서 JP가 젊은 시절 자신의 패기를 느낀 것도 큰 보탬이 됐을 법하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강 의원이 주장하는 대로 전당대회가 열리고 JP가 2선에 물러나 있는다면 가장 유력한 당권주자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JP는 강 의원이 당내 소장파 의원 및 원외 위원장의 지원사격을 등에 업고 줄기차게 전당대회를 요구함에도 못들은 척 외면하고 있다.

JP를 잘 아는 한 당내 인사는 “JP는 강 의원이 당을 맡길만한 재목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확실히 믿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럴까. 강 의원은 아직까지는 “누가 뭐라 해도 자민련은 JP가 절대적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JP가 당총재로 복귀해 직접 당을 챙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JP에 거침없는 쓴소리

JP중심론을 외치긴 하지만 그는 지난해 내각제 파동이후 JP를 끊임없이 괴롭히며 자신의 정치적 영역을 확장해왔다. “당과 JP를 살리는 충성심의 표현”이라고 말하지만 번번히 곤혹을 치른 JP로서는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불과 보름 전에도 강 의원은 또한번의 `소동'을 주동하며 JP를 고민 속으로 내몰았다. 얼마전 김대중 대통령이 이한동 총리로부터 주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자민련이 특검제를 당론으로 정한데 대해 “적절치 못했다”고 유감을 표명한 것을 놓고 이 총재와 김 대통령을 신랄히 비판한 것.

지난 9월27일 그는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 “다른 당의 총재가 남의 당의 당론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김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 총재에 대해서도 “총리가 총재직을 겸하고 있어 이런 문제가 생긴다”며 “이 총리는 총리직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총재직을 내놓아라”고 호언했다. 그는 특히 “총리가 총재까지 맡다보니 `당대당'이라는 엄연한 대등관계임에도 민주당과 자민련 간의 주례회동도 사라졌다”며 “총재가 총리 자격으로 주례보고를 하니 외부에는 상하관계로 비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총재에 대한 불만은 여기서 그치는게 아니다. 그는 “지난 대선 때는 반대편에 있던 사람들이 공동정부 책임론을 얘기하는데 웃기는 일”이라며 대선후 자민련에 들어온 이 총리와 김종호 총재대행을 싸잡아 공격했다. 당 안팎에 엄청난 파문이 일었으나 JP는 강 의원의 발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 내각제 파동은 강 의원이 JP에게 정면으로 대든 가장 큰 `항명사건'이었다. 당시 총리로 있던 JP는 “국가적 현안이 많아 당장4? 내각제를 하기 힘들다”는 김 대통령의 집요한 설득에 밀려 내심 내각제개헌 포기와 함께 당시 국민회의(현 민주당)와의 합당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이동복 의원의 귀띔으로 JP의 의중을 알아챈 강 의원은 김용환 부총재와 함께 총리공관으로 달려갔고 거기서 그는 JP와 고성을 건네며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그러나 JP는 두 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얼마 뒤 김 대통령과 만나 사실상 내각제를 포기하는데 동의했다.

이 일이 있은뒤 강 의원과 김 부총재는 반JP노선을 공공연히 내걸었고 우여곡절끝에 김 부총재는 탈당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물론 그는 김 부총재와 달리 탈당이라는 최후의 수단은 택하지 않았지만 JP를 향한 독설은 오히려 더 신랄해졌다. 그는 JP가 올해 초 총리직에서 물러나 공조파기를 선언할 때까지 “JP의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등 공공연하게 그를 비판했었다.


`공조무용론 JP도 수용

그런데 팽팽한 긴장 속에 이어져 온 두 사람의 관계에 최근 변화의 단초가 보이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과의 정국 정상화 협상과정에서 자민련의 국회법 개정안 처리요구를 무시하면서 여당에 대한 자민련의 분위기가 험악해질 대로 험악해진 것이다.

10월6일 의원총회에서 “공조파기”까지 주장하며 흥분한 의원들 못지않게 JP도 발끈했다. JP는 내각제 파동에 이어 또한번 민주당에 배신당했다는 느낌을 가감없이 당내에 전했다. 강 의원이 입버릇처럼 되뇌어온 “더이상 민주당과의 공조는 무의미하다”는 공조무용론을 일부나마 수용한 것이다.

이 사태를 계기4?로 자민련은 처음으로 강 의원의 대안을 당론으로 선택했다. 특검제 도입, 의약분업 반대, 일방적 대북지원 반대 등 공동여당의 짐을 털어버리는 대여공세를 펴기로 결정했다.

강 의원은 이와 관련, “JP가 뒤늦게 나마 현실을 인식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내각제 파동이후 처음으로 JP의 상황인식에 동조한 것이다. 물론 JP가 강 의원이 주장하는 대로 김 대통령과 분명한 선을 긋고 대여강공을 지속할 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이동국 정치부 기자 east@hk.co.kr

입력시간 2000/10/1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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