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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금융구조조정] 은행 합병 어디로 가나

[2차금융구조조정] 은행 합병 어디로 가나

`34개→19개→?'

IMF체제 이후 `은행 불사(不死)'의 신화는 정부 주도로 처참히 깨졌다. 그리고 2000년10월. 이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은행들의 자발적인 짝짓기가 시작되고 있다. 과연 몇개의 은행이 살아남을 것인가. 또 합병의 첫 신호탄은 언제 어디에서 터질 것인가.

최근 은행합병의 유력한 시나리오로 떠오른 것은 `주택+하나+한미, 국민+외환(+조흥)'. 여기에 한빛은행을 주축으로 광주, 제주은행이 결합하고 일부 부실 종금사와 보험사가 결합해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것도 유력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미·하나 구체화, 주택이 문제

주택, 하나, 한미은행의 3자 합병설은 이미 상당기간 `연애'를 해온 하나-한미은행이 국민은행보다 주택은행을 선호한다는데 근간을 두고 있다. 전산합작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업무제휴를 맺은 하나와 한미은행의 결합은 이미 70~80% 이상 기정사실화했다는 것이 금융계의 정설.

기업 문화, 직원 정서에서 가장 유사할뿐 아니라 한미은행이 최근 5,000억원의 증자에 성공함으로써 규모에서도 대등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두 은행이 합칠 경우 `1대1 대등합병'이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승유 하나은행장과 신동혁 한미은행장 중 한명은 합병은행 회장, 나머지 한명은 행장이 되기로 합의했다는 구체적인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두 은행 노조에서조차 “어차피 합병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하나-한미가 합치는 것이 낫다”며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두 은행간 합병으로는 정부가 바라는 대형 우량은행의 탄생이 불가능하다는 점. 두 은행이 합쳐봐야 자산 규모가 국민은행과 엇비슷한 수준인 만큼 또한번의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고심에서 비롯된 것이 다른 우량은행과의 3자 합병이다.

하지만 규모가 너무 큰데다 직원간 결속력이 강해 부담스러운 국민은행보다는 주택은행이 합병대상으로 더 적합하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우량은행과의 합병'을 꾸준히 되뇌여왔던 주택은행으로서도 거부할 이유가 없는 시나리오.

하지만 한미, 하나은행 직원들은 자칫 3자 합병으로 갈 경우 “피합병은행은 형체도 남지 않고 산산조각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경계의 눈길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국민·조흥·외환합병은 정부희망사항

국민은행과 공적자금 투입은행인 외환, 조흥은행의 합병은 정부의 희망이 섞인 시나리오 중 하나.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최근 “우량과 우량, 공적자금 투입은행간 합병 뿐 아니라 우량과 공적자금 투입은행간 합병도 가능하다”고 발언했던 것도 이같은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견해가 높다.

정부가 주도하는 금융지주회사가 한빛은행 중심으로 설립된다면 유사한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조흥은행이나 외환은행을 함께 편입시키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들 3개 은행을 합쳐놓을 경우 대기업 여신이 80% 이상 집중되는 등 여러가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외환은행이나 조흥은행에게 무작정 독자생존의 기회를 줄 수도 없는 정부로서는 국민은행이 이들 은행에 `러브 콜'을 보내주기를 내심 원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외환은행이나 조흥은행과의 결합에 단호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은행장은 누누히 “공적자금 투입은행과의 합병은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이들 은행과의 합병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은행과의 합병시 주가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대주주인 미국의 골드만삭스측이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는 것.

김상훈 행장은 그러나 “하나, 한미, 신한은행 등 우량은행과의 합병에 대해서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직까지 아무 것도 진전된 것은 없지만 여러가지 다양한 합병이 가능할 것이다”라며 우량은행과의 합병에 대해 여전히 미련을 갖고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국민은행측의 이같은 단호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금융계에서 여전히 `국민+외환(+조흥)'의 합병 가능성이 대두되는 것은 이른바 `김상훈 행장 역할론' 때문이다.

국민은행 노조가 낙하산 인사라며 극렬히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 부원장에서 국민은행장으로 자리바꿈을 한데는 합병이라는 중책을 맡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금융계에서는 이에 따라 외환은행이나 조흥은행이 수익구조 개선을 통해 클린뱅크로 거듭난다는 전제조건 아래 국민은행과의 합병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보는 분위기다.


신한 독자생존 선언, 지주회사 설립에 박차

신한은행은 일찌감치 독자생존을 선언하고 신한은행, 신한증권, 신한생명 등을 아우르는 자체적인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질적인 은행들이 결합해 부작용을 자초하는 것보다는 리스크를 줄여 자체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훨씬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게 이인호 행장의 얘기다.

하지만 은행간 결합이 가속화해 신한은행만 외톨이로 남을 경우 위기의식을 느낄 수도 있는 상황. 더구나 아직도 국민, 주택은행이 합병하고 싶은 은행 1순위로 신한은행을 꼽고있는 만큼 결론을 속단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 주도의 금융지주회사는 한빛은행을 축으로 광주, 제주은행이 결합하고 한스, 한국, 중앙종금 및 부실 생명보험사가 결합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일단 경영정상화계획 제출 대상은행 중 한빛, 광주, 제주 등 3개 은행이 공적자금을 요청함으로써 이들 은행은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스스로 자인했다.

여기에 예금보험공사 자회사로 편입된 한스, 한국, 중앙등 종금사와 대한생명 등 일부 부실 생명보험사를 결합해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한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측이 누누이 밝히고 있는 대로 10월중 첫 합병 사례가 탄생할 수 있을까. 적어도 금융계에서는 “글쎄”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강제합병이 아닌 자율적 합병의 경우 큰 그림만 그려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임원구성 비율, 지분 비율, 임원감축 및 점포 축소 등 세부적 사항까지 모두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

특히 워낙 비밀스럽게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체적인 의견접근이 이뤄졌다가도 지극히 사소한 문제에 부딪혀 깨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주택은행 김정태 행장은 “아무리 서둘러 합병을 한다 하더라도 합병 준비에서 발표까지 최소 2~3개월이 걸리기 마련”이라고 말했4?다.


외국인 대주주 등 합병 걸림돌 많아

외국인 대주주, 노조, 회사 이기주의 등 합병으로 가기까지의 걸림돌도 적지않다. 주택은행의 경우 뉴욕 증권거래소에 해외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한 만큼 섣불리 합병에 나섰다가 주가가 하락할 경우 소송 등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

국민은행도 최근 외국인 소액주주들이 공적자금 투입은행과의 합병시 집단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은행은 칼라일-JP모건 및 BOA, 하나은행은 알리안츠, 신한은행은 재일동포 등 나머지 은행도 외국인 주주들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밖에 각 은행 노조가 합병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언제라도 행동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는데다 각 은행장들도 본인의 직위가 없어질 것을 우려해 합병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합병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금융연구원의 고성수 박사는 “여러가지 걸림돌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은행통합이라는 대명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며 “지나치게 서두를 경우 시너지 효과가 없는 결합이 이뤄질 수도 있는 만큼 충분한 준비를 거쳐 옥동자가 탄생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ytlee@hk.co.kr

입력시간 2000/10/1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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