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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전쟁] 카드사는 고리대금업자?

[신용카드 전쟁] 카드사는 고리대금업자?

고금리 연체이자 등, 신용사회 지불수단의 걸림돌로

모 여대 2학년인 서모(21)양은 올 여름 단기 해외연수 후유증을 톡톡히 겪었다. 서양은 어학연수 비용이 모자라 신용카드에서150만원을 현금 서비스로 받아 6월13일 일본으로 떠났다.

서양은 2달여 간의 연수를 마치고 8월15일 귀국해 결제를 하려고 8월20일 카드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연체 이자만 무려 5만3,630원을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많아야 2만원 정도면 될 것으로 생각했던 서양은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정확한 계산을 요구했더니 카드사측에서 `현금서비스150만원에 대해 연리 29%로 54일간 연체이자가 붙었다'는 내용의 명세서를 보내왔다.

서양의 결제일은 매달27일인데 6월13일에 현금서비스를 받았기 때문에 그 달 27일부터 연체가 계산돼 무려 54일간의 연체 이자가 발생했다고 카드사측은 설명했다. 그간 별 생각 없이 카드를 사용했던 서양은 화가 나 신용카드사에 “연 29%면 3부 이자인데 도대체 사채 고리대금업자들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따졌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카드사들 금리담합

신용카드는 `제2의 화폐'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우리 생활에 가까이 와 있다. 이제 장바구니를 들고 수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거나 동네 제과점에서 빵을 살 때도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신용카드가 신용사회의 지불수단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현행의 고금리를 상당 수준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현재 대다수 신용카드사들은 할부대금의 경우 이용 기간에 따라 대략 연이율16~18%의 금리를 받고 있다. 이것은 은행이 일반 개인에게 신용대출해줄 때 받는 금리 13.5%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연체이자에 대해 대부분 신용카드사들은 29~30%의 높은 이자를 부과하고 있다. 삼성카드의 경우 1997년 말까지 연체 이자율이 25%선이었다가 IMF위기가 터진 1998년 1월 35%로 인상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금리가 안정기조를 찾자 연이율을 29%로 낮춘 이후 지금까지 그 수준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카드도 1998년 2월 연체이자율을 연 25%에서 34%로 올렸다가 지난해 1월 29%로 낮춘 이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외환카드나 LG캐피탈, 다이너스 등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와 유사한 이율조정을 단행했다. 카드사들이 사실상의 금리 담합 행위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평균 연체이자율(19%)과 비교해도 50% 가량 높은 수준이다.

현행 신용카드사의 금리는 우리 경제가 빈사 상태에 빠졌던 IMF위기 때에 비견될 만큼 매우 높은 상태다. 당시 은행 대출금리가 20~25%였다가 현재 13.5% 정도로 떨어졌는데도 신용카드사의 금리는 미미한 수준 정도만 내려간 것이다.


“운영성격상 어쩔 수없다”

신용카드사들은 이런 고금리를 인정하면서도 “카드사의 운영 성격상 어쩔 수 없다”며 금리인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무엇보다 신용카드사는 은행처럼 일반 수신 기능이 없어 외부로부터 자금을 차입 조달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고 말한다.

은행은 일반인에게서 예금을 받아 그것은 예대 마진을 통해 이익을 내지만 신용카드사는 이런 기능이 없어 회사채 발행이나 차입을 통해 돈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리로 예금을 운영하는 은행과 단순 비교가 안된다고 주장한다.

또 카드사들이 주장하는 고금리의 당위성 중 하나는 대출금에 대한 대손 리스크(위험도)의 차이다.

은행의 경우 대부분이 부동산 담보나 연대보증을 통해 대출을 해주는데 반해 신용카드사는 그야말로 `개인 신용'만을 믿고 돈을 빌려준다는 것이다. 그만큼 떼일 염려가 많아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적용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또 은행대출은 처음 대출자와 은행간에 단한번 쌍방거래만 이뤄지면 그 다음부터는 이자만 갚는 식으로 업무처리가 마무리되지만 카드사는 회원과 가맹점, 가맹점과 카드사, 카드사와 회원간의 삼각거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되는 등 업무 프로세스가 복잡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은행대출은 장기간이지만 신용카드사는 단기간에 수차례 반복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업무 비용이 몇배 이상 소요된다는 점도 감안돼야 하다고 말한다. 또 연체이자는 일종의 벌칙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일상적인 금리보다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삼성카드의 고영호 과장은 “영업구조와 서비스 성격이 다른 신용카드사와 은행을 단순히 금리만 놓고 비교하는 것은 택시와 버스 요금이 왜 다르봛m??고 항의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신용카드에서 현금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못 받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부실채권이 될 가능성이 높은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그 위험에 대한 비용이 다소 든다고 보면 된다. 국내 신용카드사 금리가 높다고 하지만 전반적으로 저금리인 일본의 경우도 신용카드사의 현금서비스 금리는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고금리 사용폭증으로 엄청난 마진

물론 카드사의 주장도 상당 부분 일리가 있다. 실제로 신용카드사는 일반 수신 기능이 없어 자금의 60% 이상을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더구나 최근에는 경기가 나빠져 5대 기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회사채 발행이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연30%에 가까운 현재의 카드사 연체이율은 납득하기 힘든 수치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신용카드사의 기준이 되는 최근 3년만기 회사채 수익율은 9%대를 맴돈다.

이것은 30%를 웃돌던 IMF위기 때의 3분1도 안되는 수준이다. 그런데 카드사의 연체 이율은 당시에 비해 겨우 5% 포인트 정도만 낮아졌을 뿐이다. 지금이 IMF위기 때보다 업무량이 더 많아질 리 없을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마진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이런 고금리와 신용카드 사용의 폭증으로 지난해 카드사들은 1987년 국내 신용카드 영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실질적 흑자를 기록했다. 그간 국내 카드사들은 장부상으로는 약간의 흑자가 났지만 전년도에 발생한 대손충담금 등을 계산하면 수지를 맞추기도 힘든게 사실이었다.

국내 7개 카드사들은 정부의 카드 사용 지원 정책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해 상반기에만 총 1,244억원의 장부상 당기 순이익을 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는 4,974억원으로 이익 폭이 무려 4배나 늘었다.

YMCA 시민중계실 서영경 간사는 “카드 영수증 복권제, 연말 소득공제 혜택 등 정부의 신용카드 활성화 대책으로 인핸 혜택이 고스란히 신용카드사로 돌아가고 있는데도 카드사의 대출 금리는 IMF위기 때의 고금리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가뜩이나 서비스 저하 등 카드사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횡포를 부리는 것을 정부 차원에서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 한 관계자도 “시장 지배력이 높은 카드사들이 연체이율을 모두 같이 적용하는 것은 담합 소지가 없지 않다”며 “연체 이자율 인하 및 인상 시기와 배경 등을 면밀히 검토해 담합 여부를 가려 내겠다”고 밝혔다.

신용카드는 이제 현금을 대체할 가장 효과적 수단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따라서 카드사도 당장 눈앞의 수익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세금 투명성 확보와 신용사회 구축이라는 장기적 과제를 위해서라도 적절한 금리 정책 시행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0/10/1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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