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일본(28)] 우동

도쿄를 비롯한 간토(關東)지방에서는 `소바'(메일국수)를 면류의 으뜸으로 치지만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關西)에서는 거꾸로 밀가루 국수인 `우동'을 최고로 친다. 그래서 소바와 우동을 함께 파는 국수집이 간토에서는 `소바야(屋)', 간사이에서는 `우동야'라고 불린다.

`우동'이란 말은 8세기 무렵 중국에서 건너온 만두의 일종인 `곤통'이 와전돼 `온돈'으로 표기돼 `운동', `우동'으로 읽혔던 데서 나왔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것이 어느틈엔가 중국식 칼국수를 뜻하는 말로 굳어졌다.

한편으로 손으로 비벼 만든 굵직한 중국식 국수였던 `하쿠타쿠'의 발음이 부드럽게 변화한 `호토'와의 연관성도 거론된다. 소리로는 거리가 멀지만 똑같이 굵은 밀가루 국수를 뜻했다. 지금도 이렇게 손으로 비벼 만든 국수는 야마나시(山梨)현의 `호토', 미야자키(宮崎)현의 `호초'로 남아있다.

우동은 에도(江戶)시대 들어 널리 보급됐으며 특히 간사이지방에서 인기를 끌었다. 오사카와 교토에서는 밤에 동네를 돌아다니며 우동을 파는 `요나키(夜啼) 우동'이 인기를 끌어 에도의 `요타카(夜鷹·쏙독새) 소바'와 좋은 대조를 이루었다. 둘 다 `밤에 우는 새'를 연상한 말이나 소바와 우동에 대한 지역별 기호의 차이를 드러낸다.

나고야 중심의 아이치(愛知)현에서 발달해 나중에 `기시멘'이 된 얇고 납작한 `히라(平) 우동', 가가와(香川)현의 옛 이름인 `사누키'(讚岐)를 딴 부드럽고도 쫄깃한 면발의 `사누키 우동', 가장 흔히 대할 수 있는 `오사카 우동' 등이 모두 간사이 지방에서 나왔다.

나중에 간토지방에서도 우동의 인기가 오르면서 군마(群馬)현의 `미즈사와(水澤) 우동'이 명성을 얻기도 했다. 다만 간토지방의 우동은 면이 간사이지방에 비해 무르고 쉽게 끊어진다는 점에서 소바의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의 밀가루 국수에는 라멘과 우동, 호토를 빼고도 `기리무기'(切麥)와 `소멘'(素麵)이 있다. 기리무기는 반죽을 얇게 밀어 칼로 자른다는 점에서 우동과 같으나 굵기가 훨씬 가늘며 우동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밀가루 국수를 대표했다.

뜨거운 것을 `아쓰무기'(熱麥), 물에 씻어 차게 먹는 것을 `히야무기'(冷や麥)라고 했다. 또 소멘은 라멘처럼 손으로 잡아늘려 만드는데 끊어지지 않도록 기름을 치면서 만든다. 가늘고 질기면서 매끄럽게 목을 넘어가는 소멘 특유의 맛이 이 때문이다.

소바와 우동은 재료가 메밀가루와 밀가루로 다를 뿐 면을 만드는 방법에서부터 먹는 법까지 아무런 차이가 없다. 칼국수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진 면을 삶아 찬 물로 헹군 후 조미된 묽은 간장인 `쓰유'(汁·液)에 찍어 먹든가, `쓰유'를 주원료로 한 뜨거운 국물인 `가케지루'(掛け汁)에 말아 먹는다.

전자의 국수는 주로 작은 대나무 발에 얹어주며 `그릇에 담다'는 뜻의 `모루'(盛る)의 명사형 `모리'(盛り)를 붙여 부른다. 소쿠리에 담아내는 데서 `자루'(소쿠리)를 붙여 부르기도 한다.

원래는 같은 뜻이었지만 지금은 가늘게 썬 김을 곁들인 것만을 `자루소바'라고 부르며 값도 `모리소바'보다는 약간 비싸다. 대신 `자루우동'은 있으나 `모리우동'은 없다. 또 새우나 오징어 튀김을 곁들인 것을 줄여서 `덴자루소바'라고 한다.

국물에 말아 주는 소바·우동 가운데 그냥 국물만 넣어주는 것을 `가케루'(掛ける·끼얹다)의 명사형 `가케'를 붙여 `가케소바', `가케우동'이라고 한다. 달짝지근한 유부를 곁들이면 `기쓰네(여우) 소바·우동'이 되고 튀김 부스러기를 곁들이면 `다누키'(너구리) 소바·우동'이 된다.

찹쌀떡을 넣은 것은 `치카라(力·힘) 소바·우동'이라고 하는 등 첨가물이나 국물의 종류에 따라 각양각색의 소바·우동이 된다.

황영식 도쿄특파원

입력시간 2000/10/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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