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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유혈충돌, 평화협상도 미궁속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유혈충돌, 평화협상도 미궁속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유혈충돌이 파국으로 치닫을 것인가. 양측의 충돌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지만 해결을 위한 아무런 접점도 찾지 못한 채 중동 평화협상마저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9월28일 이스라엘 극우정당 리쿠드당 아리엘 샤론 총재가 동예루살렘내 이슬람 성지 알 아크사 사원을 방문함에 따라 야기된 이번 사태에선 10월7일까지 80여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도 2,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분노의 날'일 6일에는 이스라엘 군경과 이슬람 시위대 수만명이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지역 곳곳에서 충돌,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날 이스라엘 경찰은 알 아크사 사원에 전격 진입, 분노의 날 시위를 끝낸 뒤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를 계속하던 8,000여명의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해산했다.


`소년의 죽음'이 불지른 분노

샤론 총재의 알 아크사 방문 직후 팔레스타인 주민의 댴?규모 항의 시위가 발생했고 9월29일에는 가자지역 이스라엘 정착촌인 네트자림 마을 경비군인들이 팔레스타인 시위대에게 발포함으로써 이스라엘 군인 1명을 포함한 7명이 사망했다.

다음날인 30일 시위는 가자지역과 요르단강 서안 전역으로 번지는 양상을 띠면서 이스라엘군이 헬기 및 대전차미사일 등 중화기를 동원하는가 하면 팔레스타인 경찰 및 민병대도 응사를 시작함으로써 준(準)전시상태로 빠져들었다.

30일 충돌에선 네트자림 유대인 정착촌 앞에서 라미 자말알 두라라는 12세 소년이 돌더미 사이에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다 이스라엘군이 쏜 것으로 보이는 총탄에 맞아 숨지는 장면을 프랑스 2TV가 생생히 방영해 세계적인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이 소년은 아버지와 함께 중고차를 사러 다녀오다 참변을 당했다.

그러나 양측 모두 화해를 모색하기보다는 일전불사를 주장하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이었다.

팔레스타인 강경파에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10월1일 사우디 아라비아 아카즈지와의 인터뷰에서 “전쟁도 하나의 선택사항”이라고 경고한데 반해, 다비드 지소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팔레스타인인이 현재와 같은 행동을 하는 한 총격을 포함한 모든 대응을 취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사태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샤론 총재는 “유혈사태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질 수 없다”며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 압박과 미국에게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이번 사태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자 양측의 정상이 3일 오전 휴전에 전격 합의함으로써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 했지만 충돌은 계속됐으며 5일 유엔 등 국제사회가 총력을 펼쳐 마련한 파리 휴전회담마저 아무런 성과없이 결렬됐다.


궁지에 몰린 아라파트와 바라크

예루살렘 성지에서 발생한 대규모 유혈 충돌로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이 빚어지는 등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정치적 입지가 급속히 약화하고 있다.

이슬람 저항운동단체인 하마스는 1일 “아라파트가 민중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면서 퇴진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하마스는 특히 이번 사건을 1987~93년과 1996, 1998년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대규모 봉기와 같은 `인티파다'(Intifada)로 규정하고 대(對)이스라엘 지하드(성전·聖戰)를 촉구했다.

사실 아라파트는 그동안 이스라엘과 동예루살렘 문제를 협상하면서 겉으로는 `범아랍권 공조'를 표방했지만 이스라엘과 거래할 수도 있는 인물이라는 인상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마스가 아라파트를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동종으로 취급하면서 `외로운 독재자'라고 비난한 것도 이같은 의혹에서 비롯됐다.

더욱이 인근 중동국가들도 범아랍권의 단결을 외치며 강경대응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의 입장은 더욱 곤궁하다. 강경파의 공격과 여론의 비난은 물론, 국제사회의 여론이 적어도 이번 사태의 발단은 이스라엘에게 있다며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과 충돌이후 지지율이 급락한 바라크 총리의 연정은 이미 의회내에서 소수파로 전락한지 오래다. 불과 3주일 밖에 남지 않은 의회 개원 때까지 연정을 강화하지 않으면 바라크 총리는 불신임을 피하기 어려우며 총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다급해진 바라크 총리는 리쿠드당에게 책임추궁은 커녕, 거국 정부구성을 위한 협상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더욱이 이런 그의 모습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정에 대한 모욕적인 후퇴로 국민에게 비춰질 경우 근본적인 정치적 신뢰문제에 봉착할 수도 있다.


양측 강경파의 계산된 행동

중동전문가들은 대부분 이번 충돌사태가 양측 강경파의 계산된 행동에서 비롯됐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강경파 샤론 총재가 재협상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의도된 알 아크사 방문이라는 `돌출행동'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했고 팔레스타인내의 강경 역시 온건파 축출의 호기로 삼으려 해 사태가 꼬여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태해결을 위해선 양측 지도자들이 무엇보다 내부의 강경파들과의 협상을 통해 집안단속부터 이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팔레스타인 강경파 득세에 따라 다음달 15일 일방적인 팔레스타인 독립선언이 이뤄짐으로써 이스라엘 역시 강경파가 헤게모니를 장악, 국지전 규모의 군사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양측이 극한 대치상황으로 치닫기보다는 중동평화협상을 현상 유지시킨 채 그 상태를 유지할 공산이 더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측 모두 과거 유혈분쟁에 대한 쓰라린 기억을 각인하고 있는 만큼 최악의 사태를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에 바탕을 둔 전망이다.

이주훈 국제부 기자 june@hk.co.kr

입력시간 2000/10/1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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