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빛낸 위인 등 '코리아 103' 캐릭터 공개

“어, 우리나라 위인이 한 자리에 모였네. 화랑 관창, 세종대왕 할아버지, 암행어사 박문수, 모두 모두 다 있네.”

개천절인 10월3일을 맞아 이순신 장군, 광개토 대왕 등 한국을 빛낸 위인 101명과 새천년 즈믄동이 `남이'와 `북이' 등 103명의 캐릭터가 소개됐다.

상명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의 김남호 교수와 학생들은 한국 위인의 특징과 한국적 미를 잘 나타낸 캐릭터를 개발, 인터넷 사이트 `코리아 103'(www.korea103.com)에 공개했다.

사이트를 들어서면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친 김구 선생이 사회자로 등장한다.

“안녕하십니까. 김구입니다. 한국의 위인 103인이 새천년 첫번째 맞는 개천절에 코리아103에 모두 모였습니다”라는 말로 인사를 하는 김구 선생은 대대로 우리나라를 지켜온 위인에게 감사를 표한 후 미래의 한반도를 이끌어갈 `남이' 와 `북이'를 소개한다.

`남이'와 `북이'는 김남호 교수팀이 창작해낸 캐릭터로 새천년 우리 민족의 희망을 상징한다. 남이는 서울에서 태어난 남자아이고 북이는 평양 태생의 여자아이다. 둘 다 생일은 2000년 개천절.


미래의 한반도 이끌 '남이'와 '북이'

캐릭터 중에는 알을 깨고 나와 기지개를 켜며 앙증맞게 미소짓는 아기 박혁거세, 누더기 옷을 입고 고고하게 가야금을 뜯으며 배고픔을 달래는 백결 선생, 독립신문을 내밀며 민중계몽에 앞장선 서재필 선생, 떠다니는 별 속에 턱을 괴고 누워 시상에 빠져있는 윤동주 등 역사의 한 부분을 장식한 위인의 모습이 눈에 띈다.

한때 TV 드라마로 `허준 신드롬'까지 일으켰던 허준은 개구리를 해부하는 모습이 익살스럽게 그려져 있으며 안중근 의사는 네번째 손가락이 잘린 손으로 손도장을 찍고 있다.

오성과 한음의 오성 이항복은 문풍지를 뚫고 홍시를 내던지며 얄궂은 표정을 짓고 있으며 백남준씨는 화면이 깨진 TV에 머리를 빼꼼히 내민 채 `모델료는 주나' 하는 듯한 눈빛을 흘린다. 그동안 역사 속에 스쳐간 위대한 인물로만 인식되는 바람에 멀고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위인의 모습이 친근감있고 재미있게 표현됐다.

김남호 교수는 “우리나라 위인에 대해 조사해오라는 초등학교 아이의 숙제를 도와주다 보니 옛 위인의 사진이 대부분 형편없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아 이러한 작업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작품의 기획 동기를 밝혔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 중에 우리나라 전통미가 깃든 디자인이 거의 없다는 점도 결심의 큰 계기가 됐다. 실제로 연간 1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캐릭터 시장의 60%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한 캐릭터들이 점유하고 있다.

2001년 `한국 방문의 해', 2002년 월드컵 등 세계적 관광행사가 눈 앞에 다가왔지만 외국인에게 내세울 만한 한국적 문화상품도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김교수를 비롯한 상명대 학생은 올 1월부터10개월 간의 강행군을 거쳐 지난 5000년 우리 역사를 대표하는 101명의 위인과 새천년 우리 민족을 대표할 남이와 북이 등 103인의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굳이 103인을 추린 이유는 새천년 첫 개천절인 10월3일을 기념한다는 뜻에서다.

김 교수는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의 로고와 캐릭터, MBC 로고, 88올림픽 공식 가이드북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담당, 산업디자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물. 그동안 서구식 디자인이 범람하는 현실 속에서도 꾸준히 우리 전통을 살린 디자인 개발에 노력해왔다.


10개월의 강행군, 인물선발에 애로 겪기도

“인물을 선발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하는 김남호 교수팀은 “인물을 추리고 이들에 대한 자료를 모으는 데만 6개월이 걸렸고 그 양도 방대했다”고 전한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고 여러 종류의 역사서적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순으로 101명을 선출했다. 시각자료가 많지 않은 고대 위인의 경우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도 쉽지 않았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런 경우에는 위인의 초상화에서 얼굴 윤곽만 본따고 나머지는 인물의 업적과 성격 등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거의 전부 창작해내야만 했다. 특이한 점은 `주먹'으로 한국 근대사를 풍미했던 김두한도 뽑혔다는 점.

김두한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주먹을 내밀며 생전의 터프함을 자랑한다. 김 교수는 “비록 `주먹'이었지만 아이들에게 친숙하고 일제 당시 고통받던 민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로 키우겠다"

각 위인에 대한 간략한 설명도 곁들여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재미를 더욱 높였다.

개성 출신으로 기명이 `명월'이며 서경덕,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 삼절로 불렸다는 황진이, 3.1운동으로 끌려간 법정에서 검사에게 걸상을 집어던진 유관순 누나 등 캐릭터의 삶과 성격을 엿볼 수 있는 역사 지식이 가미돼 있다.

대중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네티즌 김선재씨는 “캐릭터들이 너무너무 귀여워요 너무 멋져요. 캐릭터가 담긴 T-셔츠 주세요”라는 글을 올렸으며 정유진씨는 “캐릭터 스티커 줘요. 그리고 나도 꼭 T-셔츠 주세요”라며 호감을 나타냈다.

코리아103 사이트가 문을 연지 하루만에 수많은 사람이 캐릭터가 맘에 든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판에 남겼다. 몇몇 출판사는 벌써 이들의 상품화를 제의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이들 103인의 캐릭터를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초등학교 국사교육의 보충교재로 활용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김 교수는 정부에 문화 벤처 지원자금을 신청하고 각종 관광 상품 및 인형, 문구 등을 개발해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10/11 19:36


송기희 주간한국부 bara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