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벤처기업인 상의 주인공"

1985년 5월 대동제 진행으로 정신 없던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실로 한 여학생이 찾아와 자기 과 학생들이 준비한 행사의 진행을 막은 데 대해 강력하게 항의를 하고있었다.

자신과 같은 과 학생들이 개발한 미팅 프로그램으로 대동제 행사를 구성했는데 총학생회가 대동제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제동을 건 것이었다.

당시 학교는 학생운동이 절정에 있던 시기였다. 전두환 정권 당시의 절박했던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학생회 주관의 모든 행사들이 투쟁적이고 정치성을 가진 행사들이었고 그런 분위기가 당연시 되었던 것이었다.

학생회 활동에 관여하고 있었던 나로서는 이러한 서지현 후배의 항의가 생각하지 못했던 뜻밖의 일일 수밖에 없었고 또 당시 살벌한(?) 분위기의 학생회실에 여학생 혼자서 항의하러 갈 수 있었다는 게 경이롭기조차 했다.

그렇다. 그녀는 뜻밖의 일을 저지르고 주위를 놀라게 하는 일들을 자주하는 사람이다. 1996년인가, 97년인가 동문 벤처기업 모임인 `연빛회'에서 만난 그녀는 어느덧 중견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의 대표로 자리잡고 있었고 자기 회사의 해외 시장 진출과 신제품 개발에 대한 비전을 누구에게나 설득할 수 있는 훌륭한 사업가로 변해 있었다.

90년대 초반은 벤처기업들에게는 너무도 암울한 시대였다. 변변한 자금지원은 기대 조차 할 수도 없었고 쓸만한 기술 인력들은 대기업이 싹쓸이 해가는 그야말로 벤처 불모의 척박한 시절이었다.

그런 90년대 초반을 그녀는 알짜 엔지니어 20 여명을 그대로 이끌고 2000년을 향해 나가고 있었다. 때로는 여성의 따사로움으로, 때로는 튀는 끼로서 순간 순간을 승부하며 정예 기술인력을 그대로 유지해가며 발전의 틀을 만들어 왔다.

그녀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들을 줄 안다. 핵심을 빨리 이해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또 남다른 추진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그의 능력들이 종래 우리의 기업인들이 가진 부정적인 얼굴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벤처기업인 상을 만드는데 까지 발휘되기를 기대해 본다. /차승훈 ㈜오름정보 대표

입력시간 2000/10/1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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