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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카페(27)] 유전자치료의 거품

`유전자 치료'(gene therapy 또는 inheritable gene manipulation)란 인간의 유전자를 직접조작(추가/변형/삭제)하는 기술로서 유전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생식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정자와 난자 자체의 유전자를 조작(인공염색체 주입)하는 기술이다.

특정 돌연변이가 원인인 남성의 불임, 헌팅턴병, 정신분열증과 같은 유전병의 대물림을 차단하는 혁명적 방법으로 환자에게는 더 없는 희망이 되고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환자 뿐만 아니라 정상인에게도 희망을 주는 기술이다. 사람의 키, 지능, 눈과 머리색깔과 같은 특성을 바꾸는 데도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장호르몬 유전자를 추가로 주입하여 키를 크게 하거나, 기억과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을 변화시켜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첨단기술이 그러하듯 이 기술에 대한 희망 뒤에는 적지 않은 거품이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호주 머독 연구소의 밥 윌리암슨 교수는 “과학자들과 미디어는 지난 10년간 유전자 치료에 대하여 비현실적 희망을 심어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임상의 기적과 재정적 보답을 향한 꿈이 만들어낸 총체적 비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거품에 힘입어 과학자들은 기획에 대한 경쟁력도 부족하고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도 없으면서 서둘러 생명공학 회사를 설립했고 언론의 지나친 긍정적 보도는 거품을 확대재생산 했다는 설명이다.

멀리 본다면 유전자치료는 분명 유전병 치료의 주된 무기가 될 것이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마술의 지팡이가 결코 아니며 다른 치료기술의 보조수단일 뿐이다. 이 기술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해결하고 연구해야 할 수많은 문제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이나 부작용에 대해 사람들은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 부작용의 단적인 예는 지난 여름 미국 애리조나의 18살 된 소년이 유전자 치료과정에서 숨진 경우다. 이 일에 관여된 미국의 유전자치료연구소(GTI)는 문을 닫았고 과실치사, 의료과오, 그리고 이익추구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보건원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유전자 치료에 의한 질병의 악화나 사망의 경우가 691건(2000년 5월 기준)이나 된다고 한다. 더구나 국가기관에 보고되지 않은 것도 652건이나 된다고 한다. 질병의 치료라는 희망 뒤에 도사린 어두운 그림자의 크기에 대하여 직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납득이 가는 수치다.

그리고 정상적 부모들이 더 완벽한 자손을 갖기 위해서 이 기술을 이용할 경우 발생할 각종 문제에 대해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일고 있다.

인간의 특성을 임의로 조작하는 행위 자체도 문제의 소지가 있겠지만 더 심각한 것은 완벽하지 않은 기술을 직접 인간에 적용했을 경우에 발생할 예기치 못할 유전적 변화(기형아/돌연변이 등)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급기야 미국 과학진흥회는 보고서를 통해 “보다 완전한 아이를 생산하기 위해서 유전가능한 유전자를 직접 조작하는 것은 가족관계와 인간 생식의 본질, 그리고 인간존재에 대한 태도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아마 이러한 관점에서 스티븐 호킹도 “21세기에는 전혀 다른 인간종이 태어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했을지 모를 일이다.

따라서 유전자 치료기술은 유전자 교정이나 치환기술이 일정 수준까지 도달하고 기술의 안전성과 효율성이 충분히 입증될 때까지 실제적인 활용을 통제해야 한다. 또한 이 기술과 관련된 과학자들은 적어도 상업적 관여를 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의 마련도 필요하다고 본다.

과학자들은 생명공학회사로부터 연구를 후원받고 생명공학회사는 그 결과를 무분별한 이윤추구에 활용한다면 이는 걷잡을 수 없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유전자치료의 연구와 발달에 대한 감시와 모니터링을 위한 실질적인 기구의 신설 또한 피할 수 없는 조치일 것이다. 첨단과학의 전분야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논의와 모니터링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사회적 공감대가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lifegate@chollian.net (www.scicafe.co.kr)

입력시간 2000/10/1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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