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인생의 파라다이스는 무엇인가

■ 키스 더 스카이

우리가 서양이나 제3 세계 이해에 한계를 보이듯 서양이?¸의 동양관도 무척 왜곡되어 있음을 영화에서 자주 확인하게 된다.

서양인이 본 동양은 두 가지로 대변된다. 정신의 안식처나 낙원 이미지로서의 과거형 묘사가 있는가 하면, 현재의 불안한 정치 상황이나 법 제도로 인권을 유린하는 미개한 나라라는 묘사가 또 다른 축이다. `리틀 부다' `티벳에서의 7년'이 전자에 속한다면,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레드 코너' `리턴 투 파4?라다이스' `브로크다운 펠리스' 등은 후자에 해당된다.

로저 영 감독의 `키스 더 스카이 Kiss the Sky'(18세, 폭스)에 묘사되고 언급된 필리핀과 일본은 위의 두 가지 요소를 다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양 측면의 문제와 한계점을 비교적 잘 극복하여 신경을 곤두세우며 볼 정도는 아니다.

이는 `키스-' 성인판 `비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비치'의 제작 단계에서부터 터져나온 가십성 화제와 빈수레 같은 결과물에 비하면 `키스-`는 뜻밖일 정도로 조용하고 탄탄한 영화다.

성공한 중년의 두 친구가 인생의 전환점을 찾고자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난다. 낙원에 다름 아닌 아름다운 섬과 호수를 발견하고, 지적인 여성과의 성적 유희에도 눈을 뜨게 된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캐리어와 일생을 보장해줄 재산과 별 불만 없었던 아내, 사랑하는 아이들을 포기하고 뛰어든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의 파라다이스 건설도 진정한 자유나 깨달음을 가져다 주지는 못한다.

`I'm your man'으로 우리 귀에 친숙한, 낮게 속삭이는 음유 시인 레오나드 코헨의 노래를 전편에 깔고 인생과 자유, 평화를 희구하는 두 중년 남성의 구도를 그린 영화.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섹스라는 일면 충격적인 러브 신마저 난삽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분명한 영화다.

중년의 위기, 진정한 자아 찾기는 동양인이나 서양인,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나 평범한 사람 모두에게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므로, 영화 소재에 지나지 않는다고 넘겨지지 않는 점도 미덕이라 하겠다. 물론 생각하는 것과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직접 뛰어드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 학비, 노스웨스트의 가족 휴양지, 고급 자동차 유지비, 다이어트 식품비로 한 달 1만1,000불을 지출하는 성공한 건축가 제프(윌리엄 피터센)와 기업 합병 전문 변호사 마티(게리 콜). 20달러 짜리 시가를 피우며 가난했던 젊은 시절에 피웠던 2달러 짜리 담배 맛을 그리워 한다. 모든 것이 공허해진 두 친구는 필리핀으로 사업 겸 휴양을 떠난다.

반라 여자들이 춤추는 바와 아편굴을 순례하던 중 한 사나이로부터 “내 고향 샐러와타섬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가 있지. 그 호수가에 서면 하늘과 키스를 할 수가 있어”란 말을 듣고 섬을 찾아 나선 두 사람.

리조트에서 29살의 지적인 영국 출판인 앤디(셜리 리)를 만나 섹스의 환희에 뜨게된다. 일본에서 수도를 했다는 네덜란드인 승려 코잔(테렌스 스템프)이 합류하여 네 사람은 호수를 찾는다.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에 반한 이들은 섹스와 득도의 궁전을 세우기로 한다.

옥선희 비디오컬럼니스트

입력시간 2000/10/12 17:00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