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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점검] 거래 막히고 전세값 폭등

얼어붙은 주택시장, 신도시 개발에 한가닥 희망


올 가을의 주택시장 기상도를 말해보라면 아마 “수년째 머물고 있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오늘도 전국이 잔뜩 흐린 가운데 곳에 따라 집중호우가 내리는 곳도 있겠다”는 정도가 될 듯하다. 그만큼 주택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다.

전세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 지금까지 쉼 없는 뜀박질을 계속하고 있다.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들은 배에 가깝게 보증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좀더 작은 집을 찾겠다고 결심해보지만 적당한 전세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전세 매물 자체가 부족하다.

그렇다고 집을 가진 사람의 형편이 나은 것도 아니다. 주택의 매매가는 전세가의 상승폭에 비하면 미미하게 오르는 형편. 그것도 지표상의 상승일 뿐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실제로 거래가 이루어지기는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집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 일선 중개업소의 하소연이다.

시중금리의 하락과 증시 침체로 전세 보증금을 받아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것도 집주인을 괴롭히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것이 요즘 주택시장의 또다른 특징이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어둡기만 한 주택시장에 대해 조금 다른 시각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전세가 급등, 전세 부족과 월세 급증, 매매 한산 등의 조건을 인정하면서도 이같은 현상이 `회복을 전제로 한 침체'라기보다는 `시장안정을 향한 주택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라는 분석을 내린다.

여기에 최근 신도시 건설이라는, 주택시장을 뒤흔들만한 재료가 등장했다. 아직 구체적 일정이 잡히지 않아 구체적 파급 효과를 거론하기는 힘들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특히 성남 판교의 경우 수도권 주택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수요자가 시장을 주도한다

LG경제연구원의 김성식 연구원은 현재의 주택시장에 대해 “투자자, 혹은 일부 투기세력이 주도해오던 주택시장을 이제 실수요자가 이끌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제 더이상 부동산으로 큰 투자수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는 것이 분석의 배경. 투자자들이 힘을 잃어감과 동시에 실수요자의 입김이 세졌다.

실제로 `전세 부족과 매매 실종'현상은 집을 사는 것 대신 전세를 원하는 수요자의 필요에 의해 초래된 측면이 강하다.

아파트 분양권 전문 부동산컨설팅사인 21세기컨설팅의 한광호 과장은 “구태여 집을 사서 돈을 묻혀두는 것보다는 전세를 드는 게 낫다는 인식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집을 사둬도 집값이 크게 뛰는 것이 아니어서 이런 현상이 강해지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주택이 소유의 개념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전세값 상승도 자세히 보면 20~30평형 대에 집중되고 있을 뿐 40평형대 이상은 전세값이 떨어지는 곳도 적지 않다. 실수요자들이 대형보다는 중소형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전반적 경제불황으로 현금을 쥐고 싶어하는 분위기도 매매 물건을 쏟아내는 데 일조한다.

분당 야탑동 동부공인의 홍정란 사장은 “33평 살던 분이 27평 전세로 옮겨가겠다며 살던 집을 팔아달라고 해 시세보다 싸게 내놓았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식 연구원은 “국내 주택가격에 아직도 거품이 너무 많다”며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이 이대로 계속되면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광호 과장은 한걸음 더 나가 “주택도 일반 소비재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값이 떨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파트도 시세차익 어렵다

주택 매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청약열풍으로 대변되는 아파트의 시세차익은 이제 옛말이 됐다. 수요가 없는 한 값이 올라갈 재간이 없는 것이다. 이는 특히 중대형 평형에서 두드러진다. 실제 올해 들어 투자목적으로 40평형대 이상 아파트를 장만하려는 수요자가 거의 모습을 감췄다.

분양권 정보제공업체인 닥터아파트의 곽창석 실장은 “향후 3년간 아파트 값은 급등할 가능성이 없으며 20~30평형대가 그나마 가격 상승을 주도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연간 3~4% 정도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월세 시장 급성장

`내집 마련보다는 쐑m 세'가 세입자의 주된 경향이라면 집주인은 `전세보다는 월세'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PIR에 따르면 최근 서울의 20평 이하 아파트 임대물량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이르고 있다. 20평형대에서도 31%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집주인들은 저금리 시대에 전세보다 월세를 주는 것이 당연히 이익이다. 지역에 따라 편차를 보이지만 월 1.2~1.5%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최근 2~3년간 중소형 아파트의 공급이 감소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임대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집값이 안정되고 저금리 구조가 정착되면 임대시장이 선진국처럼 월세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월세시장이 정착되기까지는 적정한 월세율 등이 우선 해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몇년 전만 해도 월 2%였던 이율이 최근 월세 물량이 늘면서 1%까지 떨어진 물량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세입자에게는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전세 임대료에 대해서만 규제를 하고 있는 임대차보호법이 늘어나는 월세를 고려, 적정한 월세 수준을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도시변수 등장

건설교통부는 최근 성남 판교, 화성 중부 및 천안과 아산 일대 등 3곳에 신도시를 건설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세부 계획 마련에 들어갔다.

부동산업계의 이목은 이중 성남 판교에 집중되고 있다. 분당보다 서울에 가까운 교통여건, 오랫동안 개발이 제한돼 자연 그대로 보존된 환경 등 일00찌감치 서울 근교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꼽혀왔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신도시 건설은 일단 서울 수도권 지역의 집값, 전세값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판교 신도시가 추진되면 분당, 용인 등 판교 이남 지역의 주택시장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여진다. 신도시에 따른 심리적 여파는 벌써부터 감지된다.

중개업소 등에 판교 신도시 청약 방법을 묻는 전화가 급증하고 용인 등지에서는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지 염려하는 문의가 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1실장은 “판교 계획이 확정돼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 분당이나 용인, 수지는 20% 정도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성훈 경제부 기자 bluejin@hk.co.kr

입력시간 2000/10/1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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