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뉴스포탈 한국일보
일간스포츠
서울경제
KoreaTimes
대한항공 대우통신
주간한국  
www.hankooki.com  


 
주간한국 홈
구독신청
독자 한마디
편집실에서


   벤처 스타열전
   인터넷 세상
   신동의보감
   땅이름과 역사

[재미있는 일본(29)] 오뎅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도쿄 변두리의 지하철역 주변과 아파트 단지 입구에 오뎅 포장마차가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퇴근길에 따끈한 청주 한잔을 곁들이면 고급 술집이 부럽지 않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오뎅'대신 `어묵'이라는 말이 널리 쓰인다. 오랫동안 쓰였던 `가케우동'이 거의 `가락국수'로 바뀐 것처럼 우리말을 아끼려는 바람직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생선살로 묵처럼 만든 음식물'을 뜻하는 어묵이 오뎅에 제대로 대응하는 말이 아닌데다 어묵에 정확히 대응하는 다른 일본말이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오뎅'(お田)은 `덴가쿠'(田樂)의 첫 글자에 접두사 `오'(お)가 붙은 말이다. 존경·공손·친숙 등의 어감을 가진 접두사 `오'를 음식물에 붙이는 어법은 주로 여성과 아이의 것이지만 기본적으로는 먹을 것이 귀했던 과거가 잠재의식으로 남아있음을 보여 준다.

`욕먹다', `애먹다' 등의 우리말을 두고 “얼마나 먹을 것이 귀했으면” 하는 식으로 설명하는 문화평론가도 있지만 일본이나 우리나 별 차이가 없는 셈이다.

덴가쿠는 두부에 된장을 발라 구운 `도후(豆腐) 덴가쿠'의 줄임말로 무로마치(室町) 시대(1338~1537년)의 문헌에 이미 등장한다.

대꼬챙이에 꿰어진 두부의 모습이 죽마를 타고 춤추는 모내기철의 농민 연희(演戱) 덴가쿠를 연상시킨 데서 나온 이름이다.

당시 도읍지였던 교토 일원에서 유행한 덴가쿠가 퍼져나가면서 두부 대신 `곤냐쿠'(구약나물의 땅밑 줄기 가루를 반죽해 삶아 만든 젤리같은 음식)나 `사토이모'(里苧·토란) 등 다른 식물성 재료를 이용한 덴가쿠가 등장했다.

또 생선을 재료로 한 `우오(魚) 덴가쿠'가 나타나 줄임말로 `교덴'(魚田)이라고도 불렸다.

한결같이 된장을 발라 꼬챙이에 꿰어 구운 음식이었으나 나중에는 꼬챙이에 꿰지 않고 그냥 된장만 발라 구운 요리도 일반적으로 덴가쿠라고 불렸다.

에도(江戶)시대 중기인 18세기 에도에서는 양념이 된 국물에 꼬치를 꿴 곤냐쿠를 넣고 삶은 새로운 요리가 태어나 덴카쿠라고 불렸으며 오뎅이라는 여성어도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에도에서는 덴가쿠와 오뎅을 구분해 주로 삶은 것을 오뎅이라고 불렀다.

반면 오사카 등 간사이(關西)지방에서는 이를 `간토다키'(關東炊き)라고 불러 애초에 구운 요리였던 오뎅, 즉 덴가쿠와 구분했다. 한편 오뎅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면서 거꾸로 덴가쿠는 `미소(된장)오뎅'이라고 불리게 됐다.

그후 곤냐쿠 이외에 토란이나 무, 후키 등 각종 야채와 정어리를 비롯한 생선을 갈아 밀가루·전분 등과 섞어 동그랗게 빚은 `쓰미레'(摘みれ), 구운 두부, 삶은 계란 등으로 재료가 다양해지면서 현재의 오뎅의 모습이 갖춰졌다.

가다랑어와 멸치, 다시마 등을 우려낸 국물을 바탕으로 한 오늘날의 오뎅에서도 두부는 주로 구운 것을 쓴다. 또 꼬치에 꿰어 국물에 넣고 삶는 것이 아직도 남아 있어 덴가쿠의 원형을 더듬게 한다.

생선살을 갈아 전분·조미료 등과 반죽해 굽거나 찐 어묵을 일본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가마보코'라고 부른다.

요즘에는 틀에 넣어 찌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고 간단하게 튀겨서 만들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대부분 반죽된 생선살을 꼬치 주위에 발라 은근한 불에 구어 만들었다.

그 모습이 부들의 이삭 모양과 흡사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가마보코가 오뎅의 재료로 쓰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많은 종류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쓰인다. 대표적인 것이 가운데가 뻥 뚫린 대나무 대롱같은 모양의 `치쿠와'(竹輪)나 생선살 반죽을 도톰한 반달 모양으로 찐 `한펜'(半片)이다.

이런 것을 제외한 수많은 종류의 가마보코는 오뎅보다는 반찬이나 설날 등 명절의 특별 요리인 `오세치'(お節)에 주로 쓰인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기까지 가마보코는 대개 두부처럼 영세한 가보보코 집에서 만들어졌다. 재일동포 가운데 가마보코 집 출신이 많다는 점에서도 우리와는 인연이 깊다.

오뎅집에서는 `치쿠와', `후키' 식으로 원하는 것을 일일이 주문하거나 적당히 섞어서 주는 `모리아와세'(盛合せ·모듬)를 시키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주는 무가 어묵과 같은 값이고 바닥에 오래 남아 깊은 맛이 밴 `소코다이콘'(底大根·바닥무)은 특히 인기가 높다.

황영식 도쿄특파원

입력시간 2000/10/17 20:14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