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28)] 무엇으로 지구를 식히나

점점 더워지는 지구. 그린랜드 빙원에서만 매년 500억 톤의 얼음이 녹아 지난 100년 동안 해수면은 23㎝나 높아졌다. 수천만년 동안 북극을 덮고 있던 두꺼운 얼음도 녹아내리고 있다. 얼음이 녹을수록 태양 에너지의 흡수가 많아져서 지구온난화는 더욱 가속된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말라리아, 콜레라, 뎅기열, 설사와 식중독 환자도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미 존스홉킨스 대학의 연구팀에 따르면 개도국의 경우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할 때마다 어린이 설사 환자의 수가 8%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위원회'(IPCC)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대기온도가 다음 세기에는 5도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구온난화는 이제 분명한 인류의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공장이나 차량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이산화탄소는 온실효과를 통해서 대기권의 열이 외부로 방출되는 것을 막아 지구의 온도를 높인다.

그래서 이산화탄소의 방출을 줄이는, 즉 화석연료의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 지구온난화의 첫번째 해결책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교토의정서'의 구체적 실천방안을 놓고 일본과 유럽, 그리고 미국은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다.

정치적 해결이 쉽지 않다면 과학적 해결책은 없는가? 안타깝게도 지구를 식힐 수 있는 해답은 아직 없다. 다만 엄청난 철분을 바다에 뿌려 미래의 지구온난화를 잠재울 수 있다는 주장이 관심을 끌고 있을 따름이다.

도대체 철분이 지구의 온도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이러한 발상은 1993년, 지금은 고인이 된 해양학자 존 마틴이 “내게 철분 반 탱크만 주시오. 그러면 내가 빙하시대를 만들겠소”라고 선언한 때부터다.

바다의 플랑크톤은 일반적으로 철분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철분을 바다에 첨가하면 이 식물이 엄청나게 번성한다는 것이다.

바다의 식물 플랑크톤은 육지의 식물과 같이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철을 먹고 번성한 플랑크톤은 이산화탄소를 다량으로 흡수하고 이 플랑크톤이 그대로 죽어서 바다에 가라앉는다면 지구온난화의 요인이 줄어들어 지구의 온도가 내려가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 미 우드스홀 해양학연구소의 해양학자 마태우 차렛과 동료들은 이와 관련한 실험을 했다. 물에 9톤반이 넘는 황화철을 섞어 바다에 5마일 넓이로 뿌리고 그 변화를 관찰한 결과 예상대로 플랑크톤은 엄청나게 번성했다.

특히 호주 남부의 인도양에 있는 불모지 해양에서 조차도 그 결과는 엄청난 플랑크톤의 번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가 문제였다. 실험시작 한달 후에 위성사진을 찍은 결과 플랑크톤은 서로 뒤엉켜서 거의 100마일 길이의 긴 녹색 띠를 형성하고 있었다.

문제는 플랑크톤이 바닥에 가라앉지 않는 이상 이산화탄소의 수준을 낮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플랑크톤이 수면 위에 살아있는 동안 작은 동물이 플랑크톤을 먹고 다시 이산화탄소를 방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MIT의 환경공학자이자 생물학자인 살리 치솔럼은 “이러한 `철-영양화 이론'은 간편함에 있어서 매혹적이지만 해양의 생태계는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대규모의 철분 첨가에 생태계가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기 불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번성하는 플랑크톤을 먹어치울 해파리와 같은, 원치 않는 종이 번성할 수 있고 또 많은 양의 철분이 미소한 동물의 번성을 자극해서 이들이 해양의 엄청난 산소를 빨아들인다면 또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아직 희망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가적 이익이 인류의 이익에 우선하는 지구촌의 아둔함과, 스스로 망가뜨린 환경 속에서 바둥거리는 인간의 우매함.

우리가 일찍부터 서둘러야 했던 것은 바로 자연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아니었을까? 첨단으로만 치닫고 있는 21세기, 지구온난화에 대한 인류의 염려를 잠재울 묘안을 찾는 노력에 좀더 많은 투자와 노력이 가해졌으면 하는 바램이 어찌 저 가을 하늘보다 낮겠는가?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입력시간 2000/10/1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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