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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차라구 우습게 보지 말아요.”

20~30년된 구식자동차, 3박 4일 국토종단 '거뜬'

10월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박물관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20~30년 된 구식 자동차들이 일렬로 도열한 것.

다소 텁텁해 보이는 자주색의 71년식 코티나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밝은 노란색 포니 76년형을 필두로 78년식 K-303, 80년식 브리사, 84년식 맵시나, 87년식 포니 픽업, 87년식 스텔라 등 하나같이 주행거리가 자동차의 평균 수명인 50만km를 넘는 고령(高齡)의 차들이었다.

하지만 모든 차들은 하나같이 금방 출차라도 한 듯 반질반질하게 윤이 났고 엔진 소리도 `고물차'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경쾌했다.


2,500여Km 강행군, 모두 쌩쌩

대열의 끝부분에 있는 바퀴 셋 달린 분홍색 꼬마 삼륜차는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그야말로 고물(古物)이었다. 1972년 회사 판촉용으로 받은 0.5톤짜리 삼륜차를 30년 가까이 몰아온 이국현씨(과자도매업)는 “이제는 부품도 구하기 어렵고 차종이 없다는 이유로 종합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 `고물차'들은 이날 국토종단을 떠나기 위해서 모였다. 3박4일 동안 2,500여km. 여의도를 출발해 대전, 광주, 목포를 지나 해남과 순천을 거쳐 경주에서 포항으로, 다시 동해안을 타고 강릉까지 올라왔다가 원주를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빡빡한 일정이다.

더구나 첫날만 빼고는 두명의 운전자가 교대하며 쉬지 않고 달리는 강행군이다. 자동차 나이 20~30년이면 사람 나이로는 70대. 사람으로 치면 70대 노인이 마라톤 완주를 하는 격이다.

새 차에게도 힘들어 보이는 3박4일 국토순례에 고령차들이 나선 이유는 자동차 오래 타기 캠페인의 일환.

`자동차 10년 타기 시민운동연합'이 자동차를 오래 쓰는 것이 좋다는 생각은 있지만 나이든 차의 성능에 대해 불안해 하는 사람에게 늙은 차도 얼마든지 오래 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마련했다. 보다 직접적 비교를 위해 11대의 고령차들과 매그너스, EF 소나타, 옵티마 등 신형차 3대도 함께 달리기로 했다.

이번 국토종단에 참가한 11대의 고령차들은 모두 실제 운행되고 있는 `살아있는 차'다. 자동차세도 내고 자동차관리법상의 검사도 무사히 통과, 여느 차들과 다름 없다. 하지만 차주인의 정성이 없었다면 대부분은 폐차되었을 차들이기도 하다.

강남구청 공무원인 김상균씨는 1993년 아는 사람이 쓰던 87년식 스텔라를 50만원에 샀다. 새 차를 사기에는 넉넉치 않은 형편이어서 중고차를 샀지만 처음 차를 갖게 된 김씨에게는 그 어떤 새 차보다 소중했다.

이후 김씨는 본격적인 차관리에 나섰다. 자동차 교본을 보고 직접 부품과 정비를 익혔고 차계부 기록은 물론이고 밧데리 위에도 수리날짜 등 기억해야 할 사항을 꼼꼼하게 적어 붙여두었다.

차 닦기는 아예 취미생활처럼 되었고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차를 두고 다니기까지 했다. 김씨는 “차를 사면 편해질 줄 알았던 집사람이 `차를 타는 게 아니라 모신다'며 이따금 투덜거릴 정도였다”고 말한다.

그런 세심한 관리 덕에 김씨의 차는 12만km에서 33만km가 될 때까지 제네레이터가 한번 나간 적을 제외하고는 고장없이 잘 달리고 있다. 요즘도 그는 13년된 스텔라로 분당에서 논현동까지 매일 출퇴근한다. 김씨는 “폐차할 때까지 타겠다”고 한다.


폐차주기 8년, 오래타기 생활화 해야

시민운동연합의 이민재 홍보이사도 다 죽어가는 차를 살려 7년째 타고 있다. 그의 차는 71년형 코티나.

이번 종단 참가차 중 최고령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승용차의 초기 모델인, 고물 중의 고물이다. 주행거리만 73만5,000km. 1993년 아는 사람이 폐차시키겠다는 것을 거저 얻었다.

“원래 엔진이 좋아 여지껏 별 문제 없었다”는 이씨는 수차례 장안동 폐차장을 돌며 부품을 수거, 중고차주의 가장 큰 부담인 부품 문제도 직접 해결했다.

에어컨이 없어 한여름에는 찜통이 되는 것이 흠이지만 많은 사람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반가운 체를 해올 때마다 자동차 10년타기의 홍보가 저절로 되는 것 같아 즐거운 마음으로 타고다닌다.

지난 5월 건설교통부가 지난해 폐차 41만4,032대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의 평균 폐차주기는 7.63년. 이는 미국의 16.2년, 프랑스와 일본의 15년에 크게 못 미치며 1997년의 평균 8.1년보다도 7개월이나 짧아졌다.

2000년 7월말 현재 우리나라에서 굴러다니는 승용차가 799만대이고 이를 새 차의 가격으로 치면 96조2,400억원 상당. 이 차들이 평균 7.63년 밖에 사용치 못하므로 연간 폐차로 인한 손실비용은 약 12조원에 달한다. 즉, 우리 국민이 모두 차를 평균치보다 1년만 더 타면 10조원이 넘는 돈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신형차에 비해 손색없는 연비

고령차들은 예정대로 국토종단을 마치고 13일 오후 무사히 서울로 돌아왔다. 중간에 브리사의 엔진 오일 스위치가 풀렸던 것을 제외하면 11대 모두 아무 사고없이 완주했다.

주행거리와 주유량을 가지고 리터당 연비를 계산해 보니 스텔라가 13.5km, 79년식 포니Ⅰ이 14km, 브리사와 맵시나가 15km였다. 같이 달린 신형차들과 엇비슷한 수치다.

임기상 시민운동연합 대표는 “이번 국토종단을 통해 오래된 차라고 해서 무조건 연비가 떨어지거나 성능이 처지지 않는다는 것이 다시 한번 밝혀졌다”며 “우리나라 사람의 맹목적 새차 선호가 개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오래 쓰는 요령

국토종단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자동차광(狂). 비싼 차나 최신 부품을 좋아한다는 뜻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자동차에 열과 성을 다하는 사람이다.

그 덕에 이들의 `구닥다리' 자동차는 10년이 훨씬 넘는 세월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요즘차 보다 상태가 좋아보였다. 그들에게 자동차 오래 쓰는 요령을 물어보았다.

▲자동차를 내 몸같이 아껴라 - 무슨 물건이든지 주인의 손이 많이 갈수록 수명이 오래 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 자주 닦아주고, 수시로 들여다보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책을 보고 공부하는 주인을 둔 자동차는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 가장 기본이지말?? 대부분 사람이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사항이다.

▲자동차의 피부를 보호하라 - 차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가장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곳이 자동차의 피부에 해당하는 표면. 보통 엔진 등 부품에는 신경을 쓰지만 표면 관리에는 소홀하고 그래서 몇 년만 지나면 대부분의 차가 습기로 도색이 벗겨진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세차 때는 물론, 수시로 코팅제를 발라주어야 한다.

▲차계부를 써라 - 아무리 차를 아낀다고 해도 차의 상태가 어떤지 알지 못한다면 차를 오래 타기 힘들다. 소모품인 자동차는 제때 부품교체를 해주는 것이 필수. 가계부를 쓰듯이 부품 교환 및 수리는 물론 연비계산을 위해 주유 때도 정확히 기록해두면 차의 수명을 늘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자동차에 무리를 주지 말라 - 자동차로 사람과 마찬가지로 힘든 일을 많이 하면 쉽게 늙는다. 불필요한 짐을 싣지 말고 급가속이나 급제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차에게 가장 적당한 80~100km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도 차에 무리를 주지 않는 요령이다. 이렇게 하면 기름 소비도 줄일 수 있다.

김지영 주간한국부 기자 koshaq@hk.co.kr

입력시간 2000/10/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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