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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의 영화세상] 이 순간을 최고로 생각하는 배우들

배우의 작품출연 횟수는 어느 정도가 알맞을까. 기준은 없다. 탤런트의 경우 방영중인 드라마에 겹치기로 나오면 우리는 “그가 너무 출연이 잦다”고 말한다.

그러나 영화는 동시에 두 영화가 개봉해도 그런 말을 하지는 않는다. 영화란 만들어진 때와 개봉시기가 다르고 몇 년후에 영화가 수입돼 개봉되는 경우도 허다하니까.

그러나 적어도 한 작품의 촬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영화를 찍으면 우리는 그 배우을 두고 “겹치기 출연”이라고 말한다. 이런 일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있다. 더구나 그가 스타라면 당연한 것이다.

올해 부산영화제 폐막작인 `화양연화' 를 위해 주연을 맡은 양조위와 장만옥이 부산에 왔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홍콩배우들이다. `익숙하다'는 우리가 본 영화에서 그들의 연기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는 말도 되지만 홍콩영화에 두 사람이 너무나 자주 얼굴을 비췄다는 말도 된다.

사실 그렇기도 하다. 당장 양조위만 해도 개봉중인 액션오락물 `동경공략'에도 나온다. `아비정전'에서 `화양연화'까지 그가 왕자웨이 영화의 단골처럼 나오는 것도 이런 느낌을 더해준다.

장만옥도 비슷하다. 어느날에는 `신용문객잔'같은 무협물에 나오다가 또 어느날에는 도대체 왜 저런 영화에 나오는지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로 3류 싸구려에도 얼굴을 비친다. 그래서 `첨밀밀'이나 `완령옥' 그리고 `화양연화'의 그 깊고 아픈 고독의 빼어난 연기가 더욱 놀랍고 아름다워 보이는 장만옥.

그 놀라움과 아쉬움과 약간의 불만으로 `화양연화' 를 위해 처음 부산을 찾은 장만옥과 양조위에게 국내 기자들은 그 이유를 물었다.

먼저 양조위의 대답. “홍콩배우들은 끝없이 노력한다. 다양한 모습을 대변하는 캐릭터와 각기 다른 유형의 영화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표현방식을 경험하고 그것을 익히는 것만큼 배우에게 좋은 훈련방식은 없다.”

장만옥도 비슷한 말을 했다. “한번도 배역이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는 내가 얼마나 즐기면서 그 역을 하느냐다. 그것이 배우의 건강이다. 홍콩은 배우 스피드한 생활을 하는 곳이다. 그래서 여러 상황에 잘 적응한다. 대여섯개 직업을 동시에 갖고 있는 친구도 있다. 단지 영화는 보여지는 것이기에 많아 보일 뿐이다.”

그들은 다작(多作)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이유도 분명했다. 그것이 자기 연기경험과 성숙을 위해서건, 바쁘게 사는 홍콩인으로서의 즐거움과 건강 때문이든, 그들은 남이야 뭐라고 하든 영화를 즐겁게 받아들이고 또 그만큼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둘은 “배우로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지금”이라고 했다. 장만옥은 “항상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되도록 살겠다”고 했고 양조위는 “지금의 나는 이순간 가장 성숙해있으며 극단적이지 않고 즐길 수 있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양조위야 `화양연화'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장만옥은 1991년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완령옥'과 그때가 가장 좋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지 않고, 실패를 하더라도 “지금을 최고”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자신은 늘 과거보다는 조금씩 나아지고, 앞으로도 그런 마음으로 연기하고 인생을 살겠다는 뜻이다. 다작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지치지 않고, 한 때의 반짝 스타가 아닌, 갈수록 원숙한 스타가 되는 이유다.

이대현 문화부 차장 leedh@hk.co.kr

입력시간 2000/10/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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