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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영덕의 해안도로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꼽으라면 몇년 전만 해도 남한 최북단인 고성과 부산을 잇는 7번 국도였다. 한쪽으로는 백두대간을, 반대편으로는 푸른 동해를 보며 달렸다.

그러나 요즘은 사정이 많이 바뀌었다. 도로 곳곳이 확장되고 직선화하면서 마을을 우회하고 난간마저 높아졌다. 드라이브의 운치가 크게 줄었다. 동해와 강릉 구간은 아예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제 7번 국도는 해안도로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파도의 포말이 얼굴에 맞을만큼 바다에 가깝게 다가가는 길은 없을까? 짠내와 푸르름에 푹 취해보고 싶은 드라이버의 꿈이다.

그것을 위해 백두대간을 넘었다면 경북 영덕군의 918번 지방도로가 대답이 될 듯하다. 불영계곡이나 삼사해상공원 등 이 지역의 명소를 찾은 사람도 꼭 한번 들러야 할 곳이다. 여행의 목적이 뒤바뀔 수 있다.

이제는 제법 동해안의 명소가 된 강구항이 출발지다. 강구항은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장소가 되어 값자기 유명세를 탄 곳. 어느 항구나 마찬가지로 시장통처럼 북적거린다. 복잡한 좌판과 상가를 지나면 교통량이 거의 없는 한적한 길이 펼쳐진다.

길은 바다와 바짝 붙어 달린다. 바다는 차창 바로 바깥에 있다. 센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면서 뽀얗게 차 유리를 덮는다. 길 바로 옆 갯바위에서는 낚싯대를 드리운 태공이 바람과 씨름을 한다.

잠시 가다보면 금진포구. 강구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은 어항이다. 언제나 갈매기들이 해변과 마을을 뒤덮는다. 한꺼번에 울어대는 소리에 귀가 따가울 정도이다.

오징어철이면 피대기(덜 말린 오징어)를 널어놓은 작은 덕장이 도로의 갓길을 점령한다. 바닷바람과 비릿한 오징어냄새가 뒤섞여 차 안으로 들어온다. 지금은 그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금진포구를 지나면 길은 옆으로가 아니라 위로 바다와 멀어진다. 까마득한 벼랑 위로 길이 오른다. 정상에 무인등대가 있고 그 옆에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가로막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탁 트인 바다, 그 위로 고깃배만 한가롭게 떠다닌다. 산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소리를 질러볼만하다.

더 달리면 경정리 차유마을이다. `영덕 대게 원조마을'이라고 이정표에 써 있다. 잠시 차를 세우고 항구로 내려가면 대게를 크게 조각해 원조 마을임을 나타내는 비석을 볼 수 있다. 역시 갈매기가 그 비석의 주인인양 올라 앉아 있다. 비교적 큰 횟집이 있다. 지금은 대게 철이 아니어서 마음 껏 먹을 수는 없지만 맛을 볼 수는 있다.

길은 축산해수욕장까지 30여㎞나 이어진다. 내쳐 달린다면 30분이면 충분하겠지만 중간중간 차를 세우고 한눈을 팔다보면 2시간으로도 모자란다. 뒤에 따라오는 차도 거의 없다. 천천히 운전하다가 무언가 보고 싶으면 비상등을 켜고 그냥 도로 옆으로 슬쩍 비켜 있으면 된다.

동해안에는 이와 비슷한 도로가 여럿 있다. 경북 울진의 덕산해수욕장에서 망양정에 이르는 울진 해안도로는 이미 울진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됐다.

기암 사이를 이리저리 뚫고 바다와 붙었다 헤어졌다를 반복한다. 동해시 묵호항에서 망상해수욕장을 잇는 도로도 운치가 있다. 특히 아침 일출과 함께 하면 좋다. 어달항 등 동해안 작은 포구의 아침 풍경에 취할 수 있다.

권오현 생활과학부차장 koh@hk.co.kr

입력시간 2000/10/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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