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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빚는 연·기금 투자] 연기금 어떻게 운영돼 왔나?

정부는 최근 주식시장의 안정을 위해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10월 24일부터 4대 연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우체국보험기금)을 통해 1조 5,000억의 사모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투신사나 자산운용사가 운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 부양대책은 이와함께 보험사의 주식투자 한도 완화, 자사주 취득 한도 확대 및 세제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주식투자, 기대보다 우려 많아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하다. 증시의 하락세가 주춤해진 것은 사실이나 증권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치가 아니라는 견해가 많다. 오히려 가뜩이나 운영이 불확실한 연기금을 증시에 동원하는 데 대한 우려가 높다.

연기금은 연금과 기금을 합친 말이다. 연금은 노후의 소득보장을 위하여 근로기간 동안 기여금을 내고,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급여를 받는 제도로서, 사회보험의 형태를 띤다. 사회보험은 가입이 강제적이고 급여조건과 수준이 법률로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사보험과는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금제도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과 일부 직업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공무원, 사립학교교원, 군인연금이 있다.

기금이란 1961년에 제정된 예산회계법에 의해 처음 도입된 것으로 국가가 특정한 정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예산의 일반원칙을 탈피하여 보다 신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정부가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다.

기금의 설치와 운용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국가의 정책목표를 위해 예산을 보다 신축적으로 사용할 필요성이 있으며, 또한 장기적인 사업의 경우 1년 단위로 편성되는 예산보다 기금을 활용하는 게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기금 운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또 기금의 설치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경우 기금의 설치에 대한 정당성과 운용의 투명성 및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우선 기금의 숫자가 너무 많고, 그 규모도 과도하게 크다. 1993년 114개나 되었던 기금은 지속적인 축소노력으로 1999년에 75개, 2000년 10월 현재 61개(공공기금 43개, 기타기금 18개)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기금의 수는 많으며, 기금간의 사업영역과 수혜자의 중복현상이 심하고 지출목적에 서도 일반예산과 차별성이 미흡한 실정이다.

또한 기금간의 횡적 업무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일관된 정책방향이나 지원전략이 없으며, 우선순위가 낮아서 예산확보가 어려운 사업이나 예산확보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재량권을 확보하기 위해 기금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성 부족, 주먹구구식 자산 운영

기금을 통한 사업이나 자금사용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투명성이 부족했다. 기금운용과 관련된 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으나, 심의가 서면 또는 대리출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관련 전문가 및 수혜자 대표가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전문성과 대표성에 있어 결함이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의사결정과정이 폐쇄적이고,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관련 정보에 대한 공개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기금제도가 도입된 지 40년만에 처음으로 기금백서 발간과 기금운용 평가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기금에 대한 정보부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러한 의사결정의 폐쇄성은 불합리한 자원배분으로 연결됐다. 타당성이 낮은 수익성 사업의 운영, 기금사업의 효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배분보다는 나눠먹기 식의 배분으로 인한 기금사업의 비효율성을 초래했다.

기금운영의 전문성 부족은 곧바로 주먹구구식의 자산운용으로 이어졌다. 자산운용은 각 기금의 특성과 사업목적을 반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체의 운용지침이 없이 기획예산처의 운용지침을 답습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금이 자산운용정책(목표 수익률, 허용위험도, 필요한 유동성의 확보, 투자기간 및 대상)이 명문화되어 있지 않으며, 이에 대한 필요성 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자금흐름에 대한 예측을 바탕으로 한 적정한 유동성 확보와 중장기적 투자전략도 없이 지나치게 단기위주의 자금운용을 하는 것은 물론 금융기관의 상품위주의 운용, 특정 금융기관에 대한 과도한 의존, 자산운용의 성과평가 및 보상체계의 부재 등 자산운용의 문제점은 심각한 상황이다.


적절한 통제장치 마련 시급

가장 심각한 것은 적절한 통제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여러 문제점들이 지속적인 개선 노력과 적절한 통제장치의 확보로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는데도 현실적으로 기금의 조성과 사용에 대한 통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일부 공공기금의 경우 규정상 국회의 통제를 받고 있으나, 사후적인 그리고 간접적인 통제로 그 실효성이 적다. 사전적 통제, 엄격한 성과평가를 통한 사후통제, 상설 통제기구의 설치와 전문가의 참여가 절실하다.

사정은 연금도 마찬가지다. 이번 조치로 주식에 자금을 투입될 수 있는 연금의 경우, 자체의 재정적 안정성은 매우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운영에 문제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우선 공무원 연금은 이미 적자가 나고 있다. 사학연금도 시간적 차이가 있을 뿐, 공무원 연금과 마찬가지로 기금고갈이 예상된다.

국민연금의 경우는 어떤가? 수혜자가 적어 기금은 당분간 엄청나게 늘어나 2034년에 590조가 적립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해부터 적자가 예상되며, 2048년에는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문제가 없다고 큰소리치지만 증시부양을 위해 무작정 자금을 쏟아붓는 식으로 운영하다 보면 결과는 좋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와 같은 사고와 투자 방식으로는 연기금 운영을 신뢰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연기금의 규모는 1999년말 현재 282조로 중앙정부 예산에 3배의 규모에 달할 정도로 크다. 그중 주식시장에 투입할 수 있는 연기금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정부는 20~30조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 것 같다.

정홍원(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chunghw@samsung.com

입력시간 2000/10/2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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