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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빚는 연·기금 투자] 연기금의 주식투자 바람직한가?

재정적 안정성부터 높여야

정부가 증시안정을 위해 4대 연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우체국보험기금)의 주식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모든 게 정부의 기대대로 잘 풀려나갈까. 연금수혜 대상자로서는 문제가 없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우선 주식시장에 투입하는 시기의 문제이다. 연기금의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지수관련 대형주들의 추가하락을 방지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나,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계속되고 경기가 하락할 경우에는 연기금의 매입여력은 단기간에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

주식시장에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연기금은 주로 적립성 기금이다. 2000년 8월 현재 4개의 기금이 주식시장에 직간접으로 투자한 액수는 전체규모 75조 3,000억의 9.6%인 7조 2,000억이다.


동원가능 금액 2조~2조5,000억원 정도

주요 선진국의 경우 연기금의 30~50%를 주식투자에 사용하여 장기적인 기금증식에 활용하고 있으며, 주요 기관투자자로서 시장의 지지세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고유 사업목적을 가진 기금이 대부분이고, 외국의 경우에는 자산운용을 목적으로 하는 자금이므로 주식투자의 비중이 우리 나라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실정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20조 이상의 자금을 주식시장에 추가로 투입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연기금의 내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실성이 없는 액수이다. 이미 주식에 투자된 자금과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예탁한 자금이거나 부동산 자산은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주식시장에 추가로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채권, 한국은행예치금 및 은행 예치금의 일부라 할 수 있다.

한국은행예치금의 규모가 큰 기금은 외국환평형기금(9조 4,000억)이며, 이외에 예금보험기금(4,137억)이다. 그러나 이 기금을 동원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중은행에 예치된 자금 중 사업성 기금의 예치금은 지출을 위한 것이므로 동원가능한 자금이 아니며, 적립성 기금의 예치금의 일부가 주식시장에 투입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채권에 편입되어 있는 자산 중 일부를 주식시장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채권을 팔고, 이를 주식에 편입시킨다는 것은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금융시장 전체의 흐름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금동원이 가능한 연기금은 국민연금, 사학연금, 우체국보험기금이며, 그 규모는 대략 2조~2조 5천억 정도로 추정된다.

일선 펀드매니저들은 1조 5,000억 정도의 규모라면, 내리막 증시에서 일주일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연기금의 주식매입 시점을 외국인들이 매도기회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연기금은 국민의 재산이라는 점에서 실제 투입시기에 대하여 탄력적인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두운 시장전망 이익실현에 부정적

또 투입된 자금이 과연 이익을 실현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이익은 고사하고 손해를 보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소리도 있다. 솔직히 이대한 대답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이번 조치로 주식에 투자될 연기금의 담당자들과 국민은 손해를 볼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조치는 해당 연기금 자금을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투신사나 자산운용사의 투자상품을 구매하는 것인데, 담당자들은 가능한 주식의 편입 비율이 낮은 상품을 계약하려고 하고 있다.

몇몇 실무자들은 극단적으로 전체자금을 주식이 아닌 채권에 편입하는 상품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일정 비율이상이 주식에 편입되어야 한다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기금 운영자들이 주식편입를 꺼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향후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1년을 기준으로 주식, 채권, 부동산(주택매매)의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채권은 안정적이나 수익률이 낮고, 주식은 수익률이 높은 대신에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이거나 혹은 다른 나라의 경우에나 해당하는 말이다. 그림에서 보듯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채권이 더 안정적이고, 수익률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주식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연기금의 자금을 동원하여 주식시장을 안정화 하고자 하는 정부의 조치는 다른 정책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에 가깝다. 그러나 현재의 주식시장의 상황이나 앞으로 전망으로 볼 때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을 없는 것일까?

적어도 단기적으로 해결책은 없다. 주식시장의 경우에도, 그리고 연기금 자체의 문제점도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고, 귀가 아플 정도로 많은 들어온, 성공적인 구조조정과 정상적인 시장의 복원이다.


지속적 투자여유자금 확보 어려울 듯

연기금의 자금을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주식에 대한 투자가 선진국의 경우처럼 장기적인 안정성과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다면, 당연히 여유자금을 주식에 투자할 것이다.

실제로 외국의 연기금들은 주식투자를 통해 많은 수익을 얻고 있으며, 기관투자자로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연기금 자체의 문제, 특히 재정적 안정성을 높이는 것도 유력한 해결방안이다. 연기금의 재정적 안정성이 확보되어야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자금도 있는 것이다.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과 상시적인 감시장치의 필요성은 재정 안정성의 확보에 비하면 정말로 사소한 문제이다. 실제로 이번 조치로 주식에 자금을 투입하는 연기금의 경우, 자체의 재정적 안정성은 매우 취약하며, 지속적으로 주식에 투자할 여유자금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공무원 연금은 이미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며, 사학연금 역시 시간적 차이가 있을 뿐, 향후 공무원 연금과 마찬가지로 적자와 기금고갈이 예상된다.

국민연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국민연금 재정예측에 의하면, 당분간 기금은 엄청나게 늘어나 2034년에 590조가 적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34년부터 적자가 예상되며, 2048년에는 기금이 고갈될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재정 재계산에 의하여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결코 큰소리 칠 형편이 아니다.

연기금을 동원한 증시부양은 일시적인 조치다. 문제해결의 핵심은 성공적인 구조조정과 경기회복이며, 이를 위해서 넓은 안목을 가지고 일관성 있는 정책의 강력한 집행이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필자 개인의 견해로 연구소의 공식의견과는 무관함>

정홍원(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chunghw@samsung.com

입력시간 2000/10/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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