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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안학교 두레자연고의 '대안찾기'

"우리만의 교실이데아를 세울겁니다"

10월18일 오전 경기 화성군 두레마을에 위치한 대안(代案)학교인 두레 자연고등학교의 생활체육 시간. 체육관으로 쓰이는 강당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로 가득차 있었다. 똑같은 체육복 대신 집 앞에라도 나온 듯 트레이닝복 바지에 티셔츠 차림인 아이들은 그야말로 제각각이었다.

한편에서는 탁구를 치고 제기를 차고, 다른 한편에서는 매트리스 위에서 몇명의 아이가 뒤엉켜 있었다. 몇몇은 합기도를 연습중이었다. 원래 이번 수업은 태껸을 배우기로 했던 시간.

하지만 운동화를 신고와야 할 아이들이 모두 `딸딸이' (슬리퍼)를 신고오는 바람에 수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생활체육을 가르치는 김진오 교사는 “우리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원래'입니다”라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산만하지만 자유롭고 활기찬 수업시간

오후에 있었던 2학년의 `열린 사회 열린 사고'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주제는 얼마전 있었던 제주도 극기훈련의 감상문을 쓰는 일. 감상문을 쓰기 전에 지도교사가 제주도 지도를 그리자 아이들은 도시 위치가 틀렸다며 교사에게 면박을 주었다.

수업종이 치고 나서 20분이나 늦게 들어오는 학생이 있었지만 교사는 물론 학생들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감상문을 쓰기 시작하자 얼른 워크맨을 끼는 아이, 쓰려는 단어가 얼른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선생님에게 거침없이 질문하는 아이, 머리가 아프다며 약 먹으러 나가겠다는 아이 등으로 수업은 다소 산만했다.

하지만 수업 분위기는 자유롭고 활기 찼다. 열띤 토론까지는 아니었지만 누구나 질문할 수 있고 누구나 대답할 수 있었다. 교사의 질문이 떨어지면 틀린 답을 말할까 봐 쥐죽은 듯 조용해지는 여느 고등학교 수업과는 확실히 달랐다.

두레 자연고는 지난해 문을 열고 교육부로부터 특성화 고교로 정식인가를 받았다. 첫해 20명을 받았고 올해 40명의 신입생이 입학, 모두 60여명의 남녀 학생이 다니고 있다.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한다.

7시에 일어나 아침 체조를 시작으로 오후 3시 반쯤 수업이 끝난다. 밤 12시 건물의 불이 완전히 꺼질 때까지는 대부분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 수업료는 학교운영지원비를 포함, 분기당 30만원이고 기숙사비가 월 30만원이다.

이동수업 등에는 별도의 돈이 든다. 적지 않은 돈이지만 아직 대안학교가 많지 않은 탓인지 올해 입학경쟁률은 2.5:1이었다. 요즘도 하루에 20여통 이상의 문의전화가 오고 입학을 기다리고 있는 대기자만 100명이 넘었다.

두레 자연고에 온 아이들은 대부분 일반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했던 `문제아'. 학원폭력에 가담했던 아이들과 `왕따'를 당했던 아이들이 많고 일부는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이곳에 왔다.

학생중 3분의1 이상이 가출과 흡연 및 음주 경험이 있고 절반은 부모의 무관심 혹은 지나친 관심에 시달린 아이들이다. 일반 학교를 다니다 두레 자연고 1학년으로 옮겨온 강보라 양은 “학교 다니기 싫어 너무 안 나갔더니 잘렸다. 공부는 여전히 재미없지만 몇몇 수업은 괜찮다”고 말했다.


열린주제 열린수업으로 관심 유도

이곳에서 아이들은 이른바 `대안교육'을 받고 있다.

자유로운 주제로 이야기하는 열린 사회 열린 사고, 인근 농가에서의 노작 체험, 극기체험, 사회봉사 등 특성화 과목 외에 아이들이 관심있어 하는 요리, 춤, 사물놀이 등의 동아리 활동이 매일 저녁 열린다.

봉사활동은 한달에 한번씩 음성 꽃동네나 장애인 체육대회 등을 찾아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얼마 전에는 1학년들이 지리산으로 극기 체험을 다녀왔다. 매달 가는 영화구경 등 문화산책도 빼놓을 수 없다.

또 매년 중국 연길에서 3주간 전교생과 교사들이 이동수업을 하고 4월에는 직접 장을 담가 11월 학교축제 때 판매도 한다.

이런 수업은 무엇보다 아이들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는 게 목적이다. 이곳에 온 아이들 대부분이 호칭문제를 비롯한 동기간 관계에는 지나치게 예민한 반면, 수업을 비롯한 학교행사에는 쉽사리 관심과 반응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조승관 학생부장 교사는 “두레 자연고의 제일 목적은 일단 학교에 거부감을 가진 아이들을 교실로 끌어들이는 데 있다. 또 지식의 일방적 전수보다는 생활지도와 인성교육을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두레 자연고의 교사들은 절대 아이에게 억지로 수업참여를 권하지 않는다. 대신 꾸준한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들이 자발성을 이끌어내도록 자극을 준다.

하지만 두레 자연고는 밖에서 생각하듯, 혹은 외국의 대안학교에서 보듯 모든 것이 새롭고 일체의 규제가 없는 `문제아의 해방구'는 아니다. 오전에는 일반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국어 영어 수학 등 정규과목을 가르친다.

수업은 공부에 흥미가 많은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로 나뉘어 진행되고 원하는 아이에 한해 개인지도도 한다.

모교에서 국어교사가 되고 싶다며 수능을 준비중인 2학년 김승석군은 “진도는 다소 느리지만 주입식이 아닌 대화식으로 수업이 진행돼 생각도 한결 넓어지고 공부를 통해 나를 다듬어가게 된다“고 말한다.

1인1악기가 목표인 음악수업은 일반학교에서 수능시험을 이유로 2학년부터 흐지부지되는 것을 계속하는 것이고 자원봉사 같은 특성화 교과도 요즘 일반학교에서 하는 특활을 좀더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학생들 `사고' 스스로 해결하도록 조치

또 학교가 아이들에게 보다 많은 자유를 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에 걸맞는 책임의식을 갖도록 하는데 각별한 신경을 쓴다. 필요하다면 체벌도 한다.

일반학교와 다른 점은 무작정 혼을 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잘못했는지 분명히 이야기해주고 벌을 주는 것이다. 이날도 지난번 지리산 극기훈련을 무단이탈한 학생이 게시판에 공고된 대로 인근 농가의 퇴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학기초인 3월부터 5월 사이에는 특히 폭력을 포함한 아이들간의 세력 다툼이 많고 선후배간의 갈등이 나타나는데 이때는 교사가 무조건 혼을 내기보다 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자치회 간부들을 통해 심부름 시키지 않기, 동기끼리 인사 안하기 등 아이들 스스로 정한 규율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다. 똑같은 문제를 경험했던 선배들은 이때 교사 한명 이상의 역할을 해낸다.

술이나 담배, 이성교제 등 생활지도도 마찬가지다. 한달에 한번 열리는 교사 학생 공동자치회에서는 수업은 물론, 기숙사 생활에 관한 각종 안건을 함께 토의한다. 그래서인지 두레 자연고에서 만난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선생님들이 좋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인내심 어린 지도와 스스로의 체험에 의해 문제아였던 아이들은 조금씩 조금씩 변해간다. 조승관 교사는 “대안학교에만 오면 대번에 새사람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대안교육이 일반 고등학교의 교육과 특별히 다른 것은 아니다. 우리들은 다만 학생 누구에나 보다 많은 도움이 되는 교습방법의 대안을 찾아가는 중일 뿐”이라고 말한다. 한국형 대안학교를 찾아가는 두레 자연고의 실험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김지영 주간한국부 기자 koshaq@hk.co.kr

입력시간 2000/10/24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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