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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50년] 기무사 출신 전역자의 회고

“9사단30연대가 어디 출동하는 모양인데 어디 출동시키는가.” “연대출동 안합니다.” “그런데 어디 출동한다고 그러는데 무슨 소리야.” “연대가 말입니까.” “지금 9사단30연대장이 삼송리까지 출동한다고 전화가 왔는데….” “연대출동 안합니다.”

12ㆍ12사태 당시 이건영 3군사령관과 구창회 9사단 참모장간에 오간 통화 녹취록이다. 구 참모장이 신군부 세력의 병력이동을 상부에 속이고 있는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당시 보안사가 육본측의 통화내용을 녹취한 것이다.

보안사는 전두환 보안사령관측의 군사행동을 진압하려는 육본측의 행동을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고 있었다. 당연한 임무인 기무사(보안사)의 통화감청이 비정상적 상황에서는 치명적으로 활용된다는 극명한 예다.

1980년대 초 보안사에서 근무한 한 전역자에 따르면 장성, 영관급의 유선통화는 거의 100% 감청대상이다. `누가, 무슨 일로, 누구와' 등의 통화기록이 누적되면 지휘관들의 친소관계와 사생활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내 사조직 생성 기미도 이같은 감청을 통해 추적함은 물론이다.

당시 예하부대 보안사병의 일은 일상적 정보수집이 대부분이었다. 머리도 일반 사병보다 길게 기르고 헌병도 간섭하지 않아 다소 특권의식에 젖는 경우가 많았다.

헌병에게는 오히려 업무적으로 건드릴 게 많아 속칭 보안사병이 `밟는 위치'에 있었다. 일부 보안사 근무자들은 관할지역 검찰청에서 발급하는 신분증을 갖고 있어 민간인과 군인으로 이중신분을 갖고 있었다.

업무는 보직따라 다르긴 하지만 군내의 동향파악과 장교 인사이동 등에 대한 보고서 작성이 주업무였다. 전군에 경계령이 내려졌을 때는 일선 장병의 근무자세를 상부에 보고한다. 부식과 유류가 제대로 보급되고 있는지, 장병들이 부식에 불만은 없는지 살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었다.

대공업무와 첩보성 업무는 장교와 하사관의 업무. 당시 특수상황에서 이뤄졌던 `녹화사업'(군내 좌경세력 적발)도 여기에 포함됐다. 운동권 출신 입대자를 조사하고 회유해 재학시 계보를 파악하는 일이다.

이같은 편린이 취합되면 전국적 운동권 조직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이 전역자는 자신의 보안사 근무사실을 회고하며 담담하게 정보기관을 평가했다. “권력이 정당하게 행사된다면 기무사는 반드시 필요한 기관이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0/10/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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