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50년] 탈냉전에도 정보비용은 계속 증가

스파이와 냉전은 등식처럼 연결돼 있다. 탈냉전이 정보예산의 감축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미국의 계간지 외교정책(Foreign Policy) 가을호는 정보비용이 오히려 다시 증가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올해 미국의 각종 정보예산은 약 300억 달러(33조원)로 냉전시대의 최정점에 육박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다른 나라도 첩보비용은 전체 국방비의 5~10%에 달한다.

그러나 미국의 정보예산은 용처에 있어서는 냉전기와 확연히 다르다. 냉전기 미국은 정보예산의 65~75%를 대소련 첩보활동에 썼지만 지금은 15%만 러시아에 할당하고 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 비밀정보기관(BSIS)은 1994년 대소련 정보예산을 냉전기의 37%에서 15%로 대폭감축했다. 대신 예산의 40%를 마약전쟁과 대테러, 무기확산 방지, 돈세탁 방지 등에 투입하고 있다.

정보비용의 증가와 용도변화는 탈냉전기 정보환경 변화와 직결돼 있다. 국제화에 따라 무역, 여행, 통신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했지만 그만큼 외부위협에 대한 국가 시스템의 노출도 커졌다.

아울러 정보의 비대칭성이 무역협상을 비롯한 새로운 전장에서 변수로 작용함에 따라 첩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탈냉전기 첩보비용은 인적(스파이)비용 보다 신기술과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첩보용 기술이 상업화하면서 테러집단 등이 쉽게 접근하는 문제점도 노출하고 있다. 이것은 강대국들이 정보의 우위성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자를 늘려가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10/24 21:29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