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리 거스르지 않는 신중한 경영인

심텍의 전세호 사장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979년도니까 지금부터 20년전 군대에서다. 그 때 그의 가정은 속칭 우리가 말하는 준재벌 집안이었다. 그러나 그는 부유한 가정의 2세답지 않게 성실하고 근면하게 군생활을 해 선.후배 관계에서도 원만하고 질서있게 기틀을 잡았다

그의 장점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말이 없고, 앞에 나서지 않으면서 모든 사람이 뒤따르게 만든다는 것이다. 교과서적이라고 할 만큼 정직하고, 순리에 따르기 때문이 아닐까? 옆에서 보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점을 높이 사고 싶다.

그는 굉장히 신중한 사람이다. 그러나 사업적인 판단은 어떤 경우에 다른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실천에 옮겨질 때가 있다. 섬유가 호황이던 80년대 후반에 그는 이미 섬유사업의 미래에 회의를 느끼며 전자산업으로 전환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섬유와 전자는 너무나 연관성이 없는 사업이어서 막대한 시설투자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온 집안이 자금의 부족으로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우직했고 흔들림이 없었다. 모든 것을 자기가 떠안았고, 모든 고충을 스스로 삭히고 있었다.

다수의 경영자가 생각할 수 밖에 없는 편법도 그는 절대 수용하지 않고 빠르게 묵묵히 회사 일에 전념을 하였다. 공장에서 직원들과 숙식을 같이하고 온 가족도 공장이 있는 청주로 이사하였다.

이것은 직원들이 진심으로 회사 일에 동참하게 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수년간에 결친 각고의 어려움 끝에 심텍은 이제 중견기업이 되었다. 그는 모든 성공을 직원들에게 돌렸다. 우리나라에 이런 기업만 있다면, 이런 기업이 하나만 더 있으면 든든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성공한 기업인들이 흔히, 자기가 번 돈이라며 개인용도로 사용하곤 하지만 그는 그렇지가 않다. 소주를 즐길 만큼 검소하다. 룸살롱은 비싸기 때문에 가지 않는다. 또 아낄려고 굳이 애쓸 필요도 없다.

천성적으로 그렇게 타고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려운 사람을 도울 때는 너무 과감해 집안 식구들은 간혹 섭섭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제 하나의 성공을 이루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안주할 사람이 아니다. 이미 조용히, 신중하게 어떤 일을 계획하고 차근차근 실천에 옮기고 있을 것이다. /제삼통상 이기석사장

입력시간 2000/10/2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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