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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관중석, 외면받는 프로야구

프로 출범 이후 초대 위기에 몰려

지난 9월 초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할 드림팀의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응용 해태감독(60)에게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예상성적과 선수기용에 대한 것이 주류를 이뤘다.

당시 별로 주목하지 않았지만 그는 사령탑을 맡은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지난 시즌 서울에서 열린 시드니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기간중 시즌을 중단하는 것에 대해 가장 크게 반발했던 그가 올시즌에는 왜 `시즌중단 찬성론자'가 되었는지를 변명하는 자리였다.

그의 말은 이랬다. “지금은 프로야구의 위기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프로감독으로 몸을 담고 있지만 지금 같은 추세라면 프로야구의 존립이 위태롭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 다시 한번 프로야구가 살아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다”

`시즌중단 찬성론자'로서의 변명이었지만 그의 말은 단순한 변명 이상의 뜻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올시즌 프로야구는 급격한 관중감소로 82년 출범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일부에서는 `국내최고의 인기스포츠'는 허울뿐이고 프로야구출 범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게 아니냐고 극단적으로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평균 관중수 4,713명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포스트시즌에 큰 기대를 걸었다. 팬들이 가장 많은 서울연고팀인 LG와 두산, 구도 부산을 홈으로 하는 롯데, 전통의 야구도시 대구를 근거지로 한 삼성, 그리고 최강 현대(수원)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기 때문이었다.

KBO 한관계자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며 “역대 포스트시즌사상 최상의 카드이다”고 잔뜩 기대했다.

그러나 이관계자의 예상과는 달리 포스트시즌은 초장부터 김이 빠져버렸다. 롯데와 삼성이 맞선 준플레이오프 1차전. 10월 14일 마산구장은 고작 3,259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국내에서 가장 야구열기가 높은 곳중 하나인 마산에서 재격돌했기 때문에 만원사례를 이룰 것으로 예상했지만 보기좋게 빗나갔다.

10월 13일 종료한 정규시즌 관중수는 90년이후 최악이다. 입장관중수는 250만7,549명이다. 90시즌이후 제일 적은 숫자이다. 또 국제통화기금 (IMF)구제금융의 여파가 컸던 98시즌보다도 10만명 정도가 줄었다.

한국시리즈를 9번이나 차지했던 해태의 올시즌 관중성적표는 프로야구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울 정도다. 홈경기 평균 관중수가 간신히 1,000명을 넘어선 1,049명에 불과했다. 웬만한 아마야구대회보다 못한 수준이다.

올시즌 쌍방울을 인수해 팀을 창단한 SK가 1,281명 현대가 1,940명이었다. 8개 구단가운데 홈경기 평균관중 1만명을 넘은 팀은 LG가 유일하다. 지난 시즌보다 3%줄었지만 1만684명을 기록,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지난해 LG와 함께 관중동원에서 성공적인 팀으로 꼽혔던 롯데는 올시즌 6,733명으로 홈관중수가 급감했다. 지난시즌 1만1,671명이었던 비교하면 거의 절반수준밖에 안된다. 8개구단 통틀어 1경기평균 관중수는 4,713명으로 프로야구 출범이후 사상 최저다.

89시즌이후 연평균 관중수가 200만명대에 머문 것은 89시즌(288만3,669명), 98시즌(263만3,119명)에 이어 3번째이다.

사실 프로야구는 90년대에 최고의 인기였다. 95시즌에 역대 단일시즌중 최다인 540만6,374명을 동원하는 등 몰려드는 관중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90시즌에 처음으로 300만명(318만9,488명)을 돌파했고 93시즌에 400만명(443만 7,149명)을 넘어섰다.

96시즌까지 호황은 계속됐다. 97시즌에 390만2,966명의 관중이 입장 400만관중시대가 마감됐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또 지난시즌에는 이승엽(삼성)의 홈런신드롬덕분에 다시 300만관중시대에 재진입했었다.


스타플레이어가 없다

올시즌 관중이 격감한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있게 근거를 내놓는 사람은 없다.

김소식 SBS해설위원의 분석이 상당히 일리가 있다. 그는 “95시즌을 끝으로 선동렬(전 해태)이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이후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스타급선수들이 줄줄이 해외로 나갔다.

또 박찬호(LA다저스)의 경기가 생중계되면서 야구팬들의 기대수준은 높아지고 있는데 반해 국내야구수준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주장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같은 분석에 동의한다. 일단 가장 큰 문제로 간판스타가 없다는 것이다. 초창기 박철순, 윤동균(전 OB) 장효조, 김시진, 이만수(전 삼성) 최동원, 김용철, 김용희(이상 롯데) 김봉연, 김성한(이상 해태)같은 대형 스타들은 이미 은퇴했다.

또 2세대 인기몰이의 주역이었던 선동렬은 일본에서 뛰다가 올시즌초 은퇴했고 장종훈(한화)은 예전만 못하다. 또 이종범(전 해태), 이상훈(전 LG) 정민철(전 한화)등은 국내무대가 좁다며 해외에서 뛰고 있다.

이종범이 국내에서 뛸 때 그의 모습을 보기위해 전국 어느 구장이든 만원사례를 이룬적이 많았다. `전국구'였던 이종범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물론 지난시즌 54개의 홈런을 터뜨린 이승엽이 야구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팬들을 유인할 수 있는 잠재능력이 크지만 아직 이종범 선동렬 이상훈정도는 아니다.

또 70년대 축구의 `차범근신드롬'이 재현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당시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던 차범근의 경기모습이 TV를 통해 국내안방에 그대로 전달되면서 축구팬들이 국내축구를 외면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박찬호와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경기모습이 쉴새 없이 야구팬들을 찾아가고 메이저리그 경기장면이 생중계되면서 국내야구에 대한 염증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국내고교 대학야구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팀들의 저인망식 스카우트공세를 틈타 `미국으로 미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도 스타기근 현상을 불러온 요인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운영방식 과감히 손질해야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을 국내 구단들의 그릇된 프로야구 운영방식에서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국내재계 1위부터 4위까지 대기업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지만 오히려 덩치큰 재벌들의 잘못된 경쟁의식으로 프로야구가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82년 전두환 군사정권에 의해 3S정책의 하나로 탄생했다는 태생적 한계도 있지만 프로야구팀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프로야구를 기업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얘기지만 연간 100억원이 훨씬 넘는 돈을 물쓰듯하면서 `홍보용 액세서리'쯤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오너의 말 한마디만 떨어지면 죽기살기식으로 이기는 데에만 골몰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판을 깨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돈을 싸들고 필요한 선수를 싹쓸이하는 바람에 8개구단간 전력의 불균형이 심해졌다. 때문에 1등부터 꼴등까지 순위매김은 이미 시즌전에 다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최근 위기의식을 반영하듯 김승철교수(성균관대 체육교육과)에게 1억8,000만원의 용역비를 주고 프로야구발전을 위한 여론조사를 벌이고 있다.

KBO는 올 연말 께 여론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프로야구 관계자와 팬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벌여 경기제도 개선 등 다양한 관중증대방안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그렇지만 KBO관계자는 “뾰족한 대책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현상황보다 더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며 대안부재를 토로했다.

정연석 체육부기자 yschung@hk.co.kr

입력시간 2000/10/24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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