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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조치훈 '허허실실'에 맥 풀린 고바야시

조치훈의 고바야시에 대한 평.

"고바야시는 평소의 공부로, 무한한 변화 중에서 불필요한 수는 과감히 기억에서 끊어버릴 수 있으니 굉장한 사람이다. 그 상황에서 나 같은 사람은 불필요한 것까지 전부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리 시간이 많아도 늘 부족하다. 즉 멍청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바야시와 같은 방법이 좋다고 보지는 않는다. 나중에 비판받을 것을 알고 두는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수야말로 자신이 좋아하는 수다. 그러니까 두어보고 싶다."

고바야시는 건축가요 조치훈은 모험가인 것이다. 2승을 먼저 올린 고바야시는 3국을 패하고 난 후 무척 조심스럽게 운신한다. 건축가는 리듬이 깨어지면 힘들어지지만 모험가는 힘들어지는 순간 또 다른 출발이다.

제4국에서 백을 든 조치훈은 귀를 근거로 한 실리작전으로 나가고, 고바야시는 3선에 돌이 깔리면서도 세력작전을 펼치는 언밸런스 바둑을 구사하고 있다. 건축가는 현실과 이상의 가운데서 고심하는 것이다.

3선은 그의 특징이라 할 실리바둑이며 세력은 어쩔 수 없이 택한 코스다. 상대가 실리로 돌면 자신은 어쩔 수 없이 세력을 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험가는 별의 별 수단에 다 익숙하지만 건축가는 자신의 청사진과 달라질 땐 걷잡을 수 없는 법이다. 묘한 것은 조치훈도 그리 집요하게 둔 바둑이라 볼 수 없고, 늘 그렇듯이 사교바둑처럼 두었다는 사실이다. 컴퓨터 이시다는 제4국을 조치훈의 취미바둑이라 표현한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래도 이겼으니 할 말은 없을 듯 하지만.

어느덧 제3국 이후 '취미바둑'이란 말은 쑥 들어가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게 된 듯하다. 승부의 결과를 우선시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조치훈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라도 나쁜 수라고 생각하는 수가 좋은 수가 되면 기쁘고 그것이 즐겁겠지요. 나는 배운 바둑이 아니므로 상식을 모릅니다. 보통의 기사는 상식이 겹쳐 쌓여가고 데이터가 입력되어 있을 지 모르지만 난 그렇게 겹쳐 쌓인 것을 정리하지 못합니다."

조치훈은 그의 대명사처럼 기억되는 연패 후 연승을 그리도 잘 이루어내는 건 모험과 승부의 갈림길에서는 반드시 제 길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조치훈은 7번기를 하나의 시리즈요 장기레이스로 본다.

따라서 초반엔 자기가 실험하듯 두고싶은 어떤 수라도 구사하며 '줄넘기'를 한 다음 어느 정도 실험이 끝났다고 보여지면 당당히 '링'에 올라 돌연 승부사로서 척척 이기는 길을 가는 것이다.

제5국마저 조치훈이 이긴다. 흑을 든 조치훈은 고바야시가 그토록 원하던 실리바둑을 구사할 틈을 주지 않고 스스로 귀를 파헤치고 굳히기를 수차례. 벌써 집으로 앞서간 후 조치훈은 가볍게 판을 마무리한다.

이로써 초반 2연패 후 3연승. 연패도 잘하지만 연승도 잘하는 조치훈이다. 조치훈의 연패는 실험이고 조치훈의 연승은 실력이다.

기성 명인 고바야시는 제6국에 이르자 솔직히 전의를 상실한 표정이었다. 2승3패요 아직 한판이 남았다면 당연히 힘을 쓸 수 있는 위치지만 고바야시는 마치 지구 끝까지라도 따라올 듯한 조치훈의 '허허실실'에 그만 맥이 풀렸는지 모른다. 왜, 재빨리 피하는 도전자는 겁이 나지 않지만 맞으면서도 계속 대시해 오는 도전자는 이쪽에서 도리어 두려운 법이다.

운명의 제6국. 물론 그마저도 고바야시는 내주었다. 종합성적 2승4패. 초반 2연승 뒤 내리 4연패를 당하고 만다. 기가 막힐 일이다. 고바야시는 혀를 깨물며 발길을 돌린다. '아, 조치훈에게만은 안되는 건가.'<계속>

[뉴스와 화제]




ㆍ삼성화재배 4강 결전-한국 3명 출전

서봉수 유창혁 양재호 9단 등 3명의 한국전사가 제5회 삼성화재배 우승을 향해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10월26일 유성의 삼성화재연수원에서 펼쳐지는 4강전은 일본의 야마다 기미오 8단이 서9단과 맞붙는 것이 핵심이다.

만일 서9단이 이기면 국내기사끼리 결승을 치르게 된다. 이창호 조훈현이 탈락한 가운데 서봉수 9단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된다.

ㆍ인터넷 라이브강좌 개설

인터넷포탈서비스 대쉬바둑(www.dashn. com)은 매일 저녁 인터넷 강좌와 대국 생중계를 내보내고 있다. 대쉬바둑은 저녁 7시30분부터 프로와 아마강자를 강사로 투입하여 사이버강좌를 급수별로 실시하고, 저녁 9시부터는 아마최강리그를 생중계 한다.

인터넷 바둑에서 실시간으로 강좌와 생중계가 매일 이어지는 시스템은 대쉬바둑이 처음이다. 강사는 김일환(프로9단) 김효정(프로2단) 임동균(아마7단) 등이며 강좌는 실전 포석 정석 등 다양하다.

/ 진재호 바둑평론가

입력시간 2000/10/2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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