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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생존게임 인터넷 '리얼리티 쇼'

한국까지 불어온 `빅브라더 쇼'바람. 한국의 인터넷에도 `리얼리티 쇼'(Reality Show)라는 새로운 장르가 도입돼 네티즌의 관심을 끌고 있다.

리얼리티 쇼란 말 그대로 대본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외부와 차단된 일정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사생활을 24시간 중계해 인간의 관음증을 자극하는 형식이다.

영화 <트루먼 쇼>나 <애드TV>가 이 리얼리티 쇼를 소재로 만든 영화들.

현재 진행중인 리얼리티 쇼는 <트웬티 아이즈(Twenty Eyes)>(www.kistv.com)와 <5천만의 선택! 최후의 생존자>(www.5000choice.com)가 대표격이다.

<5,000만의 선택! 최후의 생존자>는 일간스포츠가 후원하고 드림라인, TELEVI, 트루캠, m-net, funTV 등이 공동주최하는 것으로 지난 10월9일 시작돼 60일 동안 진행될 예정. 3차에 걸친 참가자 선발 과정을 거친 10명이 용인 에버랜드내의 세트에서 외부와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

네티즌 투표를 통해 2주차부터 마지막 5명이 될 때까지 1명씩 탈락자가 나오며 이 5명이 행사가 끝날 때까지 같이 생활하게 된다. 네티즌 투표 1위에게 돌아가는 상금은 무려 1억원.


24시간 생중계, 네티즌 투표에 의해 탈락

<트웬트 아이즈>도 같은 형식의 리얼리티 쇼.

인터넷 방송국 KISTV와 한국통신이 주최하며 지난 10월5일부터 11월29일까지 56일 동안 진행되는 이 행사는 공개 모집한 10명의 참가자들이 서울 근교의 전원주택에서 외부와 차단된 생활을 하는 형식이다.

2주차부터 네티즌 투표와 참가자의 투표를 같은 비율로 반영, 매주 1명씩 총 6명의 참가자가 탈락하게 되며 최종 생존자 4명 중 네티즌과 참가자 투표 결과 최고 득표자가 5,000만원의 상금을 타게 된다. <트웬티 아이즈>는 20대의 카메라가 24시간 쉴 새 없이 참가자의 생활을 보여주고 있다는 뜻이다.

리얼리티 쇼를 먼저 도입한 외국의 경우 상당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이 장르의 원조는 네덜란드의 `빅 브라더 쇼'.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리얼리티 쇼의 형식적 틀을 제공할 정도로 비슷한 내용을 가진 이 프로의 인기는 국경을 넘어 세계로 번져갔다.

현재 미국 CBS방송의 `빅 브라더 쇼'를 비롯, 영국 스웨덴 스페인 등 13개국 20여개의 프로가 인터넷과 공중파를 타고 있다. 형식도 다양해 가장 기본적인 주택에서부터 콘테이너 박스, 버스, 무인도 등 새로운 소재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최후의 생존자를 뽑는 방식도 다양하다.

네티즌 투표가 가장 일반적이지만 참가자들이 내부회의를 거쳐 탈락자를 뽑는 방식도 있으며 두 방식이 절충된 형태도 있다.


10명 선발에 2만명 지원

한국도 리얼리티 쇼가 열린다는 소식에 많은 네티즌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5,000만의 선택! 최후의 생존자>의 경우 2만명 가까운 사람이 지원해 성황을 이뤘다. 10대부터 60대까지 직업도 무직에서 학생, 승려, 교사, 농민 등 사회 각계를 대표할 수 있는 직종이 총망라됐다.

<5,000만의 선택! 최후의 생존자>의 담당PD 윤석현(30)씨는 “과연 한국인이 좋아하는 한국인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질문에서 이번 행사를 출발했다.

가장 평균적인 한국인을 뽑는 것이 이 프로의 취지”라며 “외국에서 소개된 리얼리티 쇼는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남을 탈락시키거나 현장에서 섹스를 벌이는 등 자극적인 행동을 통해 훔쳐보기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행사는 리얼리티 쇼라는 큰 틀은 같지만 한국적인 덕성을 갖고 있는 인물을 뽑기 위한 것”이라며 외국 방송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의도를 관철시키기엔 현실적인 장애가 많이 따른다. 투표에 참가하는 네티즌은 가장 평균적인 한국인을 뽑는다는 제작진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행사시작 후 2주가 지난 22일 오전 현재 네티즌 투표 1, 2위를 최가빈양(22ㆍ프리랜서 사진작가)과 최은영양(21ㆍ학생)이 각각 1만5,237표와 1만4,318표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두 사람의 표를 합치면 전체 득표의 51.73%를 차지, 과반수가 넘는 네티즌이 두 참가자에게만 표를 던진 셈이다.

두 참가자 모두 연예인에 못지 않은 미모를 지니고 있어 젊은 남자의 비율이 많은 네티즌의 성향을 참고할 때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다. 반면 주부나 50대 참가자는 투표획득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작의도와 네티즌 의도 사이에서 고민

제작진은 제작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행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네티즌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해야 하는 명분을 버리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대신 공정한 투표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

일부 참가자에 몰표를 던지기 위한 허위가입자 ID로의 투표를 막고 사용을 중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허위가입자의 투표를 모두 무효처리하는 등 부정한 방법을 이용한 투표행위를 철저히 가려내고 있다.

네티즌 사이에서도 이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해 외모가 아니라 단체생활에서 드러나는 인간적 모습에 관심을 기울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네티즌 투표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지만 인터넷이란 게 네티즌을 무시할 수 없는 매체인데다 참가자의 의사를 반영해 탈락자를 결정하는 방식에도 약점이 있다.

미국 CBS의 리얼리티 쇼 중의 하나인 <서바이버>는 참가자들이 무인도에서 생활을 하며 회의를 통해 탈락자를 추려낸다. 행사가 점점 마지막을 향해 치닫자 참가자들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당시 네티즌 투표에서 단연 1위를 지키던 한 참가자가 다른 참가자의 단체행동(?)으로 결국 탈락자로 선정되고 말았다.

그 사람은 참가자 모두에게 가장 경계를 해야 할 대상이었기 때문. 탈락한 참가자는 준수한 외모와 리더십, 그리고 위기상황에 대한 탁월한 능력으로 네티즌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었다.

행사가 2주를 넘어가면서 행사의 재미를 배가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템이 속속 개발되고 있으며 참가자 사이에서도 재미있는 얘깃거리가 하나둘 나오고 있다. <5,000만의 선택! 최후의 생존자>의 경우 매주 영어강의와 춤배우기 등의 시간을 가지며 도미노쌓기 등 다 함께 참여하는 과제를 참가자에게 부여한다.


시간 지나며 본연의 모습 드러내

부식과 기호품의 지급은 최소한의 양으로 제한한다. 3일째 3일치 부식이 도착했지만 며칠 분인지 모르는 참석자들은 이날 아침부터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음식을 차려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담배는 1주일에 1갑이다. 보통의 애연가라면 상당한 고통이 예상된다. 애연가 진경수(28)씨는 참고 참으면서 담배를 필 때에는 플라스틱 컵을 미리 준비해 연기를 모아뒀다가 들이마시는 엽기적(?)인 모습도 감추지 않았다.

낯선 사람과의 생활에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아무래도 인간의 본능적인 생리작용. 그 중에서도 가스배출 문제는 분명히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점이다. 진씨는 “60일이나 살아야 하기 때문에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살지 않고는 많이 힘들 것”이라며 “아예 드러내고 해결하기로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제작진은 며칠 간격으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만한 물건을 들여보내고 있다. 지난 주에는 권투글러브가 생활공간에 들어와 한밤에 느닷없이 성대결 권투경기가 벌어지기도 했다.

행사 3주차를 맞으면서 처음 카메라를 의식하던 행동은 이제 개개인 본연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단체생활을 위해 필요한 덕목들이 부족한 사람들은 점점 불리한 입장에 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장치혁 일간스포츠 사회부 기자 jangta@dailysports.co.kr

입력시간 2000/10/2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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