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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계] 금감원 국감, 벼르는 여·야

[정치풍향계] 금감원 국감, 벼르는 여·야

종반에 접어든 국감 정국에 `정현준ㆍ이경자 의혹사건' 회오리가 덮쳤다. 초반에는 아셈 정상회담과 북ㆍ미 공동성명 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던 국감이 중ㆍ후반에 들어서는 이 사건에 묻혀 다른 쟁점은 거의 부각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11월6일 국회 정무위의 금융감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정ㆍ이 사건의 관련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추궁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사건의 본질을 정ㆍ경유착으로 보고 여권 실세들을 상대로 한 정씨와 이씨의 로비 행태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이미 지난주 정무위 감사에서 여권의 K의원과 K씨의 관련설을 제기, 파문을 일으켰다.


야 `정경유착' 주장에 여 `사실무근' 펄쩍

그러나 민주당은 폭로 전문가인 정 의원이 아무런 근거 없이 여권 인사들을 끌고 들어가고 있다며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되받아치고 있다.

정 의원이 지목한 두 K씨도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측이 당초 입장을 바꿔 정무위의 금융감독위 증인으로 정ㆍ이 사건의 관련자들을 채택하자는 한나라당의 요구을 수용하고 나선 데에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내부 점검 결과 이렇다 할 문제가 없자 역공세를 취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현재 거론 중인 주요 증인은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 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 유조웅 동방금고 사장 등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증인으로 요구한 이들 외에 김숙현 동방금고 고문도 증인대에 세우자고 요구하고 있다. 김씨가 동방금고 고문으로 위촉될 당시 한나라당 당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이 한나라당과도 무관치 않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맞불작전'이다.

검찰 수사에서 정ㆍ이 사건에 관련된 정ㆍ관계 인사 리스트가 얼마나 밝혀질 지가 변수이지만 이 사건이 국회 국정감사 수준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한나라당은 검찰 수사결과를 봐가면서 국회 국정조사와 나아가 특별검사제 도입까지 요구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자민련도 대체로 한나라당과 같은 입장이어서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이 정ㆍ이사건의 국감 증인 채택을 선선히 수용한 데에는 야당의 국정조사와 특검제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선수치기라는 분석도 있다.

여권 주변에서는 잇따라 터져 나오는 금융관련 의혹 사건에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야당이 이를 지나치게 정치적 공세로 활용하고 있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번 정ㆍ이 사건은 `벤처기업 광풍'이 몰아치는 과정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일 개연성이 높은 데도 한나라당이 여권 실세인사들의 관련설을 퍼뜨리며 파문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불만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차분하게 밝혀내는 것이 급선무인데 한나라당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감 증인채택 놓고 여야 신경전

11월6일에는 민주당의 선거비용 실사개입 의혹과 관련한 국회 행정자치위의 중앙선관위 국정감사도 열린다.

다음날인 7일에는 국회 법사위가 검찰을 상대로 같은 사안에 대한 국정감사를 벌인다. 여야는 당초 이 사안을 국정감사에서 다루되 국정조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하기로 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그러나 여야간 증인채택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실제로 이 감사가 국정조사 수준으로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행자위의 증인으로는 의원총회에서 선거실사 개입 발언을 한 민주당 윤철상 의원만 확정돼 있다. 한나라당은 부정시비가 있는 선거구의 선관위 사무국장과 경찰서장을 증인으로 부르자고 요구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이를 일축하고 있다.

법사위에서 한나라당은 e-메일을 통해 청와대에 선거사범 수사진행 상황을 보고했다는 담당 검사와 대검 공안부장을 증인대에 세우자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여기에도 극력 반대하고 있다.

또 하나의 현안인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과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외압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는 당초 국감 기간에 처리하기로 했지만 일정상 국정감사 이후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이계성 정치부차장 wkslee@hk.co.kr

입력시간 2000/10/3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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