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의보감] 당뇨병

많이 마시고(多飮) 많이 먹으며(多食) 많이 배설한다(多尿). 이른바 삼다(三多)현상으로 불리는 당뇨병의 주된 증상이다.

한방에서 소갈병(消渴病)으로 불리는 당뇨병은 잘 알려진 대로 유전적 요인과 운동부족 등에 의한 비만, 스트레스 등이 요인으로 작용, 발생하는 가장 대표적 성인병이다.

특히 유전적 경향이 강해 임상통계 자료에 따르면 부모중 한 사람이 당뇨일 경우 30%, 부모 모두가 당뇨일 때에는 60% 가량 당뇨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근래에 들어서는 경제성장에 따라 과거와 달리 식생활이 풍족해지고 서구화되는 반면 운동량이 부족해지고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등 환경적 요인에 따라 환자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례로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40세이상 성인 10명중 1명은 당뇨병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당뇨증세가 있어도 치료를 받지 않고 있거나 치료를 중단한 사람까지를 포함하면 당뇨병 환자는 그 이상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당뇨병은 유사이래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질병으로 2,000여년 전에 저술된 한방 고의학서인 `상한론'에도 그 기록이 있다.

한방에서는 당뇨병을 `소갈증'이라 하고 상소와 중소, 하소로 구분하고 있는데 상소는 물을 많이 마시는 특징을 보이며 중소는 과식을, 하소는 잦은 소변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즉, 다음현상은 상소에서 심하고 다식은 중소에서 심하며 다뇨는 하소에서 심한 셈이다.

당뇨병은 일단 발병하면 삼다증상 외에도 피료와 기력저하, 체중감소, 두통, 어지럼증, 남성의 경우 성기능 장애 등 실로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

또 신장질환의 이상, 신경 병변, 안과질환, 피부의 괴저 등 2차 합병증을 야기하기도 한다.

문제는 당뇨병이 발생한 환자의 경우라도 당장 극심한 통증이 있다거나 고통스러운 자각증상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대부분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해두거나 치료를 중도에 포기함으로써 병증을 악화시키고 결국에는 생명의 존속 자체를 위협받는 위험한 지경에 처한다는데 있다.

당뇨병이 위험한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증상 그 자체 때문이라기 보다는 바로 이같은 2차 합병증 때문이다.

한의학에서 당뇨병의 발병원인을 간화치성(肝火熾盛)과 신수부족(腎水不足), 비위적열(脾胃積熱), 심화편성(心火偏盛), 음식실절(飮食失節) 등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간화치성이라 함은 성을 잘 내거나 기가 울체된 것을 말하며 신수부족은 신장의 신수 손상으로 음이 허해져 마른 열이 정체된 것을, 비위적열은 비장과 위장의 운화기능 장애로 습열이 정체된 것을 뜻한다.

또 심화편성은 나쁜 열이 기승을 부리고 이에 따라 인체의 기능도 성해지는 상태를, 음식실절은 과식이나 고량진미의 과도한 섭취를 말한다.

당뇨병의 한방치료는 각기 그 병증에 따라 발병원인을 제거하는데 원칙을 두고 시행한다. 치료는 약물요법이 주로 이용되는데 환자의 체질과 병증에 따라 처방을 시행하는 까닭에 특정적으로 정해진 처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환자 개개인의 체질 및 병증, 발병원인 등에 대한 진단 후에 적절한 약물을 복용할 경우 초기환자는 물론 당뇨병으로 장기간 투병생활을 했던 환자의 경우에도 치료에 성과가 있음을 임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뇨병은 일단 발병하면 질병의 관리 및 치료가 용이하지 않고 자칫 합병증을 유발, 생명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질병이다. 따라서 평소 생활 속에서 당뇨병이 발병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비만이 되지 않도록 균형있는 식사와 함께 적절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지만 특히 당뇨병에 있어서는 발병의 가장 큰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또 가능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편한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스트레스는 포도당 대사에 문란을 일으키며 심할 경우 인슐린의 작용을 억제 당뇨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외에 과음이나 과도한 흡연도 삼가는 것이 당뇨의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

서보경 강남동서한의원 원장

입력시간 2000/10/31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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