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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의 힘'이 미국을 움직인다

'예일대의 힘'이 미국을 움직인다

개교 300주년, 하버드와 쌍벽을 이루는 사학 명문

“나는 하버드대에서 대학 교육을 받았고 오늘 예일대에서 학위를 받았다. 이제 나는 더이상 이 세상에서 바랄 것이 없다.”

196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존 F. 케네디는 이듬해 예일대 졸업식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은 뒤 연설에서 이렇게 첫 마디를 열었다.

하버드대 출신이었던 케네디 대통령은 자신이 명문 하버드대에서 수학하고 이제 또다른 명문인 예일대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게 돼 더이상의 명예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처럼 감격해했다.

미국의 명문인 예일(Yale)대가 올해로 개교 300주년을 맞았다. 예일대는 10월21일(현지시간) 일반인에게 학교를 개방하는 오픈 하우스 행사를 벌인데 이어 내년 10월5일까지 1년간 다양한 `개교 300주년 기념행사'를 갖는다.

각종 세미나와 학술 발표회를 비롯해 음악 콘서트, 연극 공연, 영화 상영, 심포지엄, 동문과 기부자 초청 행사 등을 다채로운 이벤트를 펼쳐 세계인에게 예일대의 오랜 전통과 저력을 과시할 계획이다.


보수적 학풍, 1969년 여학생에 문호 개방

미 코네티컷주에 위치한 예일대는 1701년 10월 성직자들로 구성된 한 종교단체가 중심이 돼 설립됐다. 그런 까닭에 초기에는 덕망 높은 성직자나 공무원 양성에 중점을 두었다.

당시 미국에는 예일대 외에 한두 군데의 대학이 있었으나 대부분 종교적 목적이 강한 신학대였다. 따라서 미국 내에서 명실상부한 종합대학으로서의 위용을 갖춘 곳은 예일대가 유일했다.

`예일'이라는 명칭은 설립 당시 기금을 가장 많이 낸 한 실업가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대학 설립이 성직자를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학풍도 매우 보수적이었다. 주로 백인 남성 중심의 폐쇄적인 엘리트 교육 정책을 시행해와 한때 `대학이 백인 우월주의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보수적 학풍에 대한 비난과 자체 반성이 일어나면서 1960년대 중반 이후 들어서는 서서히 닫혔던 빗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경쟁 대학들이 앞다퉈 개방적이고 진보적 성향으로 발전해나가자 보수의 대명사인 예일대도 개방의 문호를 넓히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예일대는 1969년에야 비로서 여학생 입학을 허용했다. 그리고 흑인과 아시아계 학생의 입학과 교수 임용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제한을 두었던 것에서도 탈피, 누구에게나 공정한 입학을 허용했다.

또 인문·사회과학, 신학 같은 순수학문쪽에만 치우쳐왔던 경향에서 벗어나 경영, 의학, 과학 등 응용ㆍ실용 학문 분야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가장 발달한 MBA 과정도 1970년대 후반에 가서야 생겼을 정도다.

인문학 분야를 고집했던 것에 대한 장점도 있었다. 엔지니어링 분야가 약했던 반면 미국 정치나 법률 사회 분야에서 예일대 출신의 활약은 눈부셨다. 우선 예일대는 역대 미국 대통령을 배출한 기록에서는 하버드대에 이어 2위를 달린다.

사학의 최고 명문이라는 하버드는 2대 애덤스부터 35대 케네디까지 모두 6명의 대통령을 배출했고, 예일대는 27대 태프트부터 42대 빌 클린턴까지 모두 4명의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프린스턴의 전신인 뉴저지대 출신 대통령이 2명(4대 매디슨, 28대 윌슨)이고 스탠퍼드대 출신 대통령이 1명(31대 후버)인 것을 감안하면 그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더구나 하버드는 18~20세기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최근 들어선 케네디를 끝으로 더이상 대통령을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예일대는 시작은 늦었지만 1970년대 이후 포드, 부시, 클린턴 등 잇달아 대통령을 탄생시키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역대 대통령 배출, 하버드 이어 2위

이번 43대 미국 대선도 사실상 `3명의 예일 파워'와 `1명의 하버드 파워'가 힘 겨루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공화당 정·부통령 후보인 조지 W. 부시와 딕 체니, 그리고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조셉 리버먼이 모두 예일대 출신이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앨 고어 부통령만 하버드대 출신이다.

부시는 아버지 조지 부시 전대통령에 이어 자신과 딸까지 3대째 예일대를 나왔다. 리버먼은 그의 할아버지 때부터 예일대와 인연을 맺은 `예일 패밀리'의 원조 격이다. 집도 예일대가 있는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인 리버먼은 학부와 대학원 모두 예일대 법학과를 거쳤다.

체니는 와이오밍대를 졸업했지만 그전에 예일대에서 2년간 수학한 전력이 있다. 네브라스카 출신인 체니는 예일대의 엄하고 귀족적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에서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대권 이니셔티브를 놓지 않으려는 예일대'와 `40년만에 대통령 진입을 성사시키려는 하버드', 두 사학 명문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1930년대 백낙준 전연세대 총장과 전성천 전공보처장관 등이 예일대의 첫 관문을 연 주인공이다. 이후 1960년대 들어 이홍구 전총리와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이 그 뒤를 이었다.

현재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인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와 오세훈 의원, 남경필 의원도 모두 예일대 출신이다. 이들 예일대 출신들은 `예일 클럽'을 결성, 장학금을 모금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두 딸을 모두 예일대에 진학시켜 예일대 패밀리라고 할 수 있는 김태동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은 “예일대는 다소 보수적 학풍을 가지고 있지만 경제학이나 정치학 분야에서는 매우 진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서는 상대적으로 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공계 분야의 우수 학생을 유치키 위해 이공계 학부생에게는 100% 장학금 지급 혜택을 주는 등 인재를 끌어들이는 등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동 위원장은 “예일대의 경우 학교에 기부를 했거나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예일대 출신일 경우 입학 전형에서 약간의 우대 혜택을 주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입학 때 큰 돈을 내는 방식이 아니라 한 세대에 걸쳐 꾸준히 학교나 국가에 기여해야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매우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사회의 강력한 파워엘리트 형성

예일대에서 정치학 석ㆍ박사 학위를 받은 이홍구 전총리도 “예일대 출신은 하버드대와 함께 미국 정치, 법조, 학계, 관계에서 가장 강력한 파워 엘리트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며 “특히 예일대 동문은 경쟁 상대인 하버드대 출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결속력과 애교심을 지니고 있다는 또다른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예일대의 오랜 전통과 역사는 오늘의 초강대국 미국을 있게 한 `보이지 않는 힘'임에 틀림없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0/10/31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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