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일본, 역사왜곡도 모자라 역사조작까지

2000년 11월5일, 일본 역사학계는 자신이 어떻게 역사를 조작했는지 생생히 보여줬다. 역사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왜곡 해석하는 수준을 넘어 역사적 사실 자체를 조작하는, 범죄행위나 다름없는 `차원높은'사기술이었다.

역사날조의 현장은 일본의 구석기 문화를 70만년 전으로 끌어올린 미야기(宮城)현 가미타카모리(上高森) 유적지.

일본 고고학 발굴단은 10월말 이 유적지에서 70만년 석기 31점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발견은 일본에 전기 구석기 문명이 존재했음을 증명함으로써 세계 고고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발견된 석기는 본래 묻혀있던 게 아니라 발굴조사단장이 소장중이던 구석기 유물을 사전에 파묻었던 것임이 드러났다.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5일 후지무라 신이치(藤村新一) 당시 조사단장이 발굴장소에 구덩이를 파고 은밀히 석기를 묻는 장면을 촬영해 폭로했다.

본인도 조작사실을 시인했다. 후지무라는 지금까지 잇단 석기발굴로 일본 구석기 연대를 끌어올리면서 일본 고고학계에서 `신의 손'으로 불려온 인물. 그는 “작년 이전의 발굴품은 조작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학계에서는 그가 발견한 상당수 유물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후지무라가 역사를 조작한 것은 일단 개인의 공명심에 의한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사의 연대를 위로 끌어 올리려는 일본 고고학계의 풍토와 천황중심의 역사관도 한 몫을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천황중심 역사관과 연관된 일본의 사실조작 의혹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880년대 광개토대왕비 비문조작 및 천황가의 3대 보물 중 하나인 칠지도 음각문 조작 등이 대표적이다. 일제 침략주의와 만행을 부정하는 역사의 왜곡 해석을 넘어 사실을 조작하는 몰(沒)역사적 행태에 두려움마저 생긴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11/07 14:49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