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또 다시 밀려오는 실업공포

금주 지구촌의 첫번째 관심사는 단연 미국 대통령 선거다. 하지만 우리의 시선이 먼저 닿는 곳은 사상 최악의 이전투구 양상을 보인 선거전이나 당선자의 면면보다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다.

새 당선자의 아시아 및 한반도 정책, 교육 및 의료정책, 환경 및 노동관, 군사적 태도를 분석하며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따지기에는 국내 경제상황이 너무 화급하다.

2차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의 내용이 밝혀졌지만 초점은 현대건설 하나로 모아진다.

산업적 고려와 시장의 강제 사이에서 정부와 채권단의 방침은 `조건부 회생-시한부 생존-감자ㆍ출자전환 동의서 요구'를 넘나들었고, `정씨 가문 공동책임론'이라는 온정적 아이디어까지 나왔지만 딱 부러진 결과는 나오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국내외 애널리스트중 일부는 채권단이 내놓은 결과물을 “대규모 날조”(massive fudge)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유령같이 맴돌던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겠다던 정부의 다짐도 빛이 바랜 셈이다.


주가 600선 전후까지 추가상승 기대

하지만 주초 시장은 `작은 시작'을 일단 평가했다.

특히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재발할 경우 법정관리 혹은 채권단 출자전환을 통해 정씨 일가의 경영권을 박탈하겠다는 정부의 강경 방침이 단지 엄포만은 아니라는 판단도 시장엔 호재로 작용한 것 같다.

실적 발표가 끝난 미 증시의 상승반전세, 반도체 가격의 바닥 인식, 국제유가 안정세 등 그동안의 해외 악재가 대부분 해소됐다는 점도 제한적이나마 600선 전후까지의 추가상승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경기의 둔화세가 뚜렷하고 내년 경기 전망은 한결같이 어두워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반등국면을 이용해 현금비중을 높일 것을 권고한다. 전경련이 주초 발표한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2년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수출증가율도 올해의 절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주는 구조조정의 후유증을 어떻게 최소화하고 후속일정을 차질없이 이뤄나갈 것인가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또한번 도마에 오른다.

벌써부터 투신권의 MMF펀드에 돈을 넣은 사람들이 현대 관련 회사채로 돈이 묶일 것을 우려해 환매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우 사태로 큰 홍역을 치르며 `학습효과'를 톡톡히 경험한 사람들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듯'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법정관리중인 몇몇 기업에 대해 채권단이 일방적으로 퇴출결정을 내리자 법원이 강력히 반발한 데서 보듯 정리 기준이 기업의 회생 여부보다 채권은행의 손실최소화에 맞춰졌다는 의혹은 또다른 불씨다.

이같은 절차상의 허점을 남긴 탓에 삼성상용차, 피어리스, 우성건설, 일성건설 등 퇴출기업의 거센 저항을 막아내기도 쉽지않다.

정부로부터 `항복'을 요구받은 대우자동차 노조의 대응에 따라 대우차의 운명도 결정된다. “노조가 3,000여명의 인원감축안을 담은 자구계획에 동의하지 않으면 금주 돌아오는 1,700억원의 결제어음을 막을 돈을 지원하지 않고 부도를 내겠다”는 최후통첩안에는 차라리 대우차를 법정관리로 가져가는 것이 해외매각에 더욱 유리하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알려져 노조의 운신폭이 매우 좁다.

GM은 예비실사를 마치고 노조의 태도 여하에 따라 인수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5만여명에 이를 고용감축효과

구조조정의 어두운 그림자도 짙게 드리우고 있다. 대규모 실업문제다. 우선 18개 퇴출대상 기업의 종업원 수는 1만선이며 법정관리, 매각, 합병되는 34개 기업의 종업원 1만여명 중에서도 상당한 인원이 직장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산업체가 대부분 고용효과가 큰 건설업체인 만큼 하도급 및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까지 감안하면 고용감축 효과는 5만명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현대건설(7,300명)이나 쌍용양회(1,800명) 문제가 잘못 풀리고 은행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출될 인력까지 합치면 신규 실업자수가 10만명을 훌쩍 뛰어넘으리라는게 대체적 관측이다. 참고로 9월말 현재 실업자수는 80만4,000명(3.7%)이다.

보다 큰 문제는 퇴출될 인력 대부분이 가계를 책임진 30~40대라는 점.

따라서 이번 겨울에 난데없이 실업고통을 겪거나 실업공포에 떨게될 사람이 40만~50만명에 달하게 된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특별대책팀을 운용하며 퇴출인력의 재취업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하고 있지만 보다 따뜻한 사회와 공동체의 관심이 요구되는 시기다.

“단기적으로 아픔을 겪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꽃을 피울 수 있는 선택을 해야한다”고 편안하게 목청을 돋울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

이유식 경제부 차장

입력시간 2000/11/0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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