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백악관의 새 주인

이 칼럼이 실린 `주간한국'이 나올 때면 미국에는 새 천년의 첫 대통령이 나온다. 그것을 알면서도 굳이 이 문제에 관해 투표 이틀전인 11월5일 칼럼을 쓰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새 천년이 되어도 미국이 1789년 이후 치른 53번의 대통령 선거가 여전히 정책보다 후보자의 인격, 성격에 대한 투표가 되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고 있다. 후보 개인에 초점이 쏠리다보니 이번에도 조지 부시 주지사와 앨 고어 부통령간의 정책대결보다는 스캔들 폭로로 끝나가고 있다.

고어는 5일 테네시주 멤피스의 흑인 청중 앞에서 역설했다. “나는 선이 악을 이길 수 있다고 배웠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올바르게 선택했을 때 오며, 나는 그 때가 오고있음을 느낍니다.”

부시 후보는 바로 그 전날 30세 때이던 24년전 가족의 별장이 있던 메인주에서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고 한때 구류상태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공인으로서 이런 사실을 감춘 것은 미국 유권자가 싫어하는 50개 항목 중 10번째 안에 들어간다.

고어는 “그럼 부시가 악인이냐”는 질문에 “물론 아니다. 절대 아니다. 나는 인간에게는 악과 선의 두 가지 면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한 것”이라고 발을 뺐다.

부시는 신문에 난 음주운전 기사에 대해 “내가 나쁜 짓을 했다. 공개하지 않은 것은 딸이 있는 아버지로서 이야기 안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투표 4일을 앞두고 이 사실이 보도된게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부시는 “우리는 이제 냉소주의를 벗어나 새로운 출발을 해야한다. 고어는 수도 워싱턴의, 워싱턴에 의한, 워싱턴을 위한, 늙고 피로한 부패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클린턴의 주지사 당선과 대통령 재선의 선거전략가였으며 `Vote.com'을 운영하고 있는 딕 모리스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부시는 45대40으로 고어를 앞지르고 있다.

모리스는 세 차례의 TV토론이 있은 후 그의 칼럼에서 썼다. “고어는 섬세한 지식인으로서 토론에서는 이겼지만 표를 얻는데는 실패했다.” 뉴스위크의 조사에서도 토론에서는 고어가 33대25로 앞섰지만 유권자 선호도에서는 60대40으로 부시가 앞섰다.

모리스는 1998년 클린턴이 르윈스키 스캔들에 휩쓸렸을 때 대통령으로서의 적합성에 63%가 동의했으나 인간적 선호도에서는 40%에 그친 점을 들어 “유권자는 사람좋은 부시를 똑똑한 고어보다 좋아한다”고 분석했다.

클린턴이 탄핵을 받으면서도 일 잘한 대통령이라는 교훈을 남겼다면 부시가 만일 당선된다면 “백악관에는 훌륭한 토론자보다 인간성 좋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리스는 `선인으로서의 부시 이미지'가 만약 음주운전 경력으로 인해 깨져 박빙의 리드가 무너진다면 미국의 새 천년 정치는 또한번 스캔들과 냉소주의에 빠지게 될 것을 걱정했다.

만약 부시가 당선되고도 왜 이 스캔들이 투표 직전에 보도되었고 그 음모의 뒤에 민주당이 있음을 캐낸다면 미국에는 새 정치가 시작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고어측은 선거 막바지에 부시의 방위군 복무문제, 텍사스 행정의 미숙 등을 TV 및 재향군인회 토론회 등에서 부각시키고 있다. 이런 일련의 폭로전에 대해 월 스트리트 저널에 컬럼을 기고하는 페기 수잔(`힐러리 클린턴에 반대한다'의 저자)은 부시에게 권고하고 있다.

“숨을 깊게 쉬고 진지하게 생각하며 고집퉁이가 되지 마시오. 너무 참모들의 말만 따르지말고 뱃심껏 말하시오. 고어팀은 당신을 죽이려는 패거리를 만들어 놓았오. 당신은 음주운전 폭로를 바위처럼 버티며 막으려해서는 안됩니다. 정치는 강물처럼 흘러야하고 그들이 목적하는 폭로를 흘러가도록 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하게 반박하십시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즈는 사설에서 고어의 능력과 행정경험이 부시를 능가한다고 지지를 표명했다. 부시의 지지자는 그의 선한 모습을 부각시켰다. 백악관은 지인(知人)이 차지할 것인가, 선인(善人)이 차지할 것인가. 그것은 미국인의 선택이다.

박용배 세종대 겸임교수

입력시간 2000/11/0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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