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틀을 깨는 소리의 마술사


『공연』



◆ 스텀프

리듬과 비트의 쾌감 스텀프

스텀프가 또한번 한국에 온다. 스텀프는 미국 뉴욕 오피엄 극장에서 7년째 매진 공연을 계속하고 있는 오프 브로드웨이의 대표적인 넌버벌(Non-Verbal) 퍼포먼스 작품.

일체의 대사 없이 소리와 몸짓 만으로 이루어진 현대적 공연의 일종이다. 지난 1996년 국내 초연 때도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었다.

스텀프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다양한 소리. "모든 것에는 리듬이 있고 음악이 있다"는 게 스텀프의 출발점이다.

모두 11명의 배우가 쓰레기통 뚜껑, 낡은 싱크대, 열쇠고리, 빗자루, 나무 막대기, 비닐 봉투, 드럼통, 성냥갑, 지포 라이터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을 악기처럼 자유자재로 연주한다.

단지 두드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름통을 신고 걷거나 지포 라이터와 성냥갑으로 리듬을 만들어 내는 등 그야말로 자유분방하다. 각각의 소리도 기발하지만 어울림은 더 매력적이다.

상투적인 일반 공연의 소리에 도전하는 새롭고 자유로운 소리, 그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격렬한 리듬과 비트는 듣는 이로 하여금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게 하고 저절로 발을 구르게 만든다.

스텀프는 별다른 줄거리가 없다. 즉흥적이다. 극적 분위기를 암시하는 뮤지컬류의 음악도 없다. 막이 오르고 90분 동안 오직 리듬과 비트, 춤과 동작만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텀프는 지겹지 않다. 마치 한편의 유쾌한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아주 단순한 소리와 동작만으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특성이라 할 웃음을 이끌어내는 스텀프는 그래서 단순한 흥행작을 넘어 예술작품이라는 평을 받는다.

'발을 세게 구르는 춤'이라는 뜻의 스텀프는 1991년 영국 브리톤에서 시작되었다. 루스 크레스와 스티브 맥니콜라스가 소리로 지나가는 행인의 눈을 끌던 1980년대 초반의 거리공연 형식에 착안, 이를 정식 퍼포먼스 형태로 만들었다.

이후 텔레비전과 광고 출연 등을 통해 점점 알려지기 시작한 스텀프는 1994년 영국의 각종 상을 휩쓸면서 오프 브로드웨이에 진출, 넌버벌 퍼포먼스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대번에 장기 공연 프로그램의 대열에 올랐다.

뉴욕 뿐만 아니라 런던과 아테네를 비롯한 유럽 도시에서 아시아와 남미의 크고 작은 도시에 이르기까지 매년 세계 200여 곳에서 순회공연이 열리고 있다.

이번 공연에 참가하는 배우 11명은 순회공연팀의 일환으로 세계 곳곳에서 수도 없이 호흡을 맞춰온 팀. 대부분 어려서부터 음악과 춤을 가까이 하며 살았던 이들이다.

특히 토마스 후지와라와 카메론 뉴린, 스티븐 T 팔머는 드럼에, 카를로스 피치 토마스와 엘튼 라론 등은 탭 댄스에 조예가 깊다. 모두 뛰어난 리듬감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 이들이 스텀프팀의 일원으로 뽑힐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스텀프는 11월 28일부터 12월10일까지(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3시/7시)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모두16회 공연이 있으며 입장권은 2만~6만원까지다.

인터넷(www.sac.or.kr)으로 예매하면 10% 할인을 받을 수 있고 분당, 일산, 과천 등 서울 지역 외 거주자도 2장까지 할인된다. 자세한 문의는 (02)580-1300


[단신]



한국영상자료원은 11월20일부터 24일까지 김기덕 감독 주간을 마련하고 그의 작품 5편을 상영한다. 현 서울예대 학장인 김기덕 감독은 1960-1970년대에 60여편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주로 젊은 남녀의 이어질 수 없는 사랑을 주제로 대중에게 어필하는 멜로 드라마에 주력해온 인물.

상영작은 '맨발의 청춘' (64), '떠날 때는 말없이' (64), '남과 북' (65), '아네모네 마담' (68), '아빠아빠 우리 아빠' (68). 신성일, 엄앵란, 김승호, 황정순, 신영균, 최무룡, 남궁원, 박병호 등 당대의 스타들이 다수 출연한다. (02)521-3147

[영화]



ㆍ독일단편영화제

아트선재센터는 독일문화원과 공동으로 11월15일부터 18일까지 독일단편 영화제를 연다.

'short and sweet'(짧고 달콤한)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행사에서는 199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독일의 단편영화 35편이 선보인다. 애니메이션과 블랙 코미디, '에필로그'와 '놀랬지' 등 독일 특유의 음울한 로맨스, 그리고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정치 영화로 나뉘어 상영된다.

매년 800여편이 넘는 단편영화가 만들어지는 독일의 실험적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영화적 전통과 1990년대 들어 각종 국제영화제를 석권하며 붐을 이루고 있는 독일 단편영화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다. (02)733-8945

ㆍ순수역류

오우삼과 더불어 1980년대 홍콩영화의 양대 산맥으로 군림했던 서극 감독의 2000년작.

스타일리스트인 오우삼과는 달리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서극의 이번 작품 역시 그의 대표작인 '동방불패' '황비홍' '천녀유혼' 등과 또다르다. 현대 홍콩을 배경으로 현란한 총격신이 화면을 수놓는 정통 액션물이다.

오우삼 감독이 '미션 임파시블2'에서 할리우드에 홍콩 액션을 접목했다면 서극의 이번 작품은 홍콩 영화에 할리우드식 액션을 접목시킨 격이다. 홍콩의 신인 배우들인 사정봉, 오백, 서자기, 노교음 등이 출연한다. 11월18일 개봉.

ㆍ더 갱스터

영국 에섹스 지역을 배경으로 갱단간의 혈투를 그린 범죄 영화. 5년 만에 출감한 비정한 갱 제이슨 로크는 그날로 자신을 밀고했던 사람을 찾아다니며 잔인한 복수를 시작한다.

그 와중에 제이슨은 순진한 택시 운전사 빌리를 알게 되고 폭력과 마약 거래, 음모, 경찰로부터의 추적이 교차되면서 빌리는 서서히 갱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

007 골든 아이'의 숀 빈과 '제5원소' 등에 출연했던 찰리 크리드 마일스, '풀 몬티'의 톰 윌킨슨 등이 출연하고 테리 윈저가 감독을 맡았다. 11월18일 개봉.

[음악회]



ㆍ브람스 페스티발 III

브람스 완주로 이름난 독일의 피아니스트 게르하르드 오피츠가 브람스와 슈만을 연주한다.

청년 브람스의 기백이 담긴 피아노 협주곡 제1번과 베토벤의 영웅교향곡에 비견되는 장중하면서도 고독함을 느끼게 하는 교향곡 제3번, 그리고 브람스의 스승이었던 슈만의 만프레드 서곡을 들려준다.

임헌정이 지휘하는 부천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협연한다. 11월18일 오후 6시 LG 아트센터. (02)2005-0114

ㆍ한국남성합창단

국내 최장수 아마추어 합창단인 한국남성합창단이 11월19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42번째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이수인의 '감자', 신동수의 '산아!', 박영주의 '마을', 이종구의 오페라 '환향녀'중 '구음살풀이' 등 우리의 전통가락과 서정을 살린 작품들로 무대를 꾸며 구수하고 담백한 우리 가락과 정서를 들려준다. 지휘는 김홍식, 반주는 이선희가 맡는다. (02)3443-8444

ㆍPBC 평화음악제

62년의 역사를 지닌 서울 가톨릭 합창단이 부산, 전주의 가톨릭 합창단과 연합 공연을 갖는다.

바흐의 칸타타 제 191번과 길망의 '성체 안에 계신 예수', 가드너의 '글로리아'와 윤용선 작 '아베 마리아', 김규환 작 '먼후일' 등 장중하면서도 성스러운 교회음악을 들려줄 예정. 지휘는 명동교회 백남운 주임신부가 한다.

11월20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02)583-6295

[연극]



ㆍ나비의 꿈-나는 꿈에 장주가 되었다

화동연우회가 창단 10년을 맞아 장자의 삶을 그린 풍류극을 무대에 올린다.

신구가 주인공 장주 역을, 영화배우 이혜영이 절세미인 꿈 역을 맡고 임진택, 최용민, 이근희, 유태웅 등이 출연한다.

이번 공연에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가 1986년 아시안 게임 위성쇼 이래 다시 만나 함께 작업한 것을 비롯, 극단 학전 대표인 김민기가 기술감독, 언더 그라운드 밴드 어어부가 연주를 맡는 등 다양한 문화계 인사들이 참여한다.

김광림 극본, 이항 연출. 11월21일부터 25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 (02)766-0240

[콘서트]



ㆍ록 콘서트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밴드 네 팀이 무료 콘서트를 연다.

올해 두번째 음반을 발매한 실력파 언더 그라운드 록밴드 프리다 칼로와 데스 메탈을 연주하는 4인조 도깨비, 현재 첫번째 음반을 준비중인 메탈 밴드A 쿼터, 그리고 홍대 앞 라이브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헤비메탈 밴드 원이 함께 무대를 꾸민다.

11월23일 오후 8시 대학로 SH 클럽. (02)3444-1741

[무용]



ㆍ최성옥 현대무용단 우수 레퍼토리 공연

최성옥 현대무용단은 '숨, 움터'와 지난해 전국 무용제에서 대통령상과 개인 연기상 수상작인 '낙원의 이방인 III'을 함께 무대에 올린다.

두 작품 모두 우주공간을 무대로 현대무용이 갖는 난해함과 추상성을 극복하고 관객이 보다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었다는 평을 받았다. 최성옥, 김용철, 박준우, 이혜성, 노진한 등이 출연한다. 11월22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 전당 토월 극장. (042)821-6483

[음반]



ㆍ윤정희 1집

포크그룹 노래마을 출신으로 노래운동에 활발히 참여해온 윤정희가 첫 음반을 발표했다. 이번 음반의 주제는 '표현'이라는 제목처럼 사랑과 그 표현에 관한 것이다.

윤정희의 음색은 맑고 깨끗하면서도 기교로 노래하는 요즘 젊은 가수들과는 다른, 꾸밈없는 깊이가 배어있다. 그의 그런 목소리는 재즈의 느낌이 살짝 가미된 잔잔한 포크 곡에 잘 어울린다. 수록곡 전부에서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음반.

노랫말을 음미하면서 들으면 더욱 좋다.

ㆍ문익환 헌정음반-뜨거운 마음

고 문익환 목사에게 바치는 헌정음반이 나왔다. 가수 정태춘, 김원중, 이정열, CCM 가수 송정미와 기독교 노래모임 '새하늘 새땅, 그리고 젊은 소리꾼 김용우 등이 참여했고 통일운동에 앞장섰던 문 목사가 만든 시 9편과 그가 즐겨외웠던 서산대사의 시에 곡을 붙인 11곡의 노래들을 수록했다.

숱한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었던 문 목사의 인생을 담아내려는 듯 분노 보다는 정결함과 평온함이 깃든 음반이다.

김지영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11/14 19:55


김지영 주간한국부 koshaq@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