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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카페(32)] 생명의 기원에 대한 논쟁들

[사이언스 카페(32)] 생명의 기원에 대한 논쟁들

지구의 나이는 대략 45억 년, 현재 지구상에는 수백 만종의 생명체가 살고 있다. 이 생명체들은 언제 어떻게 어디에서 생겨난 것일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식상한 듯한 이 화두에 쏠린 과학자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해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생명체 탐사와 지구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실마리들 때문이다.

또한 역시 생물체인 인간에게 가장 원초적이고 철학적인 의문이자, 마치 고아가 생부모를 알고 싶어하듯 멈출 수 없는 정체성의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화석에 남은 증거에 따르면 지구에 생명체가 나타난 것은 32억-35억년 전으로 추정된다.

그린랜드의 39억년 된 암석에서도 생물체만이 가질 수 있는 동위원소가 확인되기도 했지만 생물화석은 발견되지 않았다.

생명체는 신에 의한 창조인가? 아니면 자연발생과 진화인가? 일단 창조는 신앙에 기초한 절대적인 믿음의 차원이므로, 여기서는 논의를 접어두자.

생명체의 탄생원리에 대해서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설이 있다. 먼저 1953년에 밀러가 주장한 '단백질 기원설'이다.

그는 지구의 원시시대 대기(이산화탄소, 암모니아, 수소 등)를 유리플라스크에 재연한 다음 전기방전으로 번개가 치는 상황을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단백질의 구성물질인 아미노산이 합성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한다.

그런데 단백질의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은 스스로 결합해서 단백질로 될 수 없고 단백질 자체도 자기복제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 이전에 단백질 합성(아미노산의 연결) 기능을 하는 핵산(DNA, RNA)이 존재했을 것이라는 '핵산 기원설'이 새롭게 대두된다.

생명현상은 'DNA(RNA(단백질'이라는 기본원리에 따르는데, 언뜻 생각하면 DNA가 우선이겠지만, 하등미생물의 경우 RNA가 역으로 DNA를 합성하기도 하므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RNA가 먼저일 것이라는 'RNA 기원설'이 더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이 가설은 일본 도쿄대학연구팀에 의해서 실험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하지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논쟁이라 분명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는 문제다.

그러면 생명체는 과연 어디에서 생겨난 것일까? 지구일까, 외계일까? 이러한 파격적인 의문의 역사는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1년 휴스턴 대학의 오로라는 과학자가 처음으로 생명의 외계유래설을 제안하면서 부터다. 그 이후 미 항공우주국의 창이라는 과학자가 1979년에 다시 제창하게 된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화성과 같은 외계에 존재하던 일부 생명체가 운석과 함께 지구로 떨어졌고 지구환경이 이들의 생존에 적합하자 번성과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의 생물들로 발달했다는 것이다.

현재 이들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은 화성의 표면에서 생명체 존재의 기본요소인 물의 흔적이 발견되었고 화성에서 떨어진 운석에서는 소금의 존재가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생물은 긴 우주여행에서 살아남을 만큼 오랜 기간(2억5,000만년 이상) 휴면상태에서 생존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섭씨 100도가 넘는 곳이나 극지방의 혹한 속에서도 살아서 번식하는 '호극한 미생물'(extremophiles)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구보다 역사가 긴 외계의 극한 상황에서 먼저 생명체가 발생해서, 이들이 지구로 옮겨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현대의 첨단과학으로도 아직 풀지 못하는 숙제, 결국 과학이 만들어내는 것은 또다른 가설을 보태는 업적밖에 없는 것일까? 어쩌면 생명기원에 대한 인간의 도전은 시작부터 무모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최초의 생명탄생이 다시 반복되고 우리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거나 생명탄생의 전과정을 실험실에서 증명해 보이지 않는 한 어떤 가설도 객관적 사실로 자리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는 창조라는 믿음으로 위안을 삼는 것은 아닐까?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생명탄생의 비밀을 안다는 것은 생명에 대한 모든 것을 아는 것이며 또한 인간의 손으로도 생명을 창조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므로 이 숙제는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겨두는 것도 좋을 일이다. 때로 인간의 무지는 가장 현명한 지혜가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입력시간 2000/11/1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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