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Clinic] 숨어있는 유두

얼마전 대전 엑스포전시관에서 내셔널 지오그래픽사가 개최한 사진전에 아이를 업고 물동이를 인 채 유방을 드러내놓은 개화기 우리나라 여인의 사진이 전시된 적이 있었다.

아들을 낳은 여인이 이를 자랑하기 위해 일할 때 유방을 살짝 드러내놓았다는 부연설명이 있던 이 사진은 지금껏 역사교육을 통해 조선시대가 유교적 전통이 강했던 것으로 알고 있던 것을 생각하면 놀랄만한 일이었다.

사실 성적 요인을 극도로 천대하여 얼굴까지 장옷으로 가리고 다니게 했던 우리네 양반사회에서 유방의 노출이란 그야말로 공자가 무덤에서 뛰쳐나올 경천동지할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여느 상민층의 기혼부인은 유방노출에 수치심을 갖지 않았던 듯 하다.

물동이를 이거나 다리미질을 할 때 유방노출은 예사이고 사람들 앞에서 유방을 드러내놓은 채 씨앗을 뿌리기도 했다.

기록에 따르면 아이를 많이 낳은 여인에게 유방을 드러내놓고 씨앗을 뿌리게 하면 풍작이 된다는 민속도 전해지고 있다.

유방을 드러내놓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어서 고대 희랍시대에는 토플리스, 즉 유방노출은 귀족부인의 특권이었다. 수백년 전 서구의 풍물을 적은 각종 기록을 보아도 여염집 여인이 젖꼭지를 내놓고 있는 것쯤은 눈길을 끌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로 미루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 또는 중세사회가 성적으로 개방된 현대사회보다 의외로 파격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짐작컨대 이 시기에도 유방을 노출시킨 여인은 아마도 아름다운 유방을 갖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나 지금이나 유방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요즘이야 아무리 아들을 많이 낳은 여자라도 유방을 드러내놓고 다닐 일도 없고 또 만약 그랬다간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 취급을 받겠지만 아름다운 유방을 가진 진짜 미인이 되고 싶은 욕망은 변함이 없다. 성형외과를 찾아 아름다운 가슴을 갖게 해달라고 주문하는 여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유방 성형수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유방확대술 또는 유방축소술을 떠올리지만 최근 들어 유두, 즉 젖꼭지가 심하게 함몰되어 이를 교정하는 수술을 원하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함몰유두는 유두가 유방 속으로 들어가 있는 상태로 원래 튀어나와 있어야 할 유두가 평평하거나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것을 말한다. 함몰유두는 우선 미용적 측면에서도 보기에 좋지 않지만 기능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함몰유두인 상태에서 임신을 하게 될 경우 출산 후 수유가 어렵고, 유방이 커지면 더욱 안쪽으로 파고 들어가 수유가 한층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또 목욕시 아무리 잘 씻어도 분비물이나 이물 등이 잘 끼어 유두염 또는 유선염 발생의 원인이 되기 쉽다.

물론 약간의 자극만으로 유두가 쉽게 튀어나오는 정도라면 잡아당기거나 유축기 등을 이용, 자극을 주면 상태가 좋아지기도 하고 결혼 후 임신을 통해 자연스레 낫게 될 수도 있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심하게 함몰되어 있는 경우라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특히 미혼여성의 경우 함몰유두는 결혼 전에 수술을 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함몰유두의 수술은 수술 후 재발이 적으며 수유기능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데 그러나 함몰 정도가 심할 경우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수술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술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수술 전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수술방법은 수유의 여부에 따라 상이한데 수유가 가능케 하는 수술은 젖꼭지 주위를 절개, 유관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당기는 조직을 풀어주고 4곳에서 다이아몬드형으로 유륜 피부를 잘라 모아서 올려주거나 양측에서 삼각형으로 피부와 조직을 잘라내 아래쪽에 넣어준다.

반면 수유가 필요 없는 미용 목적의 수술이라면 유관을 절단하고 유두 바로 밑에서 유두 조직을 잘라 판을 만든 다음 이들 조직을 표층으로 당겨내 봉합하면 유두가 돌출된다.

정일화 세란성형외과 원장

입력시간 2000/11/1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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